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마주한 완성차 중견 3사] 뒷짐 진 정부... "서로 다른 해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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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4-1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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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과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의 위기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건인 노사 갈등 해소와 외부 자금 조달, 규제 완화 등의 문제가 개별 기업의 역량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와 일자리, 소비자의 권익이 달린 만큼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GM) 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1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지엠 노사 협상 테이블 앉을 수 있도록 정부 중재해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창원 물류 일방적 폐쇄에 대해 노조에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며 “폐쇄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이 경남 창원, 제주에 각각 위치한 부품 사업소와 부품 물류센터 폐쇄를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중견 완성차업체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성화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 코로나19를 비롯한 우발 악재, 신차 부재로 인한 경쟁력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각사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과는 별개로 노조는 일자리를 지키기 나설 수밖에 상황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경우 현재 노사 관련 문제로 진행 중인 소송이 30여건이 넘는다. 노사 관련 소송 특성상 기간도 장기화되면서 공탁금 등 소송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약 500억원에 이어 한국지엠이 올해 상반기 법원에 공탁해야할 금액은 무려 1500억원가량에 달한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경우 패소하게 되면 한국지엠은 약 1700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이 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미국 지엠 본사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 지엠 본사의 철수설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희망퇴직까지 단행한 한국지엠이 대규모 정규직 추가 고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고 사업을 진행할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엠 본사의 추가적인 투자 없이는 한국지엠이 위기를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엠 본사가 한국지엠의 노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때 투자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적극 중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정문에 쌍용차의 정상화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차 투자자 인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정부 지원 입장 분명히 해야”
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고 생사의 기로에 선 쌍용차의 해법은 한국지엠과 조금 다르다. 쌍용차의 경우 노사가 한뜻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방안을 찾고 있지만,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이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일단 쌍용차의 채무 등만 봐도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쌍용차의 작년 말 기준 자본 잠식률은 111.8%,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881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올해 경기 평택 본사 외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 재평가로 자본금이 1907억원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많지 않다.

현재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 여부에 따라 발을 넣을지, 뺄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2만여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이라며 “정부가 망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뜻으로 진작에 나섰으면 조기에 종식될 수 있었을텐데 문제를 더 키워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자동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고질 노조 문제 해결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르노삼성차도 올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고질적인 노사 갈등에 본사인 르노그룹도 신차의 배정을 두고 압박하고 있다.

앞서 호세 비센테 데 로스 모소스 르노 부회장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 비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경쟁력 향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희망퇴직 등 구조 조정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 철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와중에도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국내 5곳의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다. 이날도 르노삼성차 노조는 “15일 제8차 임금 및 단체협약 본교섭이 예정돼 있다”며 “이번 교섭에서 사측은 반드시 제시안을 내야 할 것이고, 제시하지 않거나 형편없는 제시안으로 조합원을 기만하려 한다면 큰 결단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래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완성차업계의 변화를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고질적인 노조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는 만큼 제도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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