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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경고등] 지붕 뚫린 대출 금리
최근 한달 새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0.14%포인트나 뛰었다. 넉 달 연속 상승해 3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시중은행들은 당장 16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에 신규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코픽스가 반영되면, 시중은행의 각종 대출 금리는 일제히 오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가 조만간 연 7%대로 올라선 뒤 8%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보다 0.14%포인트 오른 1.98%라고 공시했다. 5월 말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10%포인트 올라 1.68%를,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09%포인트 올라 1.31%를 각각 기록했다. 코픽스가 1.9%대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전인 2019년 4월(1.94%)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코픽스는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0.82%였는데, 1년 사이 두 배 넘게 올랐다. 최근 코픽스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인상한 영향이 크다. 코픽스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의 인상 또는 인하를 매달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때문에 코픽스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도 지난달 16일 연 2.460%에서 이날 연 3.023%로 1개월 새 0.563%포인트 올랐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잔액 기준 코픽스에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후순위채 및 전환사채 제외)가 포함된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기존 코픽스 대상 상품에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 및 결제성자금 등을 추가로 포함한 가중평균금리다. 통상적으로 잔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되지만,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해당 달에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신속히 반영된다는 특성이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코픽스 연동 대출을 받고자 한다면, 코픽스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뒤 신중하게 대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픽스는 지난 1월 1.64%를 기록한 뒤 2월 1.70%→3월 1.72%→4월 1.84%→5월 1.98%로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코픽스 인상폭에 따라 주담대 변동형 금리 상승폭도 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승은 당분간 이어져 대출자의 이자 부담가중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고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금융지원 조치도 속속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금리를 올려 예수금을 늘려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코픽스도 계속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 비상에 금리 발작···혼합형·변동형 다 오른다 비단 변동형 주담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과 신용대출도 마찬가지다. 주요 대출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다. 신용대출 금리는 주담대보다 더 빠르게 뛰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족과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돈을 빌린 취약계층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 산정 때 기준이 되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상품(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959%로 올라갔다. 2012년 4월 10일(3.96%)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 격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2.969%였다. 2012년 9월 19일(2.92%)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과 예금 수취를 통해 대출해줄 자금을 조달한다. 때문에 시중은행 대출 금리도 같이 오르는 구조다. 같은 날 5대 시중은행별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우리은행 5.20~6.88% △하나은행 5.109~6.409% △KB국민은행 4.33~5.83% △NH농협은행 4.39~5.79% △신한은행 4.52~5.35% 등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차주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를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가 7%로 인상될 경우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을 전제하면 월 대출상환액이 평균 261만원에 달한다. 통계청 도시근로자가구 가처분소득 약 419만원의 62%로, 사실상 번 돈의 60%를 빚 갚는 데에 써야 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해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 연간 평균 이자비용이 329만원에서 489만원으로, 160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더 오른다는 것···글로벌 긴축 압력 영향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 이유는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이자율이 높아져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진단에 따라 글로벌 긴축 압력이 거세지면서 국내 대출금리의 고공행진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시장에선 연내 기준금리가 2%를 넘어 2.25~2.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백인석·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연준 통화정책 평가 및 국내 금리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금융채 5년물과 코픽스 금리도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자본연이 2010년 이후 데이터를 활용해 연준의 금리인상시 국내 대출금리 평균 추이를 추정한 결과, 연준이 금리를 1.0%포인트 올리면 국내 가계대출 금리는 1개월 내 0.35%포인트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포인트 금리인상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네 차례 또는 빅스텝(0.50%포인트) 두 차례 인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금리폭이다. 기존 가계대출 잔액의 77%(3월 말 기준)가 변동금리 대출로, 취약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 연구위원은 “기존 대출자들은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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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쇼크] 시총 1조 달러 붕괴한 가상자산…"더 떨어진다" 비명
