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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목마른 렌털업계] '정체기' 렌털업계, 해외시장 개척·사업 다각화로 위기 넘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악재가 렌털업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가장 많은 렌털 계정 수를 보유해 업계 1위인 코웨이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그나마 선방, 2위인 LG전자와의 틈을 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시장 개척이 여의찮은 SK매직,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교원 웰스, 현대렌탈케어 등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정체기’ 탈출에 애쓰고 있다. 1위 코웨이, 해외 시장 개척 ‘선견지명’...1000만 계정 눈앞 5일 렌털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의 국내외 계정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총 928만개(국내 656만개, 해외 272만개)로 집계됐다. 작년 말에 비해 20만개 늘리는 데 성공, 렌털 업계 신흥 강자로 부상한 LG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렌털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합산 계정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업계는 LG전자가 2020년 말 공개했던 렌탈 계정 수가 270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300만개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SK매직은 222만개에서 2만 계정을 추가 확보하며 3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쿠쿠홈시스와 청호나이스는 올해 추가 계정 확보를 못해 작년 말과 같은 210만개, 170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교원 웰스와 현대렌탈케어 등은 올해 1분기 집계 계정 수를 밝히지 않았다. 업계는 양사의 계정 수가 작년 말 기준 각각 90만개, 40만7000개를 기록했는데, 최근 들어 상승세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든 렌털 업계에서 코웨이가 유독 선방하고 있는 것은 해외 시장을 일찌감치 개척한 ‘선견지명’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코웨이는 이미 지난 2006년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실제로 코웨이의 해외 렌털 계정 수는 2018년 111만, 2019년 151만, 2020년 193만 계정을 기록한 뒤 지난해 258만 계정으로 급상승하며 200만 계정의 벽을 단숨에 넘었다. 12년 전 시작한 해외 진출 덕분에 코웨이는 엔데믹 전환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오히려 해외 계정 수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코웨이는 국내외 전체 계정 수 1000만개 달성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웨이가 올해 매출 4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코웨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치는 각각 3조9845억원, 6807억원이다. 매출액은 2021년 3조6642억원과 비교해 9%, 영업이익(6402억원)은 6% 증가한 수치다. 본사 점거 농성 나선 코웨이 노조...‘고통 분담’ 목소리도 렌털 업계에서 유일하게 상승세인 코웨이도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코웨이 방문점검원으로 구성된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이하 코디코닥 노조) 최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불법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웨이 방문점검원은 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다. 이들로 구성된 코디코닥 노조는 방문점검원으로서는 업계 최초로 지난해 9월부터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점검 수수료 인상, 업무상 비용 추가 지급(통신비·차량 유지비·식비), 고용안정 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은 이를 거부하며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코디코닥 노조는 코웨이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100일 넘게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노사 갈등은 지난달 30일 코디코닥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이해선 코웨이 대표이사의 면담을 요구하며 엘리베이터 탑승을 시도하면서 극에 달했다. 사측 경비인력이 이를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측 안전관리 요원이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는 점거를 풀고 본사 외부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까지 21차 단체교섭이 진행됐지만, 회사의 제대로 된 안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임금 인상은 불가하다고 한다”며 강경 투쟁을 이어갈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코웨이 측은 “노조의 진입 과정에서 건물관리 직원들이 상해를 입었다. 노조가 본사 불법 점거 농성을 진행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최근 5년간 점검 수수료를 매년 2~5% 인상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14.7% 대폭 인상했다”며 상생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측 한 관계자는 “현재는 해외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국내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하반기 경영이 불투명한데, 노조도 어느 정도 고통 분담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수기로는 한계 봉착...음식물처리기·홈 뷰티까지 ‘신사업’ 확대 해외 시장 개척이 여의찮은 렌털 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렌털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의 수요가 사실상 한계에 봉착한 만큼 ‘빌려줄 수 있는 것은 뭐든 빌려준다’는 심정이다. 이에 신가전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을 유지 관리하는 케어 서비스, 애완동물까지 챙겨주는 펫케어 서비스까지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에어컨 등 렌털 품목군을 12종으로 확대했다. 대형 가전뿐만 아니라 맥주 제조기나 식물 재배기와 같은 새 유형의 제품군도 추가했다. SK매직은 ‘생활 구독경제’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잡으면서 친환경 음식물처리기, 커피머신기, 매트리스 등 새로운 렌털 서비스를 도입했다. 특히 최근 친환경 음식물처리기를 렌털 제품에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교원 웰스는 홈 뷰티와 헬스 분야 신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달 초 거울을 보면서 자기 피부를 진단하고, 맞춤형 케어 솔루션까지 제공받는 ‘웰스 스마트 미러’를 출시했다. 또 전문가의 실시간 라이브 코칭을 받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실내 자전거 ‘피버 바이크 플러스’를 통해 새 렌털 계정 확보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렌탈케어는 펫가전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직접 구매하면 100만원이 넘는 아베크사의 ‘펫 드라이룸’을 지난달부터 월 2만원 내외로 제공하는 렌털 상품으로 선보여 펫팸족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고양이 자동 화장실’ 렌털 상품을 출시했고, 올해는 자동급식기·급수기 등 펫가전 렌털 품목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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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초격차戰] 전고체 배터리 힘 쏟는 삼성SDI…글로벌 시장서 승부 본다
“대외 네트워크와 기술 협력을 강화해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자.”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일 경기도 기흥사업장에서 임직원 약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2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3일 삼성SDI에 따르면 회사는 창립 52주년을 기점으로 최 사장이 강조하는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30일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삼성이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초격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창립 기념사를 통해 최 사장은 “글로벌 톱 티어가 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등 세 가지 경영방침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보다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세 가지 경영방침 중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극대화 기술,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신규 소재 기술 등의 영역에서 기술경쟁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나란히 유럽행...배터리 초격차에 힘 준다 최 사장의 이처럼 거듭된 초격차 기술력 강조는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달 유럽 출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여정 중)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갔었고, BMW 고객을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최 사장도 이번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출국길에 모습을 드러냈고, 배터리 관련 행보에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으로부터 ‘배터리 초격차 기술경쟁력’ 미션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번 창립 기념사에서도 기술 경쟁력과 함께 ‘최고의 품질’을 갖춰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 사장은 “품질 리스크는 회사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사업을 존폐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며 “하나의 운영 플랫폼으로 표준화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최고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합작사 설립, 고성장이 예상되는 대용량 원형 및 전고체 배터리 등을 언급하며 “조기 양산을 통해 차세대 제품 시장을 선점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나가자”고 독려했다. 