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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딜레마] 규제혁파 외치는 정부, SMP는 왜 제한할까
정부가 적자난에 빠진 한국전력을 구하기 위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민간 발전업계에서는 한전의 경영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조치라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혁파’를 강조한 가운데 한전 적자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전기요금에 오히려 규제를 추가하며 정책 방향과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SMP 상한제 관련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었다.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SMP 상한제는 국제 연료 가격 급등 등에 따라 전력시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 동안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 1개월 동안 적용된다. 상한가격은 평시 수준인 10년 가중 평균 SMP의 1.25배 수준이다. 가령 산업부가 SMP 상한제를 발표한 날인 지난 5월 24일 기준 전력거래소가 추산한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는 155.8원이다. SMP 상한제를 시행하면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155.8원보다 높을 경우 한전은 전력 가격을 약 132~133원으로 정산할 수 있다. 이날 열린 산업부 규제위는 장영진 산업부 1차관과 신동일 명지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정책기획관, 민간전문가 8명, 민간기관 4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경우 자체 규제심사를 거친다. 규제심사는 규제영향분석과 자체 규제심의,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 심의,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부 장관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SMP 상한제가 업계 입장에서는 규제 신설, 강화 등 효과가 있으니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며 “규제위는 사인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열린다”고 전했다. 이번 규제위에는 SMP 상한제 관련 이해당사자인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연료전지발전협의회, 민간발전협회, 열병합발전협회 등 관계자도 참석했다. 앞서 산업부는 이달까지 민간 발전업계와 세 차례 이상 면담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각 업계는 규제위에서 SMP 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사업자들의 유지비용 상승 압박, 적자 확대 등 부작용을 설명하며 "전력가격에 손을 대는 제도를 만들어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비 상승에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는 SMP 상한제 발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추후 규제 심사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SMP 상한제는 산업부가 한전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1분기에 영업손실 7조7869억원으로 시작하며 경영난에 빠진 모양새다. 한전이 역대급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한전이 각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SMP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비가 급등세를 보이자 SMP도 덩달아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통합 SMP는 전년 대비 77.4% 오른 140.34원이다. 앞서 4월 통합 SMP는 202.11원으로 한때 2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국제 연료가격이 상승하면 SMP도 상승하게 되고 최근 상황과 같이 연료가격이 과도하게 급등할 경우 SMP도 급등하면서 발전사업자들 정산금도 급등하기 마련”이라며 “발전사업자 정산금은 결국 한전이 부담하고 이를 전기요금으로 회수하는 구조에서 정산금 증가는 결국 전기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밝혔다. 민간 발전업계에서는 SMP 상한제를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관계자는 “SMP 상한제 문제는 시장 논리를 통해서 해소해야 하는데 전기요금을 못 올리는 현 시장에서 산업부와 한전이 시장 원리를 위반하며 민간의 이익을 뺏으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노골적으로 전기사업법을 근거로 (윤석열 정부와)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며 “정책 신뢰성을 훼손하는 정부 내부의 엇박자에서 신재생에너지 업계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SMP 상한제 대신 한전 적자난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도 제시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전 원료 가격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 연료에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적용 기한을 2022년 말까지 연장할 계획을 밝혔다. 발전용 LNG와 유연탄 개소세율도 올해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15% 인하한다. 한전도 산업부에 개선 방안을 전달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3원 인상 요청뿐만 아니라 추가로 전기요금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 정부에 협의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연료비 급등 폭을 반영하는 기준연료비 조정 △분기와 연간 연료비조정단가 상·하한 확대 △비상시 유보 등으로 회수하지 못한 연료비 미수금 정산 △총괄원가 방식 활용 원가 상승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SMP 상한제가 한전 적자 해소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정부가 규제를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반하고 SMP가 오른 여파가 전기요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료비가 오른 폭에 비하면 연료비 조정단가 3원도 굉장히 적은 수준”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정부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유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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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늪에 빠진 한국] 6월 무역도 '빨간불'...반전 키워드는 '중국'