전 세계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이 1년 4개월 만에 1조 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물가가 역대급으로 치솟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한 데다, 가상자산 시장 곳곳에서 리스크가 터지면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의 겨울)’가 다시 온 것 아니냐는 공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한국시간) 전체 가상자산 시총은 9649억 달러(약 1241조원)로 쪼그라들며 1조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11월 2조9680억 달러(약 3817조원)로 정점을 찍었던 가상자산 시총이 7개월 만에 2조 달러 넘게 증발한 것이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은 일주일 만에 각각 23%, 30% 급락했다. 지난 10일만 해도 3만 달러 부근에 있던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시간 2020년 12월 이후 최저점을 찍고 2만29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50% 하락했고,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가(6만 7802달러)와 비교하면 60% 이상 급락했다. 1700달러 선 위에 있던 이더리움 가격도 1255달러를 기록 중이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가상자산···도대체 왜?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전망 속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투매하면서 급락하고 있다. 고(高)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긴축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경계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조되면서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6%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산 가상자산 테라USD와 루나의 폭락 사태, 가상자산 담보 대출 서비스 업체인 셀시어스의 대규모 인출 중단 사태는 투자자들의 투매를 더 부추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퍼지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의 이런 하락세는 다른 가상자산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셀시어스는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극단적인 시장 상황으로 뱅크런(예금자들이 예금인출을 위해 몰려드는 현상) 사태가 발생해 출금, 스왑, 계정간 이체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동성을 안정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커뮤니티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미국인 기업가 앨릭스 마신스키 등이 설립한 셀시어스는 그동안 가상자산을 예금할 경우 18%대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170만명의 예금자를 끌어모아 수십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굴렸다. 때문에 대량 예금인출 요구가 발생할 경우 셀시어스가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결국 셀시어스에 대한 파산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대량 인출을 요구하게 됐고, 셀시어스는 준비금 소진을 우려해 서비스 중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셀시어스 자체 코인인 셀(CEL) 가격은 하루 만에 50% 이상 폭락했으며, 동결 자금은 80억 달러 수준이지만 셀시어스는 인출 재개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셀시어스는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아 투자자 보호 방안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 곳곳에서 안정성과 신뢰에 금이 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지원하는 셀시어스의 라이벌 격인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는 이날 비트코인 가격 폭락에 직원 2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잭 프린스 블록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셀시어스 상황과 관련이 없으며 수익성 달성을 목표로 모든 플랫폼과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밤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약 3시간 동안 비트코인 인출이 중지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사소한 하드웨어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유동성 부족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했는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바이낸스 측은 불황기인 현재 인재를 영입하고 인수합병까지 시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만 달러까지 무반등 하락”···‘크립토 윈터’ 공포 드리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겹악재에 시달리는 만큼 당분간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흐름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혹은 5년 전 냉각기와 유사하게 흘러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 루노의 비제이 아야르 부사장은 비트코인이 직전 하락장 때 80% 폭락했다는 점을 짚으며 “앞으로 한두 달은 비트코인 가격이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 업체 ‘체인업’의 제프 메이 최고마케팅책임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위험하고 현금화하기 쉬운 가상자산들이 매도 우위 시장에서 가장 먼저 팔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 전문 매체 FX스트리트는 “비트코인이 2만 달러로 떨어질 때까지 시장의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다”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자본금이 1주 동안 20%나 줄었는데 가격이 하락하면 거래량도 줄어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상화폐 ‘공포와 탐욕 지수’는 11포인트까지 내려갔다”면서 “이 지수가 10포인트대에서 오랫동안 머무른 건 ‘크립토 윈터’이던 2018년 12월과 매도의 마지막 신호가 나타난 2020년 3월”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정보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이날 오후 ‘극단의 공포’ 구간인 8포인트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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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후폭풍] '제2 루나 사태', 민간 자율규제로 막을 수 있을까
국내 주요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2 루나 사태‘를 막기 위해 공동 협의체를 출범하고 올 하반기 거래지원(상장)과 관련한 공통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 가상자산의 운영방식이 거래소마다 차이가 커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구속력이 없는 그야말로 자율규제인 만큼 실효성 제고 방안은 숙제로 남았다. 국내 주요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간담회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는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협의체를 출범, 자율적으로 상장 관련 기준을 마련해 개선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로 활용하기로 했다. 협의체에는 5개 거래소 최고경영자(CEO)와 관련 실무진이 참여하며 △거래지원 △시장감시 △준법 감시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세미나, 해외사례 조사 등을 통해 각 부문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오는 9월부터 가상화폐 경보제와 상장 폐지 기준을 마련하고, 백서와 평가보고서 등 가상화폐 정보를 제공한다. 