차세대 배터리 힘 주는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 응집 삼성SDI는 미래형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에 기술력을 응집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전지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전지를 말한다. 유기 용매가 없으므로 불이 붙지 않아 안전성이 향상되고, 음극을 흑연·실리콘 대신 리튬 금속을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성에 주목, 이미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SDI연구소 내에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했다. 파일럿 라인은 약 6500㎡(약 2000평) 규모다. 삼성SDI는 자사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의 이름을 Solid(고체), Sole(독보적인), Samsung SDI의 앞 글자를 따 ‘S라인’으로 명명했다. S라인은 삼성SDI가 내세우는 전고체 전지 제조를 위한 전용 설비들로 채워진다. 전고체 전지 전용 극판 및 고체 전해질 공정 설비, 전지 내부의 이온 전달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만들어주는 셀 조립 설비를 비롯한 신규 공법과 인프라를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고체 전해질 설계와 합성에 성공해 전고체 전지 시제품을 만드는 등 기술 개발을 선도해 왔다. 또 독자 리튬금속 무음극 구조를 개발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높은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 사장은 “S라인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의 품질 확보로 삼성SDI가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 진정한 1등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 합작법인 공장 설립 이어 헝가리 공장 증설 박차 삼성SDI는 앞서 이 부회장이 방문한 BMW 등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선호하는 각형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근 헝가리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조원을 투자해 괴드 제1공장에 중대형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 4기를 증설하는 결정을 내렸다. 증설 완료 후 생산 라인은 8기로 늘고,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기존 30기가와트시(GWh)에서 50GWh까지 확대된다. 50GWh는 연간 전기차 100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다 지난해 착공한 제2공장까지 조만간 완공되면 삼성SDI의 헝가리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헝가리 괴드 3공장이 이르면 내년에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는 “이미 헝가리 괴드 2공장 설비들은 모두 들어와 시운전 상태로 알려져 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부회장과 최 사장이 동행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 유럽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하려면 3공장 착공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는 지난 5월 세계 4대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JV(조인트벤처)를 설립해 25억 달러(약 3조1500억원)를 들여 올해 말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기로 확정, 북미 시장 진출 교두보도 마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전무, 경영전략실장을 역임한 최 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삼성SDI가 업계 후발주자 이미지를 빠르게 거둬내고 있다”며 “올 2분기 실적도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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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업의 역설] 한 달 새 45만원 비싸진 냉장고…'일렉플레이션'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증했던 펜트업(보복 소비) 수요가 잦아들고,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최신형 전자제품에 등을 돌리고 있다. 쌓여가는 재고를 두고 볼 수 없는 주요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판매가를 차츰 올리는 동시에 판촉 이벤트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대폭 늘어나는 ‘일렉 플레이션(electric inflation)’이 본격화하고 있다. ◆폭증했던 수요 멈추고 경기침체 본격화 30일 아주경제가 주요 가전제품의 온라인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업체의 최신형 냉장고·TV·세탁기·건조기 등 가전제품의 판매가격이 6월 들어 대폭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대표 인기 냉장고인 비스포크 4도어 제품은 행사가 기준으로 지난 5월 150만원대에 판매됐으나 이달 들어 19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한 달 사이 무려 45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UHD 4K TV도 지난달에는 90만원 후반대에 팔렸으나 이달 들어 140만원으로, 40만원 정도 올랐다. 장마철로 수요가 늘고 있는 AI 건조기의 경우 지난달 판매가는 210만원대였으나 6월 들어 240만원대로 올랐다. 이런 가격 인상은 하루가 멀다고 오르고 있는 원자재값과 전기료 등으로 제품 원가 자체가 상승하고 있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전자제품 업체, 판촉·할인 이벤트 줄여...소비자 부담↑ 하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업체들도 제품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동일 제품에 대한 출고가를 당장 인상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이커머스나 양판점 등 중간 유통사에 제공하는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줄여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통사들이 줄어든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반영해 예전처럼 가전제품 판매 촉진을 위한 대규모 할인이나 기획 판매를 줄이게 된다. 결국 같은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돈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출고가 인상은 힘든 탓에 기존에 제조사와 유통사가 각각 부담했던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실제 판매가는 상승하게 되고 부득이하게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가전 시장의 뚜렷한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가전 내수 시장은 지난 2020~2021년 내수 호황에 따른 역기저 효과와 금리 인상, 제품 가격 상승의 부정적 요인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는 전체 국내 가전 생산 역시 원자재·물류비 증가와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 확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치솟는 원가에 실적 전망 어두워...해외 수출도 여의찮아 가전 업체들의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 2분기 LG전자가 매출 19조4354억원, 영업이익 875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8781억원보다 0.3% 감소한 수치다. 신한금융투자는 4월 14조9180억원으로 분석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최근 14조395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극복방안은 프리미엄 제품군의 수출 확대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및 글로벌 공급 경쟁력 강화를 통해 관련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프리미엄 제품군의 확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가 확대되면서 가전 수출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TV·가전의 매출이 10% 이상 줄어든 상태다. 기업들 사이에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는 현상) 호시절은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간 코로나19로 좋은 성적표를 냈지만 최근 고물가 등으로 인해 상황이 급격히 반전되며 높았던 수요가 오히려 기업 상황 악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 침체 등에 따른 기업 경영 환경이 본격적으로 나빠질 전망이다. 전기료 등 각종 공공요금도 줄이어 인상이 예정돼 생산비용은 오르고, 자연스럽게 제품 가격도 상승하는 등 시장에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 기업의 하반기 적신호가 예상된다. ◆‘호시절’ 펜트업 수요 끝, 가전·전자업계 재고 쌓여가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은 이미 재고 관리에 들어갔다. 그간 펜트업에 따른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확보해뒀던 제품들이 수요 하강 사이클 진입으로 점차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미리 재고 규모를 확대했는데 제품 출하가 줄면서 재고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기업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 퀵팩트세트는 2349개 상장 제조업체의 지난 3월 기준 재고가 1조8696억 달러(약 2415조원)에 달한다며 전체 재고액과 증가액은 최근 10년래 최대치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재고가 392억 달러(약 50조7000억원)로 달러화 기준 주요 제조업체 중 가장 많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재고가 3개월간 1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둔화하고 있으니 재고가 당연히 늘어나고 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라며 “판매가 둔화하고 창고에 물건이 남으면 기업도 자연스럽게 생산을 줄이게 된다. 