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적과의 동침] 세트‧부품업체, 경쟁력 동반 성장…“한국 주도권 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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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21-04-1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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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가 자사 계열사가 아닌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 것은 완성품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가격 협상력을 가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적과의 동침’ 덕분에 세트-부품업체의 경쟁력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유일한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자인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를 포함한 주요 TV 제조사에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의 TV 업체 TCL에만 납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대형 OLED 패널 공급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TV와 스마트폰용 패널을 주로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TV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패널 양산을 준비 중이라 현재까지 액정표시장치(LCD) TV밖에 없다는 것이다.

LCD 패널은 중국 업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TV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TV 시장에서 아직까지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LCD TV에 비해 고품질 제품을 내놓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676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 부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공급사를 검토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OLED 패널을 적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를 압박하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 일정에 맞춰 TV를 제조하는 것이 아닌,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 양산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부품사인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최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은 호재다. LG디스플레이는 수년 전부터 LG전자의 의존도를 줄이며 공급사 다각화를 추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LG전자 매출은 2017년 1조6774억원에서 지난해 6415억원으로 감소했다.

세트 업계와의 협상력도 가질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캐파)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제조사 조건에 맞추는 것이 아닌, 제조사와 원하는 조건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LCD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TV 제조사가 OLED로 전환하면 한국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면서 “부품‧소재‧장비업체들도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기면서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CES 2021에서 선보인 투명 OLED를 적용한 '스시 바'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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