가상화폐의 상장을 폐지할 때는 이들 거래소가 마련한 공통 항목을 기준으로 삼는다.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거나 공시와 다른 비정상적인 추가 발행이 확인될 경우 등이 폐지의 주요 기준으로 거론된다. 또한 공동으로 마련한 위기 대응 계획을 적용해 루나 사태와 같은 코인런(대규모 인출) 위기가 발생하면 가상화폐 입출금 허용 여부, 거래지원 종료 일자 등을 논의해 공동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이런 위기가 발생하면 24시간 이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유통량이나 가격에 급격한 변동이 발생해 시장질서 훼손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면 공동 기준에 입각에 투자주의 경보를 발령한다. 10월에는 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은 거래소가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공통 평가항목을 중심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가상화폐의 기술적 효율성 위주로 평가됐지만 향후에는 폰지성 사기 여부 등까지 평가하는 프로젝트 사업성도 살핀다는 설명이다. 해당 가상화폐의 자금세탁 악용 가능성, 발행재단과 거래소 간 특수관계 여부도 확인하고 신규 가상화폐를 심사할 때는 외부 전문가 참여 비율을 높임과 동시에 평가 결과를 문서로 보존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외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화폐에 대한 백서와 평가보고서를 제공하고 투자 위험성을 안내하기로 했다. 구속력 없는데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다만, 이 자리에선 구속력이 없는 민간 자율규제로 루나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쏟아졌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자율규제안 방식이 가이드라인 방식이다 보니 구속력이 없다”며 “공동 협의체의 조직 구성과 역할 권한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복수 거래소에 상장한 비트코인과 루나 같은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체계가 유의미해 보인다”며 “문제는 국내 거래소에서 단독 상장해 있는 경우에는 셀프 모니터링을 진행하게 될 텐데 이에 대한 실효성이 있을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미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2007년 12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의 권고에 따라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자율규제안을 마련해 운영했으나 강제력이 담보되지 않는 자율규제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면서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감독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5대 거래소 대표와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후 조치에 대해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윤창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공동협의체가 제대로 된 자율 규제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실제적인 힘과 예산, 조직을 부여하는 쪽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시장 감시, 준법 감시, 상장 분과위원 이런 걸 제대로 만들어서 좋은 사람이 들어가 역할을 하면 그 자체가 중요한 프로토콜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에서는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한 당부가 주를 이뤘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자율 규제안 관련해서 금융위 어느 부서에서 맡아서 보완할 것인지, 금감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아직 안 정해졌다”면서 “자율규제 개선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토해서 이른 시일 내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루나 사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가상자산 시장도 존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정 노력을 살펴 필요한 사항은 ‘(가칭)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반영하는 등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은 이번 사태로 인한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 현장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루나의 증권성을 살펴보고 있는데 금감원도 함께 점검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잘 살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복잡성, 예측이 곤란한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민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시장 자율규제의 확립이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적 정합성 제고를 위해 해외 감독당국, 국제기구 등과의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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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尹정부 금융號] 김주현 강조한 금산분리, 금융 신사업 활성화되나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에 지목된 김주현 후보자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결합 제한)’ 완화를 강조하면서 금융권에 화색이 돌았다. 그동안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해달라고 주장하던 금융권은 새 정부가 30년 가까이 경제·금융권에 정착된 금산분리 원칙을 어떻게 손볼지 기대가 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비금융 사업 진출과 관련해 은행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금융권에 해당하는 은행들은 현재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거쳐 시범 운영하는 통신업, 음식배달업 외 가상자산, 정보통신기술(ICT), 메타버스 등 분야 진출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금산분리 원칙 등 규제가 일부 완화돼야 가능한 사업들이다. 금산분리가 뭐길래···‘금융권 BTS’ 탄생하나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규정하는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원칙으로 1995년 처음 도입됐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산업자본 간 상호 지분 소유와 지배를 금지했다. 즉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길을 원천 차단하는 용도로 기업이 소유한 은행을 통해 고객 자산을 빼돌려 자회사를 지원하거나 계열사를 늘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금산분리 원칙은 강화와 완화를 되풀이해왔다. 도입 당시만 해도 정부는 신규은행 설립과 제2금융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고, 이를 계기로 대기업들은 앞다퉈 제2금융권에 진출했다. 그래서 재벌 총수가 금융회사를 개인금고처럼 사용하는 것을 막을 필요성이 커졌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재벌개혁을 이유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로 대폭 강화했다. 이후 재계와 금융권에선 지속해서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워낙 커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까지 올려놓는 완화정책을 폈으나 박근혜 정부가 이를 원상복귀(4%)시켰다. 2013년 동양그룹 자금난 사태로 금산분리 강화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다. 