생산을 줄이면 공급받던 부품 보유량도 감소하는 건 당연하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전기료, 상수도료까지 줄줄이 인상···하반기 도미노 인상 불가피 문제는 올 하반기다. 하반기에 공공요금의 전반적인 인상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류비 부담도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특히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제조업 등 분야에서 생산비용 증가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이달부터는 전기요금이 오른다. 한국전력은 7~9월분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동제 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확정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포함해 이미 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9.6% 상승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고유가 기조도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2144.11원, 2166.77원을 기록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하반기에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 기업에 상품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를 안 하면 생산도 줄어들게 돼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 가격을 올리는 데 대해 기업들이 어떤 타당성을 좀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설득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는 결국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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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세계 최초 3나노 양산] '기술 삼창' 외친 이재용...TSMC 잡을 신무기로 판세 뒤집나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3나노미터(㎚, 10억분의 1m))’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세계 1위 달성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현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따라잡는 한편 차세대 파운드리 시장의 판을 완전히 바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3나노미터 공정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고 30일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3나노 공정은 현재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이날 양산을 공식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는 이 공정에선 대만 TSMC를 제치고 한발 앞서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의 최선단(최소선폭) 공정은 4나노였다. 회로 선폭을 미세화할수록 반도체 소비전력이 감소하고 처리 속도가 향상되는데,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공정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기술 ‘초격차’를 이뤄냈다. ◆GAA 기술, 핀펫보다 한 단계 진보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 GAA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의 성능 저하를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기존 핀펫(FinFET) 기술에서 한 단계 진보한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 절감하면서 성능은 23% 높이고, 반도체 면적을 16% 줄일 수 있다. 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3나노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 등의 성능이 예상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컴퓨팅(HPC, High-Performance Computing)용 시스템 반도체 양산에 3나노 공정을 우선 적용하고 향후 모바일 SoC(시스템온칩)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3나노 공정은 첨단 파운드리 EUV(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되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생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핵심인 EUV 확보를 위해 직접 유럽 출장길에 올라, 사실상 독점 생산 기업인 ASML 경영진과 만나 협력 관계를 다지고 왔다. 3나노 GAA 공정의 안정화를 위해 총수가 직접 발로 뛴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양산을 계기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 추격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6%로 1위였고, 삼성전자가 16.3%로 2위였다. TSMC는 삼성전자에 이어 올해 하반기 중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고 GAA 기술은 2나노 공정부터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이어 2025년 GAA 기반 2나노 공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재용, '기술 삼창' 외친 지 12일 만에 세계 첫 3나노 양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지난 18일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만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지 12일 만에 3나노 파운드리 세계 최초 양산을 발표하면서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3나노 양산은 업계 1위인 대만 TSMC보다 빠른 것으로, 메모리 분야에 이어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오는 2030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의 ‘비전 2030’ 목표가 순항하는 모습이다. 삼성이 이날 양산에 돌입한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3나노는 반도체 칩의 회로 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3 수준으로 좁힌 것인데,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3나노 기술은 각각 올 하반기, 내년 하반기를 양산 목표 시점으로 내세운 TSMC·인텔보다 훨씬 빠른 일정이다. 이 기술은 특히 지난달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제품에 서명하면서 양산 일정에 이목이 쏠렸다. 이 부회장은 당시 이 제품을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했다. ◆현존하는 초미세 미세공정 3나노, 차세대 반도체에 활용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라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문제로 3나노 양산을 다소 미룰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올 초에는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주요 고객사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양산 공식화로 “우려의 시선은 결국 기우에 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은 이런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기존의 핀펫(fin-fet) 기술 대신 업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했다. GAA 구조의 트랜지스터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고성능과 저전력을 요구하는 차세대 반도체에 활용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후발주자 삼성, TSMC 잡으려 초미세 공정 사활 삼성전자가 이처럼 초미세 공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파운드리 시장에 독보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2017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이후 빠르게 성장해 지금은 세계 2위까지 올랐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는 큰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TSMC가 53.6%이나, 삼성은 16.3%에 그쳤다. 이런 판세를 뒤집을 신무기로 3나노 공정이 거론됐고, 결국 삼성전자는 TSMC보다 한발 앞서 양산을 시작했다. TSMC는 올 하반기에 기존 핀펫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파운드리 업체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라, 퀄컴과 AMD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은 첨단 미세공정의 생산능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모바일AP를 설계하는 팹리스들은 매년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만큼 최첨단 공정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향후 5년간 450조원의 국내외 투자 계획을 밝히며 비전 2030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풀캐퍼(최대 능력)로 운영 중인 파운드리 라인 외에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평택캠퍼스 3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또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는 작업도 착착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 핵심이 될 3나노 매출 증가를 대비해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GAA 3나노 공정 양산에 나섰다”며 “애플, 인텔, 구글,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향후 삼성의 잠재 고객이 될 때 TSMC와 격차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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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세계 최초 3나노 양산] 이제 '파운드리 판' 바뀐다...GAA 기술로 '초격차' 우뚝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3나노(nm, 나노미터)’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나섰다. 