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무노조' 아마존] ②"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美아마존, 노조 결성 실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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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4-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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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에 월급만 뺏겨"...평균 이상 고용 조건에 노조 필요성 못 느껴

  • 앨라배마, 美최대 빈곤지역 중 하나..."생계 위협 받을까, 변화 거부"

#."저는 돈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소속 직원만 더 급여를 많이 받거나 추가 휴식 시간을 받게 되는 노동조합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베서머 아마존 물류창고 소속 직원인 41세 멜리사 마이어스)

25년 동안의 아마존 '무노조 경영' 방침을 끝내 깨뜨리지 못한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노조 반대표의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각종 회유와 반대 투표 촉구 등 사측의 방해 공작과 더불어, 가난한 지역의 노동자들이 생계를 우려하면서 끝내 변화를 거부했다는 평가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창고에서 동료들의 노조 찬성 투표를 독려하는 노동자.[사진=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비지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에 소재한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들이 전날 실시한 노조 결성 찬반 투표 결과 70.9%의 직원들이 반대에 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노조를 추진한 노동자들은 휴식시간과 안전 지침 부족 등 아마존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노조 결성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아마존이 제공하고 있는 높은 임금을 비롯한 양호한 고용 조건을 이유로 노조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마존은 시간당 15.3달러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의 두 배가 넘는 임금이다. 더군다나, 앨라배마주는 별도의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아마존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수준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고용 첫날부터 최대 20주 동안 안과와 치과 진료를 비롯한 치료 비용을 보장하는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육아 휴직과 퇴직 혜택을 보장하는 등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 반대 노동자 사이에선 노조를 결성한다고 해도 고용·복지 조건이 현재보다 더 크게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으며, 아마존 사측도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심지어 일부 노동자들은 사내 문제가 없거나 일부 있더라도 제3자인 노조의 개입 없이 회사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조 결성 움직임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매달 월급 일부를 노조 회비로 내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도 많았다.

베서머 물류창고 노동자인 윌 스톡스는 투표 마감 전인 9일 아마존이 직접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마존은 완벽하지 않으며 결함이 있긴 해도 우리(노동자)가 노조 없이 직접 개선할 수 있다고 느낀다"면서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왜 노조에 돈을 내야하는가"라고 반문했다.
 

2019년 기준 미국 주별 빈곤율. 동그라미 안이 앨라배마주(15.5%)[자료=미국 통계청]


이와 함께 미국 내 대표적인 빈곤 지역으로 꼽히는 앨라배마주의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성과 회사로부터의 불이익 등의 생계 문제를 더욱 크게 우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아마존의 메시지를 더 크게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소속 노동 경제학자인 이완 바란케이는 “처음 노조를 결성하려고 나설 때는 조합의 노력이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실직 가능성을 경고하는 회사의 메시지가 노동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생계가 위협받을 경우 더욱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앨라배마주에는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구직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에서 생계에 더욱 어려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앨라배마주의 인구당 빈곤율은 2018~2019년과 2019~2020년에는 각각 14.4%와 15.5%로 7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동안인 2020~2021년 빈곤율은 16.7%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가장 빈곤율이 높았던 지역은 미시시피주로 19.6%와 19.4%, 20.3%를 기록했다.

특히, 앨라배마주는 자동차와 항공·우주 산업 공장이 들어서며 신흥 공업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역진세(regressive tax·저소득층 개인일 수록 적용 세율이 높아짐)를 적용하고 주정부가 최저임금 도입을 막는 등 저소득층에 불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미국 노동계와 노조 추진 노동자들은 이번 선거 패배가 끝이 아닌 전면적인 투쟁의 시작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들은 앨라배마주를 넘어 미국 전역의 아마존 사업장에 소속한 직원들과 다시 접촉하며 아마존 최초의 노조 결성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정치권과 노동계도 이와 같은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투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노조 결성 유세를 지원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WP에서 "투쟁의 역사는 항상 처음으로 단번에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 다시 투쟁해야 한다"고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창고에 방문해 노조 찬성 투표를 독려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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