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권 잡으러 가는 정 총리...'이란 외교'로 1년 3개월 임기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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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4-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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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16일 총리 포함 5개 부처 개각

  • 정 총리, 이날 '마지막 중대본 회의' 주재

  • 文 "丁 자기 길 가도록 놓아주는 게 도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드디어 1년 3개월여 임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총리가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조만간 사의할 것이라는 설이 일찌감치 돌았다.

정 총리는 그때마다 매번 "지금은 총리"라며 말을 아껴왔다. 그랬던 그가 이란 방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주재를 끝으로 이날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특히 정 총리는 최근 임기 막바지에 접어들어서도 대권 홍보보다 대(對)이란 외교와 코로나19 방역을 통한 국민 보호에 힘썼다는 호평을 받는다. 그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마지막으로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총리' 丁 "오늘 403번째 중대본 회의 주재"

정 총리는 지난 11~13일 이란 방문 후 자가격리를 하던 중 이날로 후임 인사가 나며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 총리가 당초 이날 예정에 없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중대본부장으로서 퇴임 전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 1월 취임 한 달여 만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중대본부장을 겸해왔다. 그는 이날로 403번째 회의를 열며 이른바 '코로나 총리'의 위상을 재차 공고히 했다.

국무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은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다. 그런 만큼 정 총리는 임기 내내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에 온 사력을 다했다.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만 여섯 차례 내놨다.

정 총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태 때는 대구 지역으로 직접 달려가 보름가량 상주했다.

정 총리는 당초 쌍용그룹 상무이사와와 6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이 있어 경기 회복과 국민 통합에 힘쓸 것으로 기대가 모였다. 본인도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본의치 않게 '코로나 총리' 역할 수행에 '올인(모든 것을 거는 것)'했던 셈이다.

정 총리는 회의 주재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오늘 사백세 번째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453일째"라며 소회를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란 테헤란 방문 일정을 마치고 13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丁 방란 직전 억류 해제로 김빠졌지만..."즉각 조치"

총리직 수행 내내 '방역 사령탑'을 지낸 정 총리는 최근 이란 당국에 억류됐던 한국민 구출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정 총리는 '본인 PR(Public Relations·대중 홍보)'보다도 국민 보호에 우선 방점을 찍었다.

이란 당국은 당초 지난 1월부로 억류해온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장 등을 정 총리 방란 일정에 맞춰 풀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란 측은 돌연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을 단 이틀 앞둔 9일에 한국케미호와 선장의 억류를 해제하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해왔다.

정 총리로서는 퇴임 직전 이란을 방문해 양국 관계 회복은 물론, 한국민 억류 해제라는 성과를 쥐고 금의환향할 수 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럼에도 정 총리는 정치적 손익을 따지는 대신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생겨 한국민 억류 해제가 언제든 엎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공교롭게도 이란 당국은 정 총리 우려대로 13일 우라늄 농축 농도를 현재 20%에서 6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 미국과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혹자는 정 총리가 대선 출마 선언이라는 큰 꿈을 목전에 두고도 '선공후사(先公後私·사사로운 일이나 이익보다 공익을 먼저 앞세우는 것)' 정신을 지켰다고 평가한다.

이로써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이임식 일정을 끝으로 대권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빼고 모두 다해본 정 총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당을 구원하고, 잠룡에서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를지 주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 총리 후임 인사를 발표하며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것은 매우 아쉽다"면서도 "이제 자신의 길을 가실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적임자를 제청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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