차세대 파운드리 점유율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따라잡는 한편 파운드리 시장의 판을 완전히 바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며,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보다 칩 면적을 축소하고 소비 전력도 줄인 기술로, 삼성전자는 GAA 기반 3나노 반도체를 올 상반기 내에 양산하겠다고 공언했고 결국 이를 지켰다. 각각 올 하반기, 내년 하반기를 양산 목표 시점으로 내세운 TSMC·인텔을 압도적으로 제친 셈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의 고성능 컴퓨팅(HPC, High-Performance Computing)용 시스템 반도체를 초도 생산한 데 이어, 모바일 SoC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핀펫(FinFET), EUV 등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며 “이번에 MBCFET(Multi-Bridge Channel Field Effect Transistor) GAA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서비스 또한 세계 최초로 제공하게 됐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공정 성숙도를 빠르게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노시트 형태 독자적 MBCFET GAA 기술 세계 첫 적용 삼성전자는 이번에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 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인 차세대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채널의 3개 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GAA 기술은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Nanosheet) 형태로 구현한 독자적 MBCFET GAA 구조도 적용했다. 나노시트의 폭을 조정하면서 채널의 크기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다. 또 기존 핀펫 구조나 일반적인 나노와이어(Nanowire) GAA 구조에 비해 전류를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구조를 적용할 때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설계에 큰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설계 공정 기술 최적화로 극대화 된 PPA 구현 삼성전자는 나노시트 GAA 구조 적용과 함께 3나노 설계 공정 기술 공동 최적화(DTCO, Design Technology Co-Optimization)를 통해 PPA(Power:소비전력, Performance:성능, Area:면적)를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 45% 절감, 성능 23% 향상, 면적 16% 축소되었고, 이어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PPA, 극대화된 전성비(단위 전력당 성능)를 제공하며, 차세대 파운드리 서비스 시장을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 ‘SAFE 파트너’와 3나노 칩 설계·검증에 공들여 삼성전자는 3나노 양산 등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되고 반도체에 더 많은 기능과 높은 성능이 담기면서, 칩의 설계와 검증에도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시높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등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파트너들과 함께 3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 설계 인프라·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빠른 시간에 제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상카 크리슈나무티(Shankar Krishnamoorthy) 시높시스 실리콘 리얼라이제이션그룹(Silicon Realization Group) 총괄 매니저는 “시높시스는 삼성전자와 장기적·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GAA기반 3나노 협력은 향후 시높시스의 디지털 디자인, 아날로그 디자인, IP 제품으로 계속 확장돼 주요 고성능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차별화된 SoC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톰 베클리(Tom Beckley) 케이던스 Custom IC&PCB 그룹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케이던스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자동화된 레이아웃으로 회로 설계와 시뮬레이션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케이던스는 더 많은 테이프아웃(설계 완료) 성공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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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반도체 삼국지] 한·미 공조 강화, 대만은 日 지원사격....中 나 홀로 굴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새로운 경제안보 화두로 부상하면서 국가 간 공조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제패한 우리나라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은 반도체 부흥을 꿈꾸는 일본을 지원사격 하기 시작했다. 뒤처진 일본의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적 한계를 극복, 생산기지를 일본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보이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를 자처하는 중국은 ‘나 홀로 반도체 굴기’를 키우려는 태세다.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기업에는 날이 선 반응을 보이는 대신 자국 내 생산 공장을 확보한 해외 기업에는 호의적인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세우고 있다. 첫 방한 美 바이든, 삼성전자 가장 먼저 찾아...삼성·인텔 협력 가속도 “취임 후 처음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이 첫 목적지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택한 것은 반도체 시장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의 사정에 밝은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그 자체가 한·미 반도체 동맹의 상징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 방문 직후 세계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3나노미터(㎚=10억분의1m)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했다. 이는 한·미 ‘반도체 동맹’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자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주중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공정 양산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중대 전환점을 맞이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양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대만 TSMC와 경쟁에서 치고 나가기 위함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3.6%, 삼성전자가 16.3%다.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4분기 33.8%포인트였지만, 올 1분기 3.5%포인트 늘어난 37.3%로 확대됐다.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에서도 세계 1위를 목표로 삼은 삼성전자의 숨이 가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이어 3나노 공정 양산을 기폭제로 삼아 미국 고객사들에게 회사의 높아진 위상을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 이후 양국 기업 간 협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해 대만에 뒤처지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후 미국 인텔과의 공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 2위 자웅을 겨루고 있는 양사는 ‘프레너미(Frenemy : 친구이자 적)’ 관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독보적이고, 인텔은 CPU 최강자로서 글로벌 반도체 미래 개척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 팹리스 전문 기업 ARM 인수에 양사가 공동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국내 회동에서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가 ARM 투자에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간 반도체 경제안보 동맹을 굳건히 한 데 이어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만남으로 민간부문에서도 양국 반도체 협력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만 TSMC, 일본에 공동연구소·공장 설립...부흥 노린다 대만은 한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쇠락기인 일본과의 협력과 지원사격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최근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서 새 반도체 연구개발센터의 문을 열었다. 이 연구개발센터에는 사업비가 총 370억엔(약 3500억원)이 들어가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90억엔은 일본 정부가 지원했다. 반도체로 사실상 대만을 먹여 살리고 있는 TSMC와 손을 잡기 위해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개발센터는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기술력 확립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 닛케이신문은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도 이 같은 기술력 확립이 관건이라며 한·미 반도체 동맹을 우회적으로 견제했다. 