지금도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주식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은 경우엔 10%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금융권에서 지켜온 금산분리 원칙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감안하면 과거 ‘금산분리 원칙’도 개편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며 족쇄를 풀어주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스타트업 투자가 상당한 제약을 받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 금산분리 완화로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미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과 비금융의 업무 영역이 없어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핀테크사도, 기존 금융회사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핀테크산업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기존 금융사들도 혁신할 수 있는 규제·법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문화 분야의 BTS, 영화산업처럼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세계적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가상자산업까지 진출? 기대 거는 금융권 금융권은 금융산업에 진출한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와 비교해 다른 산업에 도전장조차 내밀 수 없는 점을 수차례 문제 삼아왔다. 빅테크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등을 적용받아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반면 은행·금융지주는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 규제에 막혀 다른 산업에 도전할 수 없다. 은행권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업계 제언 보고서 초안에서도 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초안이 유출돼 보고서를 인수위에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은행권의 신산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은 고유업무인 수신·여신·외환과 연관성이 존재하는 경우만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있다.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긴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혁신금융 지정 기간이 만료되면 사업을 종료해야 한다. 때문에 사업 철수에 따른 소비자 피해, 시장 혼란 우려가 있다. 은행 중에는 KB국민은행이 2019년부터 알뜰폰 사업 ‘리브엠(Liiv M)’을 시작했고, 신한은행이 음식배달 중개플랫폼 ‘땡겨요’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은 자회사 업종도 금융위가 정하는 업종으로 제한된다. 이런 제약이 없는 해외 현지법인을 인수할 때 특히 불편함을 겪는다. 열거된 업종에 포함되지 않거나 그 정의가 불분명해 인수 절차가 지연되기 부지기수다. 금융권은 향후 규제가 풀리면 핀테크 업체를 인수하고 기술을 개발해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비트나 빗썸과 같은 기존 가상자산거래소들과의 직간접적인 경쟁 구도도 예상된다. 앞서 은행권에선 제언 보고서의 자산관리 서비스 혁신 항목에서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 허용’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앞으로 제정될 가상자산업법에서 정의되는 가상자산업종을 은행도 모두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가상자산거래소뿐 아니라 가상자산 보관 전자지갑 서비스,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기업 등 대상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은행권은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은 주로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부 가상자산사업자의 독과점 발생 등 시장 불안에 대한 이용자 보호는 부족하다”면서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고 제안했다. 은행권은 로보어드바이저(로봇 투자전문가)를 활용한 투자일임업에 걸린 빗장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은행의 투자일임업(금융전문가에게 투자 위탁) 겸영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만 허용되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일임업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많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은행권은 보고서에서 “마이데이터 라이선스(허가)는 은행·금융투자·전자금융업자 등에 같은 기준으로 부여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은행에도 차별 없이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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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尹정부 금융號] 싹 바뀌는 금융권 수장들…놓인 과제 수두룩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을 이끌 양대 금융당국 수장 진용이 갖춰지면서 다음 시선이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인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권 교체기 사실상 수장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던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경영 공백기가 길었기 때문에 새롭게 선출될 수장 앞에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수장 인선을 기다리는 자리가 6개에 달하는 만큼 연쇄적으로 인사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관계 기관 임직원들은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 지명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명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금융권 인사가 요동치고 있다.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수장들은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일 내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석 상태나 다름없어 교체가 유력시되는 주요 금융기관장으로는 △한국수출입은행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여신금융협회장 △한국신용정보원장 △보험연구원장 등이 꼽힌다. '낙하산 저지' 외치는 노조···국책은행 수장 임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DB산업은행은 국책은행 중 가장 먼저 수장 공백을 메웠다. 강석훈 신임 산은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았으며, 인수위원회 당선인 정책특보까지 맡아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밑그림에 힘을 보탠 핵심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강 회장은 출근 첫날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업무 첫날인 지난 8일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에 가로막혀 이틀 연속 출근을 저지당했다. 노조 측은 “낙하산 회장을 거부한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언론 발표 당일에 제청과 임명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강석훈 회장이 본점 지방 이전 미션을 부여받고 왔을 것이라는 건 명확하다”면서 “강 회장 출근을 저지하는 것에서부터 지방 이전 저지 투쟁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강 회장은 산은 지방 이전 외에도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쌍용차 등 굵직한 구조조정 문제와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합병 등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노조 저지로 2020년 임명 한 달 만에 출근한 사례가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을 가늠할 수 없다”면서도 “수장 공백 상태가 길어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은 사태를 지켜보는 수출입은행도 좌불안석이다. 