6월 한국 무역이 적자로 시작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한국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수지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한국은 지난달 24년 만에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대중국 무역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27년 만에 대중국 무역 적자...6월도 계속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6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6월 들어 한국 무역수지는 59억9500만 달러 적자다. 수출은 151억 달러, 수출은 211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들어 한국은 무역 적자 늪에 빠졌다. 이달 10일까지 누적된 무역 적자는 총 138억2200만 달러다. 월별로는 1월 47억4000만 달러 적자로 시작해 2월 9억 달러, 3월 2억10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했으나 이후 4월과 5월 각각 25억1000만 달러, 17억1000만 달러씩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는 수출 부진이 아닌 수입액 급증세 때문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수출 누적액은 3076억8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10일까지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9% 늘어난 3215억500만 달러로 수출액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국제적인 가격 상승 여파를 크게 받은 탓이다. 여기에 대중국 무역 추세도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약 301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무역 수지로는 한국이 242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중국 무역은 불안세를 보이는 중이다. 올해 한국의 중국 수출액은 1월 133억6500만 달러, 2월 130억3900만 달러, 3월 156억50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4%, 16.3%, 16.7%씩 증가세를 보였으나 4월에는 129억4700만 달러로 3.4% 줄고, 5월은 134억1100만 달러로 1.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 증가세는 꾸준하다. 1월 중국 수입액은 131억6700만 달러, 2월 103억9900만 달러, 3월 126억1900만 달러, 4월 123억31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3%, 15.3%, 15.9%, 7.1%씩 올랐다. 5월 대중국 수입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33.4% 급증한 145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을 넘어섰다. 월간 기준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4년 8월 이후 27년 9개월 만이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 무역에서 1400만 달러 적자를 경험했다. 6월에도 대중국 무역은 불안한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2% 감소한 36억6000만 달러, 수입액은 1.7% 증가한 43억1300만 달러로 무역 적자 6억530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중국 내 입지 좁아진 한국...수출 다변화 시도해야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하락과 우리의 대응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8.0%로 5년 전 대비 1.9%p 하락했다. 이는 최근 중국과 무역 갈등 양상을 보인 미국(-1.7%p)보다 큰 폭이다. 한국의 대중 10대 수출 품목은 메모리반도체, 비메모리반도체, 전자집적회로, 무선통신기기 부품, 무선송신기기, 자동 데이터 처리기기 부품, 파라-크실렌, 기타 광학기기, 기억장치, 증폭기 등이다. 김아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 10대 품목이 중국 수입 시장 내 점유율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중국 수입 비중이 큰 품목에서 점유율 하락 추세가 두드러졌다”며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의 수입은 늘어나도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점유율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10대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 수입액은 지난 5년간 51.0% 증가한 데 반해 해당 품목에서 중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2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해당 품목에서 대만, 아세안 등 다른 국가 점유율은 상승했다. 특히 소비전자기기, 전자부품 부문에서 한국 제품의 수출 점유율은 각각 7.6%, 4.5%씩 하락했다. 여타 경쟁국이 최소 1개 이상의 하이테크 제품군에서 20% 이상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한국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품목군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시도 △고부가가치 수출 전략품목 발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률 개선 등이 제안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25.3%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대중국 수출에서 10대 주요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9.1%다. 이 중 메모리반도체 단일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20.5%다. 