개소식에도 일본의 경제 분야 사령탑이 출동했다. 하기우다 경산상(경제산업대신)은 TSMC가 일본에서 반도체의 설계부터 제조까지 폭넓은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웨이저자 TSMC CEO도 “일본과 대만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지원해 줘 환영한다”며 “이 시설에서 협력 관계가 더 큰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TSMC는 연구개발센터 외에 일본 내 반도체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소니, 덴소와 공동 운영할 반도체공장을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건설 중인데, 오는 2024년 12월 가동 예정이다. TSMC는 이 공장에서 12인치 웨이퍼 월 4만5000장을 생산한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이 공장 역시 일본 정부가 지원했다. 건설비용 약 1조1000억엔(약 10조5000억원) 중 절반가량인 4760억엔(약 4조5700억원)을 일본 정부가 부담키로 했다. 한때 세계 시장에서 우위에 있었으나 현재는 뒤처진 반도체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가 TSMC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일본은 올해 초 일본 규슈 지역 내 8개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제조 및 개발에 관한 교육과정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TSMC 공장이 지어지는 구마모토현이 규슈 지역 내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결정으로 해석된다. 닛케이신문은 “해외 진출조차 드문 TSMC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나라에서 2개 거점 진출을 결정한 사례는 일본 외에 없다”며 대만과의 협력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中, 나 홀로 반도체 굴기...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 인수 빠르게 승인 한국과 미국, 대만과 일본의 반도체 동맹이 공고해지지만, 중국은 ‘나 홀로 반도체 굴기’를 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관련 제재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제재로 EUV(극자외선) 장비 도입이 어려워, 당분간 한·중 간 기술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9년 10나노 1세대 D램 양산 이후 올해 2세대 D램 양산을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연내 5세대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 세대당 기술격차가 2년에서 2년 6개월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과 중국 간 기술격차는 5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 부문도 세계 5위 기업인 중국 SMIC가 지난 2020년 12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를 위한 미국 장비·기술 등의 수출이 제한돼 7나노 이하 양산이 쉽지 않은 탓이다. SMIC의 기술력은 선도기업 대비 2~3세대 뒤진 14나노 수준에 정체돼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을 7나노 이하 공정이 견인하면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현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 전 분야에서 과감한 지원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기업은 후발주자로 수익성 확보 등이 어렵지만 중국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다 글로벌 생산기지를 자처하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중국 규제 당국은 최근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를 승인하며 은연중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의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한국과 중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았다. 이미 한국에서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수·합병(M&A) 승인을 받았다. 이번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통해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에 필요한 경쟁 당국 승인을 사실상 완료, M&A 마무리 절차를 밟게 됐다. 애초 업계에서는 중국이 나 홀로 반도체 굴기를 도모하고 있는 터라,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를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앞서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까지 걸린 14개월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약 8개월 만에 빠른 승인이 이뤄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규제 당국이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1% 미만인 점을 고려할 때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주력이 옛 공정인 8인치 파운드리인데, 중국 내 8인치 기반 파운드리는 상당히 많고 합병 후 점유율도 낮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SMIC·화훙그룹 등 중국 주요 파운드리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 합산이 10%를 넘기고 있어, 중국 정부가 향후 반도체 시장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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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돌아온 이재용]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향후 키워드는 초격차·M&A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향후 삼성의 미래 전략 사업과 경영 비전 등에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소회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다”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고, 그다음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답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귀국길에서 ‘기술력’을 강조한 만큼 삼성이 앞으로 초격차 기술력 유지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의 출장 일정을 통해 미래 삼성의 로드맵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정확히 29년째 되는 날 이 부회장이 유럽 땅을 밟은 것을 계기로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뜻의 ‘승어부(勝於父)’가 다시금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5개국 순회 ‘강행군’...배터리·반도체·바이오 챙겼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약 6개월 만에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헝가리 괴드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공장, 2016년 인수한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카돈, 유럽 내 연구·영업조직 등을 살피며 해외 사업장을 직접 점검했다. 또 네덜란드 ASML, 독일 BMW 등 협력·고객사를 비롯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루크 반 덴 호브 IMEC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이 부회장의 방문국으로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그가 직접 밝힌 독일 완성차 기업과의 만남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그간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삼성SDI가 이를 계기로 태세 전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데 이어 유럽 내 완성차기업과도 합작법인을 설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지난 3월 스텔란티스 외에 추가적인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배터리 사업을 하려면 많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과 협력하는 게 당연하다”며 “(협력) 이야기를 해오는 회사도 있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또 네덜란드 일정을 통해 베닝크 CEO와 만나 연간 생산량이 5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EUV 장비 공급을 놓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ASML의 차세대 EUV 장비를 직접 살피며 차세대 공정을 구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IMEC에서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인공지능(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첨단분야 연구개발 현장을 살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곳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중장기 미래 전략에 녹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5월 반도체, 바이오, AI·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삼성의 미래 준비’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프랑스도 이번 출장의 중요한 축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출장 후반부 일정의 거점을 프랑스 파리로 삼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파리에 AI 연구조직을 두고 유럽 내 AI 연구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파리에서 관련 연구 상황을 점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행보와 삼성의 미래 먹거리 분야를 근거로 현지 완성차 기업 르노, 이동통신사 SFR·오랑쥬 등과 협업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보유 실탄 124조원...