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몰아치는 퍼펙트스톰] ①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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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4-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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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는 학생입니까, 교육제도 실험쥐입니까

  • 김영삼 수능…이해찬 세대·김상곤 세대

  •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정책

  • 정권 바뀌면 또 바뀌나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대학은 넘쳐나고, 유례없는 감염병에 캠퍼스 낭만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특수목적고등학교 손질과 고교학점제 같은 새로운 개념에 학부모와 학생은 혼란이 가중됐다. 또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으나 입시 비리는 어김없이 터졌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정파성을 뛰어넘지 못한 교육개혁이 '이번에는 다를까' 새 정부 때마다 기대하지만 충족되지 않는다. 이에 본지는 총 다섯 차례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 의미를 되새기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알려진 이 말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타낸다.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가정·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이 요구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밥상머리 교육'이 가정에서만 이뤄지는 때는 지났다. 학교에서 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무상 의무교육이 초등학교→중학교로 확대되고, 교과목에 현장체험학습이 점차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영삼 정부가 만든 '수능'··· 세대론 형성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국내 교육정책은 대학 입학시험제도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문민정부)에서 5·13 교육개혁을 단행해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바꾼 것이 역사상 가장 큰 교육개혁 사례로 남아 있다. 이후 정권에 따라 교육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개혁이라고 불릴 만한 개편은 없었다.

이때 실질적 정책결정기구는 교육개혁위원회로, 자율과 책무, 수요자 중심, 다양화와 선택 등을 기조로 내세웠다. 앞서 교육개혁심의회(전두환 정부), 교육정책자문회의(노태우 정부)가 있었지만, 오늘날 교육제도의 근간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후 새교육공동체위원회·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김대중 정부)에서 상향식 교육정책과 산·관·학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는 교육혁신위원회를 통해 교육복지에 힘썼다. 형평성 제고와 미래교육 비전 전략 수립 등이 골자다. 이전과 달리 사무국을 두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교원평가 제도화 등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능은 정시·수시 비중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고, 점수 표기는 원점수와 백분율, 표준점수 환산 등 다양해졌다. 사회·과학탐구 영역 선택과목도 다양해졌다. 올해부터는 국어·수학 영역에 선택과목제가 도입돼 유불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동시에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도 소홀할 수 없다.

정권에 따라 대입 제도가 바뀌면서 '이해찬 세대'라는 고유명사도 생겼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때 나온 말이다.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란 오명이 붙은 이 세대는 1세대(1983년생)와 2세대(1984년생), 3세대(1985년생)까지 이어진다. 당시 기조는 '하나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하향지원이 하나의 현상이 됐고, 서울대학교가 지원 인원 미달을 겪을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에 버금가는 '김상곤 세대'가 형성됐다. 2017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개편을 유예하면서 "학교생활만 열심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폐지하겠다"고 밝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새 교육과정을 배우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능은 기존 방식대로 치르게 되면서다. 불똥은 중2 학생들에게로 튀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중2 학생과 학부모는 내년에 수능이 어떻게 바뀔지 불안한 마음으로 1년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학생·학부모를 더 이상 교육부의 수능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모호한 교육 공정 가치··· "불신 깊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교육부]


이후 2018년 10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돼 최장수 교육수장 타이틀을 향해 가고 있다. 정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교육회의를 두고, 현재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유 부총리는 2019년 10월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교육에서 공정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며 "이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시 비중 확대,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 등을 결정했다.

특히 올해는 미래교육과 국교위 출범에 방점이 찍혔다. 유 부총리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 한 해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혁신을 견인할 국교위 출범을 위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래교육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교위는 교육 정책이 정권에 휘둘려 왔다는 비판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이해관계가 얽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만큼 수차례 교육정책에 낙담하면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교육은 특정 이념과 정파에 치우쳐 있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결국 차기 정권과 정부, 교육감 성향에 따라 교육이 또다시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만 대변하는 교육 독주·독점으로는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평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딸 조민씨 입시비리 의혹도 불신에 한몫했다. 교육부가 의혹이 불거졌을 때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교육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공정, 기회균등이라는 교육 이념에 반한다고 여기게 됐다.

결국 절대다수가 만족하는 교육개혁에는 청사진을 그리는 것 외에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포함된다. 금수저와 은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일상 용어가 된 오늘날에도 교육은 이런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최우선 방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변수 산적··· "전방위적 교육개혁 필요"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원격수업과 긴급 돌봄 학생을 위한 대면수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불쑥 끼어들었다. 마스크만큼이나 원격수업이 익숙해진 학생들 앞에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실제 정권에 따라 다른 교육관 속에 그나마 '교육 사각지대 해소'만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교육 격차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정권과 관계없이 교육정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서울시민 2075명은 '10년 교육변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중복 선택)으로 '무상급식'(69.9%)과 '고교 무상교육'(68.0%)을 꼽았다. 이어 '18세 참정권 확대'(49.3%), '자유학기제 도입'(46.3%), '혁신학교 도입'(44.8%) 등이 많은 선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교육개혁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도 '학칙'에 얽매이지 말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과감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은 "교육제도를 혁신하기 위해선 이념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학생들을 편하게 풀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콘텐츠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추진 중인 미래교육과 국교위 설립이 최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교위가 독립적인 기구로 자리 잡기 위해선 당위성에서 나아가 실효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 구성도 중립성·대표성이 요구된다. 검찰개혁을 위해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이 그 시작부터 중요하다.

하 회장은 "오롯이 학생 교육만을 위해 국교위가 얼마나 정파를 초월할 수 있는지, 그리고 독립성을 갖는지가 관건"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현재 정부·여당이 발의한 국교위 설치 법안은 위원 구성에서 편향성을 벗어나기 어렵고,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 성격을 띠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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