김 연구원은 “한국 수출은 기업 투자와 밀접히 연계되므로 수출시장 다변화는 제조업 분야 해외투자 지역의 다변화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일부 품목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성이 큰 중국 내수용 소비재 중심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중간재 자급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는 중간재 위주로 구성된 한국의 대중 수출 확대에 장기적·구조적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의료용품, 화학공업제품 등 부문에서 한국 경쟁력을 높이고 고급 소비재 부문에서도 차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중 FTA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2015년부터 발효된 한·중 FTA 활용률은 2020년 기준 64.9%로 한국 평균 FTA 활용률(74.7%)을 밑돈다. 대중국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재는 지난해부터 관세 인하가 적용돼 아직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올해 2월부터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됨에 따라 중국과 무역 장벽이 더 낮아져 무역 전환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무역 전환 효과란 여러 국가가 다자간 무역 협정을 체결해 교역 장벽이 없어질 때 생산비가 낮은 역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상품이 생산비가 더 높은 역내국으로 수입처가 전환되는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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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식량안보 첫발] '수입 99%' 밀가루, 쌀로 대체한다
한국 식량안보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농업 구조상 사료 곡물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밀·옥수수 등 식량주권과 직결된 곡물의 국내 자급률은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첫 식량안보 대책으로 수입률 99%인 밀가루를 쌀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 20만톤(t)을 공급하고 밀 수입량을 줄여 자급률을 7.9%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식량주권 확보’는 윤 정부 농식품 분야 핵심 국정과제다. 윤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72번으로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 강화’를 제시했다. 국정과제상 2027년 밀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7.0%였으나 이번 대책에 따라 0.9%p 상향 조정됐다. 식량자급률 감소세 지속...쌀 내수는 공급 과잉 식량주권 확보는 식량안보 강화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 수준으로 50~60%대를 보이던 1990년대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순위에서 한국은 32위로 OECD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곡물(사료용 포함)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0년 기준 연간 국내 곡물 수입량은 1717만톤으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1970년대에 80%에 달하던 곡물자급률은 2020년 20.2% 수준까지 하락해 1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쌀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은 3.2%까지 떨어진다. 밀 자급률은 0.5%, 옥수수는 0.7%, 콩은 7.5%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세계곡물가 변동성과 식량안보 연구보고서’를 통해 “식량안보 계획 실행력을 담보할 법적 구속력과 국가 재정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대외 요인으로 인해 곡물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157.5포인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9.7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 가격지수는 4월보다 2.2% 상승한 173.4포인트다. 2022년 3월 밀, 옥수수, 콩 등 선물가격은 과거 최고치를 상회하거나 근접한 상황이다. 특히 밀 가격은 2008년 3월 가격인 톤당 402.8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인 톤당 407달러까지 치솟았다. 통상 수입곡물 가격은 국내 가공업체들이 선도해 구매하기 때문에 3~7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단가에 반영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한국은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세계곡물가격 변동성이 배합사료, 가공식품, 외식 등 물가 변동성으로 전이된다”며 “국내 곡물수입단가 상승세가 지속돼 물가 상승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쌀 시장은 공급과잉 때문에 속앓이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인당 쌀 소비량 감소율은 2.2%로 연평균 쌀 재배면적 감소율(1.5%)보다 높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이미 두 차례 시장격리 매입을 실시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여전히 많은 재고가 있어서 농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3차 쌀 시장 격리를 요청했다. 분질미로 두 마리 토끼 노려...연내 중장기 방안 마련 농식품부는 분질미를 활용해 ‘식량안보 강화’와 ‘쌀 수급 균형 달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밀-분질미 이모작 전문 생산단지를 200개로 늘리고 품종 육성, 재배 기술 개발, 농가 지도를 통해 재배 안정성 강화에 나선다. 또한 식품기업 등과 연계해 전략 품목 개발과 가공·유통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돼 단단하기 때문에 가루를 만들기 위해 습식 제분 과정을 거치는 등 가공 적성과 비용 등에서 한계를 보였다. 이는 쌀 가공식품 범위가 떡·즉석식품·주류 등으로 국한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건식 제분이 가능하여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가공 전용 쌀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02년 ‘남일벼’ 품종에서 분질 돌연변이 유전자를 탐색해 ‘수원 542’, ‘바로미2’ 등 분질미 품종을 개발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밥으로 먹는 쌀 소비량이 감소했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라며 “밥쌀 대신 재배되는 분질미를 대기업들과 연계해 국민에게 맛보이고 홍보하면 얼마든지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장관은 “지금처럼 직불제를 유지하고 밥쌀용 중심으로 가면 소비가 줄어드는데 재배 면적은 그대로이면서 수급 균형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며 “재원을 투자해서라도 분질미를 활성화해서 수급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농식품부는 분질미를 기반으로 쌀 가공식품 수출 확대까지 노린다. 