대형 M&A 임박했나 이 부회장이 귀국길에 ‘기술’을 세 차례나 강조한 것과 관련, 재계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한 ‘기술 리더십’을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차례 “3년 내 유의미한 M&A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이 M&A 전초전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말 삼성전자 현금성 자산은 124조원에 달해 실탄은 충분하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이 꼽힌다. 최근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과 함께 ARM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가 ARM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최근 그가 방한해 이 부회장과 만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삼성과 인텔 간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특정 기업이 혼자 ARM를 인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ARM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퀄컴, 인텔, SK하이닉스 등이다. 문제는 반도체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과 영국 등 경쟁 당국 측 반대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앞서 엔비디아에서 400억 달러에 ARM을 인수하려 했지만 이런 이유로 무산됐다. ARM은 저전력으로 구동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업체인데 스마트폰용 칩세트 설계만 놓고 보면 시장을 90%나 차지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애플 A 칩세트, 삼성전자 엑시노스 같은 주요 기업 스마트폰용 칩세트가 ARM 코어를 기반으로 한다. 향후 자율주행차 등 활용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ARM 코어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서 ARM을 인수하면 반도체 시장 지형이 단번에 바뀔 수도 있다”며 “삼성 역시 ARM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와 ASML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며 네덜란드를 비중 있게 찾았고 독일 BMW를 고객이라 표현하며 만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와 인피니온(독일)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 출장 기간에 뱅크오브아메리카 출신 반도체 M&A 전문가로 불리는 마코 치사리 반도체혁신센터(SSIC) 센터장이 이 부회장을 수행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SSIC는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조직으로 삼성전자 DS부문 소속이다. 2017년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주역으로 꼽힌다. 지난달 초 선임된 치사리 SSIC 센터장은 과거 퀄컴이 NXP를 인수할 때 자문한 경험이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하만 인수 이후 지난 5년 동안 대규모 M&A를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큰 건’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삼성호암상 시상식 만찬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M&A 윤곽 시기를 묻는 말에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 워낙 보안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M&A가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면 된다”고 답해 조만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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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폴더블폰] 언팩 두 달이나 남았는데...신형 갤럭시Z 시리즈에 쏠린 눈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의 구체적인 스펙(사양)을 두고 설왕설래가 뜨겁다. 업계에서는 오는 8월 10일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Galaxy Unpacked)’을 통해 새로운 Z 시리즈 출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언팩을 앞둔 때마다 사전 스펙 유출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유출되는 스펙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신작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이 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IT전문 매체들은 두 달이나 언팩이 남은 상황에서도 앞다퉈 4세대 갤럭시Z 시리즈에 대한 배터리 용량, 디자인, 가격 등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화면 속 주름이 사라졌다...더 얇아진 ‘경첩’ 눈길 우선 ‘갤럭시Z플립4’의 예상 스펙을 살펴보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IT 유튜버 ‘테크톡TV’는 최근 입수한 갤럭시Z플립4 실물을 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채널에 공개했다. 영상 속 갤럭시Z플립4는 전작과 비교해 힌지(경첩)가 대폭 얇아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외부 디스플레이는 더 커졌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내부 화면 가운데 주름은 맨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확실히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가) ‘아이스유니버스’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갤럭시Z플립4 실물을 인증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주름이 전작보다 훨씬 얇아 대부분 사람이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갤럭시Z플립4·폴드4 모두) 화면 주름이 전작 대비 (깊이가) 훨씬 얕다”며 “대부분 사람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잇달아 공개된 갤럭시Z플립4 실물 영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폴더블폰의 최대 단점인 화면 속 주름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최종 실물을 직접 봐야 알겠지만, 최근까지 공개된 여러 영상과 사진 등에서는 주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갤럭시Z플립4, 배터리·충전 속도↑...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갤럭시Z플립4는 배터리 용량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T매체 샘모바일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갤럭시Z플립4에 탑재될 배터리 사진을 공개, 삼성SDI의 배터리 총 2개가 탑재될 것으로 내다봤다. 첫 번째 배터리의 용량은 2555mAh, 두 번째 배터리의 용량은 1040mAh로 두 배터리를 합친 정격 용량은 3595mAh이지만 3700mAh 용량으로 표시될 것이란 게 샘모바일의 분석이다. 사실상 전작의 3330mAh에 비해 약 400mAh 늘어나는 셈이다. 또한 충전 속도는 15W에서 25W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배터리와 더 빠른 충전 속도는 그동안 지적되어 온 갤럭시Z플립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게 돼 소비자들의 불만 요소를 크게 제거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Z플립4는 풀(Full) HD+ 해상도와 120Hz 주사율을 갖춘 6.7인치 슈퍼 아몰레드(AMOLED)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2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와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의 듀얼 후면 카메라, 1000만 화소 전면 카메라가 탑재될 예정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플러스(+) 젠1(Gen1)’ 프로세서를 탑재한다. 갤럭시S22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 젠1보다 처리 속도는 10% 높고, 전력 소모량은 30% 낮은 게 특징이다. 메모리는 8GB 램, 스토리지(저장장치 용량)는 128GB·256GB·512GB 등이며 USB-C 포트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방수 IPX8 등급 및 무선 충전 기능을 갖추며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 12 기반 원 UI 4.1.1’ 버전이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8월 10일 언팩에 이어 같은 달 26일 갤럭시Z플립4를 공식 출시할 전망이다. 출고가는 전작(약 125만원)보다 낮출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갤럭시Z폴드4, 화면 가로로 넓어져...메인 카메라 1200만→5000만 화소로 ‘갤럭시Z폴드4’의 스펙도 제법 드러난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아이스유니버스’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메인디스플레이와 커버디스플레이의 크기와 주사율은 전작인 폴드3와 차이가 없다. 두 디스플레이 모두 120헤르츠(Hz)를 지원하며 메인디스플레이는 7.6인치 QXGA+ AMOLED, 커버디스플레이는 6.2인치 HD+ AMOLED가 적용됐다. 다만 신작에서는 종횡비에서 전작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Z폴드4의 커버디스플레이 종횡비가 기존 24.5:9에서 23:9로, 메인디스플레이는 5:4에서 6:5로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화면은 가로로 넓어지고, 내부 화면은 세로로 길어지는 것이다. 특히 갤럭시Z폴드4의 카메라는 전작 대비 후면 카메라의 화질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드 시리즈는 후면·전면·커버 등 세 부분에 카메라가 있는데 전작인 폴드3의 후면에는 모두 같은 1200만 화소의 카메라 3개가 탑재됐었다. 반면 신작 폴드4는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000만 화소의 망원 카메라를 탑재할 전망이다. 전면과 커버디스플레이에는 전작과 같은 400만, 1000만 화소의 카메라가 각각 탑재될 전망이다. AP는 갤럭시Z플립4와 마찬가지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젠1’이 탑재될 전망이다. 배터리 용량은 4400mAh로 전작과 같다. 메모리는 12GB 램, 스토리지는 256·512GB 등이다. 