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화웨이·헝다·쑤닝·SMIC 구세주”로 떠오른 '중국판 테마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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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3-1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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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반도체·물류·휴대폰···" '주식회사 선전'의 전방위 투자

  • "싱가포르 테마섹처럼···"소유·경영은 따로 분리"

  • '선전투자홀딩스'가 선봉장···'중국판 테마섹'이 목표

  • 국유자본 막대한 영향력에···일각선 '국진민퇴' 우려도

중국 광둥성 선전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


#지난달 중국 가전유통 전자상거래 공룡 쑤닝이거우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당시 '통 큰' 투자자가 나타났다. 148억 위안(약 2조5600억원)을 투자해 쑤닝이거우 지분 23%를 매입한 것. 구세주는 선전국제와 쿤펑캐피탈이었다. 이 소식에 쑤닝이거우 주가는 곧바로 장중 상한가를 쳤다.

#지난해 11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에 빠진 자사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룽야오)를 내다팔았다. 당시 아너를 통째로 인수한 건 선전 즈신신정보기술이었다. 인수대금은 1000억 위안(약 17조원)에 달했다. 

선전국제, 쿤펑캐피탈, 즈신신정보기술…… 모두 공통점이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관리하는 '주식회사 선전(선전시 국유기업)'이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관찰보 등 현지 언론들은 선전시가 막대한 자금력과 전문 투자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중국판 테마섹'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반도체·물류·휴대폰···" '주식회사 선전'의 전방위 투자
'주식회사 선전'의 공격적 투자는 2017년부터 본격화했다. 그 당시 중국 최대 건설사 완커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을 때다. 분쟁의 해결사로 나선 게 선전지하철이었다. 선전지하철은 663억7200만 위안을 투자해 완커 지분을 약 30% 사들이며 완커의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이때부터 선전 국유기업의 그림자는 중국 내 크고 작은 딜(거래)마다 등장했다. 중국국제해운컨테이너그룹 지분 약 30%를 100억 위안 넘게 사들이는가 하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부동사재벌 헝다그룹에도 250억 위안어치를 투자했다. 화웨이에서 떨어져 나온 아너 스마트폰 사업부에도, 쑤닝이거우에도 모두 선전시 국유자본이 대거 투입됐다. 

투자가 선전시 지역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쑤닝이거우는 장쑤성에 소재한 민간기업이다. 17일엔 상하이 소재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와 함께 선전시에 반도체 공장도 증설하기로 했다. SMIC의 합작 파트너로 나선 건 선전 국유기업 선전중대산업투자집단(이하 중투집단)이었다. 

오늘날 선전시 국유기업 투자는 부동산·해양경제·물류·공급망·휴대폰·반도체·정보통신 등 다방면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자료=외신종합]

◆ "싱가포르 테마섹처럼···"소유·경영은 따로 분리"
'주식회사 선전'의 투자방식엔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회사 창업주와 경영진을 중요히 여긴다 △최고의 투자 타이밍을 잡는다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한다가 그것이다. 

완커 창업주 왕스, 쑤닝그룹 창업주 장진둥,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모두 중국에서 명망 높은 기업인으로, 회사 내 창업자 정신을 굳게 세운 인물이다. 선전시는 자금만 지원하고, 기업 관리는 실제 기업인에게 맡기는 것도 회사 창업주와 경영진을 존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투자 원칙이기도 하다. 

아무때나 기업에 투자하지도 않는다. 탄탄한 기업이 갑작스레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구세주로 등판한다. 거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 합리적인 가격에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는 오랜기간 기업에 대한 연구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식회사 선전'의 투자 성적표도 화려하다. 지난해 말 기준 선전시 산하 국유기업 총자산은 4조1100억 위안에 달한다. 전국 시(市)급 산하 국유기업 총자산 순위 4위다. 전체 영업이익, 순익 등 방면에선 2위다. 우강량 중국기업개혁발전연구회 연구원은 증권시보를 통해 "선전시가 투자한 기업 중 적자기업도, 좀비기업도 단 한 곳도 없다"고 전했다.
 
◆'선전투자홀딩스'가 선봉장···'중국판 테마섹'이 목표

[선전투자홀딩스]


'주식회사 선전'의 사령탑은 선전투자홀딩스다. 막강한 자금력과 뛰어난 투자 노하우를 등에 업고 곳곳에 투자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2004년 설립 초기 총자산 365억 위안에서 2019년 말 약 7000억 위안까지, 15년 새 무려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8월 글로벌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 442위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 재경망은 '중국판 버크셔 해서웨이'라 칭했다.

선전시가 싱가포르 테마섹을 롤모델로 적극 지원사격하는 국유기업이기도 하다.  테마섹은 1974년 싱가포르 정부가 산하 국유 자산을 관리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오늘날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 '큰손'이 됐다. 출범 당시 운용자금은 3억5400만 싱가포르달러였는데, 지난해 3월 기준 운용자금이 3060억 싱가포르달러로 1000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우수한 운용실적을 자랑한다. 

중국 선전 종합개발연구원 산하 금융현대산업연구소 류궈훙 소장은 중국경제관찰보에서 "선전시 국유자본도 앞으로는 선전, 중국 내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무대를 발판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국유자본 막대한 영향력에···일각선 '국진민퇴' 우려도
오늘날 '주식회사 선전'의 모델은 중국 각 지방정부 국유기업 개혁의 롤모델이 됐다. 앞서 2016년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경영 효율화를 위해 소유·경영 분리를 비롯한 개혁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출자자로서 국유기업에 대한 자산 관리와 경영 업무를 둘 다 직접 맡았다. 하지만 개혁안에 따르면 국자위는 자본 확충과 같은 자산 관리에만 집중하고, 대신 선전투자홀딩스처럼 국유자본투자운영공사를 신설해 기업 M&A 등 굵직한 경영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국유자본 투자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민간기업을 사들이자 국진민퇴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류궈훙 소장은 "국유자본의 민간기업 지분 투자는 일방적인 게 아닌 상호 호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선전 국유기업의 경우 민영기업을 인수한 후에도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해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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