식품인증제·표시제, 대량 수요처 활용, 민관 공동 홍보 등을 통해 쌀 가공식품 시장을 활성화해 지난해 1억6400만 달러 수준인 쌀 가공식품 수출액을 2027년 3억 달러로 늘리고 쌀 수급균형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정 장관은 “기본적인 (정책) 출발 자체는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측면”이라며 “외국으로부터 사료 곡물을 많이 사오고 있지만 주곡에 대해서는 어떠한 희생 비용이 있더라도 감내하고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농식품부는 연내 ‘중장기 식량 안보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농식품부 내에는 안정적인 식량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연구하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전담반(TF)’과 ‘식량공급망 위기 대응반’이 가동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큰 축은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고 그 일환으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가 나온 것”이라며 “이 밖에 밀, 콩 등 식용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인 부분도 보완해야 한다”며 “사료 곡물의 경우 불가피하게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지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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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불안, 대란민국] 산업계, 화물 연대파업 직격탄...정부는 '뒷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자 산업 현장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이번 파업 여파를 두고 관망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업계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큰 문제 발생은 아직"...업계, 첫날부터 피해 직격탄 1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인한 공급 불안에 대해 아직 심각하지 않은 단계로 진단했다. 다만 산업부 내 각 부서는 담당 원료 공급망에 차질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대응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유통 상황을 확인 중인데 일부 불편함은 있지만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일일 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며 대책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도 자동차·철강·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서 정상 출하에 제동이 걸렸으나 아직 물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산업부, 해수부 등 8개 기관과 함께 화물연대 파업 관련 ‘중앙수송대책본부’를 운영 중이다. 반면 산업계는 이번 파업 하루 만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 첫날인 지난 7일 시멘트 출하량은 일평균 18만톤(t) 대비 10% 이하 수준인 약 1만5500톤으로 대폭 감소했다. 비화물연대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주들도 시멘트 운송 시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부담돼 사실상 운송을 포기한 상태다. 협회는 “파업 첫날부터 화물연대가 시멘트 공장들을 봉쇄하진 않았으나 방해 행위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BCT차량 출입은 단 한 대도 없었다”고 전했다. 협회는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파업이 지속된다면 1주일 뒤 피해규모가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협회는 1톤당 평균 9만3000원을 기준으로 파업 하루당 업계 전체 매출 손실이 약 150억원씩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미콘·건설업계는 최근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멘트 대란으로 공급 부족을 겪는 가운데 유통 경로 폭도 좁아지면서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협회는 "화물연대의 불법행위가 시멘트 생산공장과 수도권 거점 유통기지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당분간 수도권 시멘트 출하 중단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소 업계도 공급 불안에 긴장하고 있다. 산업부 수소유통정보시스템 ’하잉(Hying)'에 따르면 지난 8일 5곳에 불과했던 운영 중단 수소충전소는 10일 9시 기준 전국 17곳으로 늘어났다. 각 수소충전소들은 트레일러를 통해 수소 연료를 공급받는데, 한 번에 많은 양을 비축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하잉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여수, 울산, 대산 등 산업단지로부터의 수소 공급 중단으로 제한 충전을 시행 중”이라고 공지했다. 수소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일부 지자체는 감차운행을 검토 중이다. 대전도시공사는 “수소 시내버스가 이용하는 유성구 학하, 동구 낭월, 대덕구 신대 등 3개 충전소에 수소 트레일러 운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학하는 이미 중단 상태고 나머지 두 곳도 오늘 중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예비차를 투입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4~5개 노선에서 운행 버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철강 업계도 제품 출하에 차질을 겪는 중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하루 물동량 약 4만9000톤 중 절반가량이 나흘째 출하 지연을 겪고 있다. 