운영체제(OS)는 갤럭시Z플립4와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12 기반 원 UI 4.1.1’ 버전이 적용될 전망이다. 아이스유니버스는 폴드4의 무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60g보다 가벼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작인 폴드3의 무게는 271g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시장조사업체 등의 전망을 취합하면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약 1600만대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약 800만대의 폴더블폰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폴더블폰 대부분은 삼성전자 제품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폴더블폰 시장이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폭증하는 폴더블 시장에 대응해 갤럭시Z 폴드·플립4를 앞세워 ‘1000만대 벽’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올해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80% 이상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내부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 1000만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가 유독 고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플립4·폴드4를 앞세워 반전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명 IT 팁스터 존 프로서는 이달 초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갤럭시Z플립4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상인 ‘골드(금색)’가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제품군에 금색을 포함한 것은 2020년 갤럭시Z플립 이후 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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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부산엑스포 유치 첫 해외활동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오는 19일 프랑스 파리를 찾아 유치 활동을 본격화한다. 최 회장의 민간위원장 취임 이후 첫 공식 외교 무대다. 1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우선 최 회장은 오는 21∼22일 파리에서 열리는 제170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한국의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지원한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첫 대면 경쟁 PT로, 지난해 12월 열린 1차 PT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열렸다. 최 회장은 또 총회를 전후해 BIE 사무총장과 각국 대사를 만나 교섭 활동을 벌인다. 프랑스 현지의 동포들이 참여하는 ‘부산엑스포 결의대회’에도 참석한다. 최 회장은 한국 기업과 정부가 ‘팀플레이’를 통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온 사례를 설명하면서 부산엑스포 개최를 통해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도록 한국 기업이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민간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도 부산엑스포 전담 조직을 꾸려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민간위원회에는 현재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등 11개 사와 전국 72개 상공회의소, 해외한인기업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향후 관광, 문화, 금융 분야 등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국가별로 영향력도 큰 기업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사무국을 맡은 대한상의는 “기업별로 중점교섭 국가를 선별해 세부 전략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한 팀으로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펼쳐나간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박람회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불린다. 현재 2030 엑스포 유치 경쟁은 부산과 리야드(사우디), 로마(이탈리아)의 3파전 양상이다. 2030년 개최지는 내년 11월 BIE 회원국 170개 국가의 비밀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BIE는 이번 PT에 더해 앞으로 총 3번의 경쟁 PT를 추가로 연다. 회원국은 경쟁 PT와 내년 초 예정된 현장실사 결과 등을 고려해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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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확보전] 이재용 광폭 행보…"시스템반도체 1위 성패 달렸다"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 등을 잇달아 만나는 광폭 일정을 소화했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반도체 전략인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시스템반도체 미래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과 15일(현지시간) 양일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인트호번, 벨기에 루벤 등을 찾았다. 헤이그에서는 뤼터 총리를 만나 ASML 장비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7nm(나노미터·1nm=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 있다. 이 부회장이 뤼터 총리와 만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뤼터 총리에게 삼성과 네덜란드의 오랜 우정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문구를 각인한 웨이퍼를 전달하기도 했다. 에인트호번에서는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개월 만으로, 이날 방문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동행했다. 삼성전자와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동향 △반도체 시장 전망 △EUV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연구개발·투자, ASML과의 기술협력 등을 확대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과 메모리반도체 기술 초격차도 강화할 방침이다. EUV 확보, 파운드리 경쟁력 넘어 K-반도체 미래 달려 “그만큼 삼성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EUV 노광장비 확보에 파운드리 경쟁력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 출석까지 뒤로한 채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가장 큰 이유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핵심인 EUV 노광장비 확보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지난 7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헝가리, 독일,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에서 이번 유럽 출장에 나선 최대 목적인 EUV 노광장비 확보에 바짝 다가섰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났는데, 그는 특히 네덜란드 기업 ASML의 EUV 노광장비가 삼성전자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뤼터 총리에게 사실상 ‘지원 사격’을 요청했다.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하려면···‘슈퍼을’ ASML과 협력 필수 ASML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일명 ‘슈퍼을(乙)’로 불린다.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으로, 반도체 집적 재료를 원하는 패턴으로 깎아내는 작업이다. 일종의 ‘틀’인 포토마스크를 따라 웨이퍼 위에 빛으로 패턴을 그려 넣는데, 공정이 미세할수록 반도체 성능과 품질이 달라진다. EUV 노광장비는 회로 폭을 나노 수준으로 미세하게 그릴 수 있는 장비로,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얇으면 얇을수록 저전력·고성능 특성을 보이고 같은 웨이퍼 면적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대당 2000억원을 웃도는 초고가지만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ASML은 지난해 42대를 만들어 매출 63억 유로(약 8조4500억원)를 올렸는데 대만이 44%, 한국이 35%를 차지했다. ASML은 올해 55대, 내년 60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돈다발을 싸 들고 가도 사기가 힘들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목표로 삼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비전 2030)’은 사실상 이 장비 확보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TSMC 100대, 삼성 15대...