당초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임기는 오는 10월 말로 무난하게 끝마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돌연 방 행장이 신임 국조실장으로 발탁되면서 수출입은행법에 따라 권우석 전무이사(수석부행장) 직무 대행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수은 역시 공약 사항은 아니었지만 지방 이전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 바 있어 내·외부에선 차기 수장 행보에 관심이 많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기재부 출신 관료가 차기 행장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 방 행장 역시 행정고시 28회로 기재부에서 대변인, 예산실장, 제2차관 등 핵심 요직을 거친 기재부 출신 인사다. 후임으로는 김철주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황건일 세계은행 상임이사, 송인창 대전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수은 행장은 기재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3년 임기를 보장받는 데다 연봉도 4억원대이며 차기 정부 주요 관료로 발탁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자리"라며 "많은 민관 인사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수·최종구·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수은 행장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직행한 바 있어 수은 행장은 ‘금융위원장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됐다가 그가 고사하면서 무산됐다. 떠나는 윤 행장을 위해 이임식까지 준비했지만 없던 일이 되면서 윤 행장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새로운 행장이 선임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윤 행장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지만 주요 국책은행 수장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동시에 교체되는 만큼 기업은행도 교체되지 않겠냐는 교체설이 나온다. 특히 여당에서 윤 행장을 문재인 정부 인사로 규정해 국조실장 임명을 반대했던 점이 교체설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을 지내며 경제정책에 실패한 인물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임기가 7개월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교체 없이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과거 정권 교체 시점에도 임기가 남은 행장이 교체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단 경영진은 조직 재정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이후 멈춰 있던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등 5개 계열사 인사부터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장 임기 끝난 신보·신용정보원도 속도 낸다 금융공기업 중 가장 인선이 시급한 곳은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신용정보원이다. 두 곳 모두 이미 수장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은 정부와 금융당국 간 긴밀한 호흡이 필수다. 특히 신임 신보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소상공인 대환대출 등 금융당국 정책 결정을 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대희 신보 이사장 임기는 지난 4일 만료됐지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임이 없어 직무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윤 이사장은 2018년 6월 5일부터 신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당초 임기는 3년이었지만 한 차례 연임해 올해 6월로 임기가 연장됐다. 신보는 지난 4월 후임 이사장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완료했지만 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관련 법에 따라 임원 임기 만료 두 달 전까지 후임 인선을 위한 임추위 구성을 마치고, 임추위 회의를 통해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자격 요건 등을 확정한 후 이사장 공개 모집 공고를 내고 내부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올스톱 된 상태다. 신보 이사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임명이 완료된 후에야 제대로 된 후임 인선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신현준 원장이 지난 3월 8일 임기 만료됐다. 통상적으로 모집 공고와 서류 공모 절차 등을 고려해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후임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만 속절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신 원장 후임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자 금융위 내 주류로 꼽히는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 조방수 신용정보원 전무가 후보자 물망에 오르내렸지만 지금은 쏙 들어간 상태다. 차기 원장 선임 일정이 연기된 보험연구원장 인선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장 인선은 지난 3월 금융당국 요청으로 면접 직전에 무기한 연기된 후 안철경 현 원장이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지목되면서 여신금융협회장 자리도 비어 있는데 여신협회는 다음 달 후보자 공고를 내고 적임자를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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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후폭풍] 금융권에도 불똥 튀었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에 따라 금융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금융사 노동조합 측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 폐지 혹은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나설 조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부별로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사측도 법원이 제시한 유·무효 기준을 놓고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선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줄어든 임금을 돌려달라는 금융권 근로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근로자가 제기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이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으로 대법원은 해당 사건의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 분야에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금융권 임금피크제 도입 20년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근로시간·근로일수 조정 등을 통해 임금을 감액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성이 강한 한국의 임금체계 하에서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줄이고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정년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유지형이라 불리며,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이다. 