하루 출하량이 9000톤 수준인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지난 6일부터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예상된 파업에도 매번 같은 대책...소통 창구도 멈춰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이유는 지난해 11월 총파업 때와 같다. 당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운임인상 △산재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쟁취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대안 마련 △국회 계류법안 통과 등을 요구하며 3일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화물연대의 주요 요구 사항은 ‘안전운임제’ 폐지 철회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2022년까지 3년간 시행한 뒤 폐지될 예정이다. 이 밖에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및 화물 운송산업 구조 개혁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앞두고 파업을 예상했음에도 매번 같은 대책만 내놓아 타 업계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을 배치해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군위탁 컨테이너 수송 차량 등 대체 운송 수단을 투입 중이다. 또한 중앙수송대책본부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총파업에서도 나온 대응책이다. 당시에도 시멘트 등 일부 업계는 정부의 비상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파업 사흘간 출하 차질을 호소한 바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기한이 정해졌지만 지금은 무기한으로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 대응책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입장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화물연대는 지난 9일 국토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총파업에 돌입한 지 3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토부는 사실상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묵묵부답과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화물연대는 더욱 강경하게 투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을 ‘뚜렷한 명분이 없는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정부가 늘 개입해서, 여론을 따라가고 너무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 노사 간 원만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전혀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그간 정부의 입장이라든가 개입이 결국은 노사 관계와 그 문화를 형성하는데 과연 바람직하였는지 의문이 많다”며 사실상 소극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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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취임 한 달] 현장 행보로 업계 소통...전기요금·원전·통상 과제 그대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12일 취임 한 달을 맞이한다. 이 장관은 지난 한 달 동안 새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맞춰 산업계 현장 행보를 이어왔지만 전기요금·원전·통상 등 산업부 숙원 과제에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취임 후 산업계 현장 행보...반도체 발전 독려 이 장관이 지난달 취임사에서 강조한 산업부 사안은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체계 전환 △에너지 정책 재설계 △통상정책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성장지향형 산업전략’과 ‘기술 연구·개발’은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이 장관은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규제혁신을 통해 기존 산업 성장과 신산업 창출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지난달 18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정부의 민간 기업 주도 성장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이 장관은 같은 달 27일 한국무역협회를 찾았으며 지난 8일에는 경제 6단체 중 세 번째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방문했다. 또한 지난달 30일에는 경기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본사에서 반도체업계와 ‘제1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업계 주요 현안과 애로사항 등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원탁회의에서 이 장관은 “투자·인력·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등 3가지 요소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상반기 중 새 정부의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요금·친원전·신재생...에너지 분야 과제 산더미 에너지 분야에서는 공공요금, 원전 활성화, 신재생에너지 등 해결 과제가 산더미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전력은 지난해 최대 적자난을 겪은 데 이어 올해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전기요금을 계속 누르기만 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 도입 의지를 드러냈다. 한전은 지난 4월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기준 연료비를 킬로와트(㎾h)당 4.9원, 기후환경요금을 ㎾h당 2원씩 올렸다. 오는 10월에도 기준 연료비를 ㎾h당 4.9원 더 올릴 계획이다. 반면 연료비 등락 여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산업부와 기재부는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h당 0원으로 동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여파로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지만 연료비 조정단가는 반년간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산업부는 뒤늦게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고 치솟는 전력도매가격(SMP)을 잡기 위해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발전사들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민간 발전사 관련 단체들은 “행정절차법을 무시하고 신재생 발전사업자 수익을 뺏어 한전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이라며 SMP 상한제를 비판했다. 