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폭탄 뒤 등장한 마윈…말없이 '충성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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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4-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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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대통령 주재 화상회의 참석

  • 알리바바 역대급 벌금 뒤 나흘만

  • 중국풍 배경에 조용히 차만 홀짝

  • 당국 결정 따르겠다 메시지 해석

지난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재한 러시아 지리학회 감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왼쪽 맨 아래)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웨이보 캡처 ]


알리바바가 반독점 덫에 걸려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 폭탄을 맞은 지 나흘 만에 마윈이 온라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면 뒷배경을 중국풍으로 도배해 당국에 충성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알리바바 본사가 소재한 지방정부 수뇌부는 규제 강화를 천명하는 한편 이번 조치가 당국의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15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微博)에는 마윈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대거 떠돌았다.

마윈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러시아 지리학회 감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마윈과 푸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만 4차례 대면했을 정도로 친분이 있다. 2018년 마윈이 퇴임 발표 직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이 "왜 그리 젊은 나이에 물러나느냐"고 물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마윈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일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이 알리바바에 반독점 위반을 이유로 182억2800만 위안(약 3조1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벌금을 부과한지 나흘 만이다.

지난해 10월 마윈이 금융당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뒤 시작된 알리바바 때리기의 최종 결과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그룹도 유탄을 맞아 상장이 연기된 데 이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며 당국의 규제 틀 안으로 편입됐다.

앞서 마윈이 공식 석상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지난 1월 20일이다. 마윈은 화상으로 100명의 농촌 지역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간간이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에는 2시간가량 이어진 회의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이따금 차만 마셨다. 누리꾼들은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면 속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마윈 뒤쪽의 벽에는 매화를 소재로 한 대형 중국화가 그려져 있었고, 중국식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당국의 결정을 존중하고 제재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역대급 벌금 폭탄을 맞은 알리바바의 수난 시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알리바바 본사가 소재한 저장성의 위안자쥔(袁家軍) 서기는 지난 13일 회의를 주재하며 "플랫폼 경제에 대한 관리 체제를 완비해 드러난 모순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을 콕 집어 사정을 봐주지 말고 정돈과 개선을 독촉하라고도 했다.

저장성 성도이자 마윈의 고향이기도한 항저우의 저우장융(周江勇) 서기도 같은 날 따로 열린 회의에서 "알리바바와 앤트그룹 관련 문제에 대한 처분은 플랫폼 경제와 해당 기업을 향한 당 중앙의 관심과 애정을 충분히 드러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플랫폼 경제의 지위와 역할,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파악해 사상과 행동을 당 중앙의 결정대로 통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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