대다수 사업체는 정년연장형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체 노동력부가조사에 따르면, 국내 164만3000여개 사업체 중 정년제를 운용하는 사업체는 34만7000여개로, 이 중 22.0%(7만6507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7만6507개 사업체 중 87.3%(6만6790개)는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2013년 5월 이후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금융권에서는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을 시작으로 2005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잇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대부분 만 55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정년을 만 60세까지 늘린 뒤 매년 임금을 순차적으로 깎는 정년연장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직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업무량과 강도를 낮추는 등 노사 합의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임금피크제 적용자는 725명이다. 전 직원 대비 임금피크제 적용자 비율은 △KB국민은행 2.3% △우리은행 2.1% △신한·하나은행 0.1% 수준이다. 국책은행의 경우 △산업은행 8.9% △기업은행 7.1% △수출입은행 3.3%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다. 노조 "폐지 혹은 전면 수정" 요구 나선다 금융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 당사자인 일부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적용 전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해당 지침에 발맞춰 각 은행 노조들도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또는 임금 삭감 폭을 줄이는 등 전면적인 제도 수정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2일 산하 조직에 "개별 사업장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대응 지침을 배포했다. 전국사무금융노조도 성명을 내고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희망퇴직으로 등을 떠미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희망퇴직의 배경이 바로 임금피크제 도입인 만큼, 지금 즉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 노조가 적극적으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 국책은행의 경우 이미 소송 중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이번주부터 소송인단을 공개모집해 7월께 소송에 돌입할 계획이다. 류제강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인원은 343명이며 이 가운데 133명은 여전히 창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약 40%에 달하는 인원이 임금피크제 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는 2019년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기업은행 현직자와 퇴직자 470명도 지난해 1월 사측을 상대로 임금피크 무효와 임금 삭감분을 반환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더군다나 국책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비중이 더 높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내년 기준 국책은행 임금피크제 진입 인력은 약 15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약 노동자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개선이 이뤄진다면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국책은행 희망퇴직 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더 나은 조건의 희망퇴직 제도를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책은행 노조 측은 "지금은 우선 임금피크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진전이 있다면 기획재정부와 명예퇴직 조건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임금피크제 무효되진 않을 것" 금융권은 이번 판결로 그동안 운영해왔던 임금피크제 정책이 무효가 되거나 전면 개편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강도가 낮은 업무로 전환시키고 있어 업무 조정이 없었던 대법 판결 사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임금 감액을 하기 전 합의 하에 충분히 보상 조치를 했으며 업무량과 시간도 크게 줄었기 때문에 대법 판례와 우리의 사례는 아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행권은 이번 판결로 올해 노사 교섭에서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해왔던 노조의 목소리에 보다 힘이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국책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문제까지 거론될 것으로 보여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국책은행은 총 인력 정원이 정해진 가운데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실무에서 제외되면서 일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고 인사 적체가 발생하자 희망퇴직을 활성화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소송 쟁점이 제각각이라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임금피크제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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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 "DSR로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 유지"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7일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복합적 위기 가능성이 있다며 "창의적인 정책 대응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금융위원장 후보자 지명 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근 시장 불안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 상황에 따른 정책 대응 후유증과 국제정치적 구도 변화에 따른 파급영향이 복합되어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김 후보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본으로 하는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금융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분명히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면서 "필요한 미세 조정은 하겠지만 DSR를 기본으로 하는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은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루나 사태'를 일으킨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선 신중한 견해를 취하면서 업계의 자율 규제를 우선으로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응용돼서 발전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불꽃을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상자산 업계 분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1958년생으로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예금보험공사 사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2019년 6월부터 여신금융협회장을 맡았다. 