전 정부와 상반되는 방향인 친원전 정책도 갈 길이 멀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과 신한울 원전 3·4호기 착공과 노후 원전 10기 계속운전(수명 연장)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업계와 학계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악화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는 지난 5월부터 국비 33억2000만원을 투입하는 ‘원전수출기반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원전수주 가능성을 높여 나갈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8일에는 정부 부처와 업계 관계자들과 ‘원전수출전략추진 준비단’ 회의를 열고 ‘원전수출전략 추진단’(가칭) 가동을 준비했다.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 장려만으로 탈원전을 막은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조사 결과 원자력학과를 개설한 국내 17개 대학에서 학부와 석·박사 신입생은 2016년 802명에서 2020년 524명으로 34.7% 감소했다. 2020년 국내 원자력 산업 매출액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약 19% 감소한 22조2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맞는 에너지 전환 정책,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등도 에너지 분야 과제로 꼽힌다. 이에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할 예정이다. 농·수산업계, 무역 확대에 불만...무역 적자도 '위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등 무역 협의체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나온 국내 농·수산업계의 반발을 조율해야 하는 난제도 남아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이 CPTPP 가입 시 상품 관세 철폐로 인해 농업계가 최대 4400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수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전국 수산업계 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CPTPP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산업부에 가입 반대를 호소하는 건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한국이 IPEF에 참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중국 반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경제 협력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IPEF에 대해 “중국과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중국이 참여하는 RCEP를 활성화하고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협력 틀인 IPEF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인한 상반기 무역 적자, 공급망 불안 등 해결 전략도 중점 추진 사안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자료에서 한국의 무역수지가 올해 15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소위 3고 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공급망이 불안해지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국 산업계를 진단했다. 이어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기존의 정책 루틴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며 “민간 주도의 산업전략에 걸맞은 수준 높은 정책 구상과 실행 능력이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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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정준영 귀어귀촌센터장 "내삶 내가 책임지는 어촌생활, MZ세대에도 매력적"
"'1980년대생으로서 나중에 귀어·귀촌을 해보겠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면 저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Yes'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준영 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도 즐길 수 있는 어촌 생활을 널리 알리고 귀어귀촌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어촌 삶은 본인이 판단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내가 내 삶을 책임지는 일'"이라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본인이 책임지는 삶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고 말했다. "'귀어귀촌박람회'에서 다양한 정보 제공" 센터는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22 귀어귀촌 박람회'를 개최하고 어촌 생활을 소개한다. 귀어·귀촌이란 농·어촌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어업인이 아닌 사람이 어업인이 되기 위해 농어촌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은퇴를 앞둔 노년층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귀어·귀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 정보가 부족해 망설이는 이도 있다. 정 센터장은 "그동안 만난 젊은 청년 귀어·귀촌인은 본인이 판단하고 책임지는 삶은 귀어·귀촌 이후라고 후기를 남겼다"며 "금어기나 본인이 판단하기에 어업이 잘 안 되는 시기에는 쉬고 소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열심히 조업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박람회에서는 정부 정책관·청년 정보관 등 귀어·귀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안내관과 함께 귀어·귀촌인 인플루언서나 유튜버 강연, 전문가 귀어 문답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박람회 슬로건은 '청년어촌 활력바다'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은 의지가 엿보인다. 