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튜브] 장애를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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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6-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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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움직이는 오른팔과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무대에 오른 한 남자. 마이크를 잡은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해 보이지만 "술을 마셔 휘청거리는 게 아니"라며 이내 관객을 안심시킨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국내 최초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씨다.
 
 

[사진=KBS 2TV '스탠드 업' 방송화면 캡처]

한씨는 지체 장애와 뇌병변장애를 지닌 복합장애인이다. 그는 7살 당시 학원 차량에서 내리던 중 크게 다쳤다. 급출발로 인해 중상을 입고 식물인간으로 반년을 보내다 어렵사리 의식을 되찾았지만, 끄끝내 후천성 장애를 피할 순 없었다. 한씨는 이를 두고 '종합선물세트'라고 자칭한다. 왼쪽 뇌를 다쳐 오른손과 손목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뒤틀리지만, 그는 오른팔에 '토미'라는 이름을 지어 개그 소품으로 활용한다.

한씨의 개그는 한마디로 '잽 잽 원투'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겪은 일화와 생각을 개그와 엮어 관객을 다운시킨다. 그는 마이크 앞에 서서 "부산 사람이 서울말 쓰는 걸 보면 귀엽지 않으냐"며 말문을 연다. 뒤이어 영화 '말아톤'에 출연한 배우 조승우의 열띤 장애인 연기를 두고 한마디 내던진다. "자식, 귀엽네"

가끔은 관객을 상대로 묵직한 '스트레이트'를 날릴 때도 있다. 한씨는 "영화 부산행에 내가 해도 되는 배역이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을 쓰는지 모르겠다. 관객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것 맞다. 두 글자"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 "하나 둘 셋에 다 같이 말해보자"고 하자 관객들이 '좀비'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공유.
 
 

[사진=유튜브 채널 '코미꼬COMICO' 영상화면 캡처]

 
이런 개그가 최근 50만 명에 이르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바로 유튜브를 통해서다. 한씨 개그를 볼 수 있는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언들' 영상의 조회 수는 이달 11일 기준 49만 번에 달한다. 영상이 올라간 지 불과 10일 만에 제주시 인구가 한 번씩은 본 셈이다. 한 네티즌은 본인의 약점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한씨가 진심으로 멋지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엔 1800명이 '좋아요' 버튼을 눌러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씨는 지난해 11월 16일 방송된 KBS 2TV '스탠드 업'에 출연해 "관객은 내 코미디를 보고 고민에 빠지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 장애인 비하 같고, 안 웃자니 장애인 차별 같잖아요"라고 말하면서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이후 한씨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럴 거면 오늘 여기서만큼은 제 비하로 갑시다!"

코미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막을 내렸다. 볼만한 개그 프로를 찾고 있다면, 오늘만큼은 '한기명표 개그'로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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