다음은 김 후보자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Q. 우크라이나 사태, 금리인상, 가상자산 등 대내외적으로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계신 분야는 어떤 곳이냐. A. 지금 상황은 과잉 유동성 후유증 외 정치적 요인에 다른 영향까지 복합해서 나오기 때문에 한 분야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금융과 재정, 미시적 구조조정 정책이 같이 어우러져서 대처해야 한다. 창의적인 정책을 제가 말씀드린 것은 위기 양상이라는 게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듯 여러 가지 방향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위기 상황이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예측하고 거기에 대해 정책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정책을 패키지로 꾸리겠다. Q. 가계부채 대응책은. A. 여러분이 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면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DSR 규제의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현재 경제 상황에 맞게 조금씩 필요한 미세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대한 의견은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DSR는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리라는 것이며, 이에 대한 기본 원칙을 유지하며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은 유지해나갈 것이다. Q. 최근에 기준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많이 올렸다. 이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A. 어느 수준으로 금리인상을 해야 적정한지는 정답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은행들은 ESG 등 전반적인 사회공동체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기들 경제적 기조에 의한 인상 요인, 사회환경에 따른 필요성 이런 것들을 적절히 감안해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하길 기대하고 믿는다. Q.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에 대한 견해는. A. 추가경정예산으로 시행하는 금융 조치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는 9월 대출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각 금융사도 고객들의 상환 능력이 오는 9월쯤 어떤 상황일지 하나하나 판단하고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조치 등을 통해 생각보다 소프트하게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부채 연착륙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상환 능력을 생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 Q. 금융산업도 역동적 경제의 한 축을 이루어 독자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과감히 쇄신하겠다고 했다. 은행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핀테크는 규제 혁파를 주장한다. 어떤 쪽에 중심을 둘 계획인가. A. 제가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바는 금융회사들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면 여러분이 방탄소년단,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요인으로 우리나라 여권을 소지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런 것처럼 금융회사도 세계 속에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핀테크든, 기존 금융사든 관계없이 양쪽에서 모두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길 희망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외국 경쟁사가 하는데 우리는 못 하는 것을 찾고, 이유 없이 규제로 인해 막힌 부분을 뚫겠다. 그리고 빅테크는 하는데 기존 금융권에서 타당한 이유 없이 못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규제는 풀겠다. 하나하나 따져서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전업주의 기본원칙도 일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그것까지도 바꾸겠다. Q. 역대 정부에서 금융혁신을 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행된 바 없는데. A. 우리 경제는 지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다. 지금은 이미 금융환경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바꿔서 대응하지 않으면 선두는커녕 살아남기 힘들다.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위축되고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경제적 이슈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재정으로 하는 건 한계가 있고 민간 쪽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도 정책금융, 시스템 정비해서 효과적으로 해보겠다는 데 대해서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본다. Q. 가상자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은. A. 가상자산은 이야기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다. 이렇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이슈는 보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라 한쪽 입장에선 말하기 어렵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이슈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서 응용해서 발전될 수 있는 면이 충분하다고 본다. 제가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말이 '책임 있는 개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전 부처에 가상자산 활용방안 연구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나온 단어가 '책임 있는 개발'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가상자산 업계에 계신 분들도 사회적 이슈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금융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도 충분히 참여시켜서 책임 있는 개발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고 자율적인 업계 노력과 정부의 제도적인 보완에 대한 균형을 맞춰나갈 생각이다. Q. 또한 최근 불거진 '루나 사태'와 같은 가상자산 이슈가 터졌을 때 금융위원회의 대처 방안은. A. 루나 사태의 경우 다시 안 터지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 법·제도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에서 13개 법안을 논의 중이다. 가능한 입법이 빨리 추진돼야 하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연말에 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상자산이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제도 공조화가 안 되면 한쪽으로만 겉돌 수 있다. 우리도 준비는 하겠지만 입법화 전까지는 민간업계 자율적으로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민간업계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어렵고 부담이 많은 제도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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