이재용, ‘EUV 해결사’로 나서 파운드리 1위 속도전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확보한 EUV 노광장비는 15대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가 100여 대를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인텔까지 장비 확보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삼성전자는 EUV 노광장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반도체 초격차’를 강조해온 삼성전자는 올해 EUV 노광장비 10대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이 장비를 노리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도 늘면서 계획대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이 부회장이 이번에 직접 네덜란드로 날아가 뤼터 총리에 이어 ASML 경영진을 직접 만난 것이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EUV 노광장비 확보에 직접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ASML 장비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수시로 만나 기술 로드맵과 중장기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찾아 미래 반도체 기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EUV 노광장비 제조 현장을 직접 찾았다. 2016년 11월에는 내한한 피터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이 삼성전자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는 2012년에는 ASML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업계는 삼성이 지난 5월 발표한 반도체·바이오, 신성장 IT(AI·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이 이번 이 부회장의 EUV 노광장비 확보전을 통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만간 착공을 앞둔 17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 EUV 노광장비 투입이 시급하다. 2024년 양산을 계획한 가운데 5나노 미세공정을 구축하려면 지금 당장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이 장비는 생산하는 데 2년 정도 걸려 지금 장비 공급을 확답받아야 테일러시 공장 가동이 계획대로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해결사’로서 면모를 보였으며, 삼성과 ASML 간 파트너십을 공고히 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가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이 부회장과 삼성전자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영리 반도체 종합 연구소 IMEC 방문...‘미래 먹거리’ 발굴 한편 이 부회장은 15일에는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re)를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루크 반 덴 호브(Luc Van den hove) CEO와 함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그는 또한 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하고 있는 첨단분야 연구개발 현장도 살폈다. 이는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꼽은 ‘삼성의 미래 먹거리’ 분야와도 궤를 같이하는 분야다. IMEC는 1984년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반도체 설계, 공정 기술, 소재, 장비 등 반도체 분야 외에도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에너지까지 다양한 첨단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벨기에 이외에도 네덜란드, 미국, 중국, 일반, 대만, 인도 등 세계 6개국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나노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허브로 현재 95개국에서 모인 45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국가를 초월한 다국적 연구를 수행하며 3~10년 뒤 상용화될 미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약 1조원 규모로 대부분 정부 기금 모집(펀딩) 및 회원사의 연회비로 마련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전 세계 600개 이상의 기업 파트너와 학계의 네트워크도 구축, 광범위한 연구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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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동맹설] '설은 결국 설로 끝났다'...삼성-LG '패널 협상' 무산된 속사정
“양사 누구도 OLED 패널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은 없다. 다만 6개월이 넘어가는데 양사 모두 뭔가 말이 없으니 결국 (협상이) 끝난 거 아니겠는가. 하반기에 OLED TV 신제품이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용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동맹’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그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전자업계 경쟁 그룹 간 유례없는 동맹은 결국의 무위로 끝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철저히 '실익'을 저울질한 양사가 한 발짝도 양보하지 못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자회사로 둔 삼성전자가 결국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황 나빠진 TV 시장...삼성전자, W-OLED 신제품 연내 출시 희박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양사의 OLED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를 채용한 삼성전자 OLED TV 신제품을 연내 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주요한 이유였다. TV 시장 업황 악화와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가 신제품 출시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전 세계 TV 시장은 지난해보다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령 등으로 전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인플레이션 등도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전체 대형 TV 제품 가운데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절대적인 주력 제품으로 판매해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LCD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대세가 된 OLED TV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W-OLED 제품 출시를 저울질해 왔다. 복병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공급량이 적고, 수율(완성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낮아 목표 출하량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LG디스플레이와 W-OLED 패널 공급 협상을 진행, 목표 출하량을 메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W-OLED TV 신제품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무리해서 수율이 낮은 OLED TV 출시를 하는 대신 당분간은 LCD TV 판매에 주력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안정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결국 ‘가격’...LCD 가격 내림세·OLED 수익성, 협상에 발목 잡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반년 가까이 끌어온 협상이 물거품이 된 것은 결국 패널 가격을 둘러싼 견해차가 첨예했기 때문이다. OLED 패널 가격은 기본적으로 LCD 패널의 수배에 달해 제조 원가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TV 1대를 판매했을 때 수익도 LCD와 비교하면 OLED가 낮다. 이런 이유로 TV 제조사는 최대한 싼 가격에 패널을 공급받으려 하고, 패널 공급사는 최대한 수익 보전을 위한 가격 방어를 하려고 한다. 이런 이해관계는 이번 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측에 LCD 패널 수준은 아니더라도 LG전자에 공급하는 것보다 저렴한 납품가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 OLED 패널 시장 확대와 수익성 회복을 노렸던 터라 납품가를 마냥 낮게 책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TV 사업 대부분을 의존하는 LCD 패널 가격의 내림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로선 LCD 가격이 낮은데 굳이 비싼 W-OLED 패널을 무리해서 확보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최근 32인치 LCD 패널 가격은 30달러로 한 달 전보다 20% 하락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87달러)와 비교해도 65.5% 급감한 수준이다. 가장 수요가 많은 55인치와 65인치 LCD 패널도 한 달간 7.3% 9.3% 각각 하락했다. 삼성전자, 제 식구 ‘QD-OLED 키우기’...높은 수율 업고 투자 확대 전망 양사의 협상이 틀어진 또 다른 이유는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 전략을 바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어렵게 협상을 통해 LG디스플레이의 W-OLED TV를 출시하는 대신 투자 확대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중심으로 QD-OLED TV 시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다.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체 개발한 디스플레이 패널로,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 지난 4월 해외에서 먼저 QD-OLED TV를 출시한 상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 수율이 최근 80%대까지 급상승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QD-OLED 생산을 시작한 이후 초기 수율은 30%대에 불과했지만 6개월을 넘기면서 최근 수율 80%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이렇게 단기간 수율을 높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본다. 전 세계 대형 OLED 패널의 99%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도 수율 안정화에 수년이 소요됐다. 최근 ‘LCD 시장 완전 철수’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LCD를 생산하던 충남 아산캠퍼스 8세대 생산라인도 QD-OLED로 전환할지 검토 중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대형 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QD-OLED를 포함한 QD디스플레이에 1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대입하면 현재 월 3만 장 수준인 QD-OLED 캐파(생산능력)를 9만 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또한 현재 80%의 수율을 유지할 경우, 삼성의 QD-OLED 패널 캐파는 현재 144만 장에서 430만 장으로 늘어난다. 연내 QD-OLED 투자 확대만 결정된다면, 삼성전자로선 굳이 LG디스플레이 패널 확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