정 센터장은 "(박람회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실제 귀어한 청년들이 본인 어선과 스마트 양식 영상 등을 전시하고 안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3일간 귀어·귀촌 관련 정부 정책, 어업 기초 정보부터 시작해서 창업, 어촌 거주 등 업종별 정보관을 통해 귀어·귀촌 관련 다양한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관련 상담까지 진행한다 앞서 센터는 올해 경남 남해 문항어촌계와 전남 함평 석두어촌계에서 1년간 거주할 수 있는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예비귀어인 어촌 생활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해당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예비귀어·귀촌인과 어촌계장, 선배 귀어·귀촌인이 함께하는 토크쇼가 열린다. 정 센터장은 "귀어·귀촌인의 수산물 판매 촉진을 위한 라이브커머스 등도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다"며 "귀어·귀촌 생활에서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어업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과 삶 있어" 어촌 고령화는 심각한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어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40.5%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양수산부는 귀어인과 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해 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귀어귀촌종합센터'라는 기관을 설립했다. 주요 사업은 △귀어업과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에 대한 상담과 안내, 정보 제공, 교육 △귀어업인과 귀촌인 어업 기술지도·어촌 적응 교육 △귀어업인이 생산·가공한 수산물 품목 등에 대한 판로 상담·지원 △귀어·귀촌 관련 조사와 홍보, 정책 발굴 등이다. 센터는 어촌 실태조사와 박람회 등 업무를 수행하며 어업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과 삶을 교육·상담하고,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한다. 정 센터장은 "귀어·귀촌을 떠올릴 때 어업만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가공과 유통, 어촌 비즈니스도 어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직업과 삶"이라며 "실제로 연예인을 준비하다가 귀어·귀촌해 수산물 유통을 하시는 분이나 어촌 삶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센터는 귀어·귀촌을 홍보하기 위해 성공적으로 귀어·귀촌이 진행된 어촌을 '漁(어)울림마을'이라는 우수사례로 선정한다. 올해 어울림마을 대상에는 충남 태안군 마금마을이 선정됐다. 마금마을은 바지락 공동작업 등 어업 관련 활동에도 귀어·귀촌인을 참여시키고, 노하우를 공유하며 귀어·귀촌인들과 기존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귀어인 환영의 날' 행사를 열어 귀어·귀촌인이 마을에 전입했을 때 식사를 대접하고 기존 주민과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귀어인도 마을에 유대감을 갖고 기존 구성원들과 결속력을 다진다. 정 센터장은 "마금마을은 가입 체류 기간을 대폭 줄이고 귀어 가구에 자녀가 함께 있으면 어촌계 가입 면제 등 귀어·귀촌인에 대한 개방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마금마을에 귀어 가구 중 어촌계원 가입자 수는 30명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최근 5년간 어가 인구가 23% 이상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어촌 계원을 총 221명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귀어귀촌종합센터가 자랑하는 성과이기도 하다. "정책 초점, '비어업 활동'까지 확대해야" 귀어·귀촌은 자신의 삶 터전을 바꾸는 일인 만큼 현실적으로 어촌 삶을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소득도 고려해야 한다. 센터는 관련 교육을 제공하면서 희망 지역을 방문해 실제 거주를 권하는 등 천천히 귀어·귀촌 삶에 접근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정 센터장은 “막연하게 낚시 좋아하는 분들이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자연과 편하게 지낼 거라는 생각은 하면 안 된다”며 “수익 등도 중요하고 내가 평생 살겠다고 확신이 들 때 정착을 준비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귀어·귀촌 정책은 ‘귀어 창업·주택 구입 지원 사업’이다. 사업 대상자는 ‘귀어업인(희망자 포함)과 제촌비어업인’으로서 사업 신청 연도 기준 만 65세 이하인 사람이다. 창업 자금은 3억원, 주택 구입은 7500만원이 한도다. 대상자는 금리 2%,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형식으로 지원 받을 수 있다. 다만 창업 자금 사용 용도는 수산 분야와 어촌 비즈니스 분야로 제한한다. 정 센터장은 “어촌에서 공간적 한계에 벗어난 비대면 온라인 관련 산업 또한 어촌과 귀어·귀촌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귀어업인을 지원하는 단계에서 어업을 하지 않더라도 어촌에 돌아오고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부분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촌 주민과 귀어인 행복한 동행 도울 것” 현재 센터는 전국 8개 지원센터와 귀어학교 6곳을 운영하면서 제2 인생을 설계하는 귀어·귀촌 희망자들에게 동반자가 돼 주고 있다. 정 센터장은 "도시에 살던 사람이 귀어·귀촌을 희망해서 준비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모든 정보를 센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어울림마을 같은 사례를 꾸준히 발굴해 어촌 주민들이 귀어인을 따듯하게 받아들이고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귀업인에게 단계별로 필요한 사업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준영 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센터장 주요 약력 △1980년생 △2007년 부경대 졸업 △2014년 바닐라홈 총괄 △2015년 한국어촌어항공단 어촌진흥실 과장 △2016년 한국어촌어항공단 정보화전략팀 과장 △2021년 한국어촌어항공단 어촌해양마케팅팀 과장 △2022년 1월~ 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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