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리 컬렉션]⑨ 수집가들이 사랑한 모네·달리의 ‘원작’ 국내서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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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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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 빛으로 그린 모네 ‘수련’… 달리 ‘켄타우로스 가족’

  • 이건희 컬렉션, 서양근현대미술 불모지 ‘공적 자산‘

  • 간송문화재단서 시작된 물납제논의 가속화될 듯

클로드 모네, ‘수련‘, 1919~1920, 100x200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건희 컬렉션은 현재 일부 목록만 공개되었기 때문에 서양근현대기를 대표하는 전체 작품들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면 국내외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해외 연구를 다니다 보면, 가까운 일본의 경우 서양근현대기 작품들이 도쿄 소재 미술관뿐 아니라, 지역 미술관에도 소장된 경우를 많이 봤다. 일본은 19세기부터 ‘자포니즘(일본풍)’으로 서양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문화 교류가 많기도 하였지만, 개인 수집가들도 서양근현대미술 작품을 열정적으로 수집해왔다. 과거 일본의 개인 수집가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다수 소장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수집가들은 다수 있지만 서양근대와 현대미술을 이렇게 두루두루 수집한 개인 수집가는 별로 없었다. 한국 연구자들이 해외 유학을 가서 서양근현대미술 공부를 하고 국내에 돌아올 경우, 근세나 근대기의 원작이 국내에 거의 없다는 것이 늘 학문적 회의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서양근대미술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사례는 모네의 ‘수련’ 작품일 것이다. 모네는 말년에 지베르니에서 작업하면서 수련을 소재로 250여점의 작품들을 제작했다.

대부분의 작품은 ‘수련‘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세부 제목은 모두 다르며,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수련’ 대형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오랑제리 미술관에 설치된 것으로, 모네가 죽기 전까지 심혈을 기울여서 완성한 대작이다.

일본의 나오시마에 있는 지추 미술관에도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되어 있으니, 모네의 ‘수련’은 세계 수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상주의 대표 작가인 모네는 같은 대상을 변화하는 시점과 빛의 추이에 따라 여러 연작을 제작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실험은 하나의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특히 말년에는 백내장으로 앞을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모네는 대상을 구체적 형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붓 터치를 느슨하게 처리했다, 20세기 초반 그는 수련 연작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가 사라지는 추상성에 이른다.

인상주의라는 말은 모네의 ‘인상, 해돋이’(1872)가 전시되었을 때 "인상주의 그림은 형태가 잘 표현되어 있지 않고 한순간의 인상을 빠르게 그렸다"고 지적한 한 비평가의 폄하의 의미를 담아낸 비평 용어였다.

난해한 현대미술에 비해서 세계 관람자들은 모네의 작품만 보아도 심리적 위안과 치유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는 건초더미나 루앙대성당처럼 같은 대상을 날씨에 따라, 하루의 다른 시간대에 따라 대상을 관찰하였다. 이러한 모네의 작품은 색채와 빛이 만들어 내는 미묘하고 섬세한 변화를 회화를 통해 잘 전달한다.

뉴욕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후원자인 데이비드 록펠러가의 개인 소장품에도 모네의 수련이 있는 풍경 작품이 포함되었다. 2017년에 데이비드 록펠러가 작고한 이후, 2018년에는 크리스티에서 경매가 있었는데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팔린 작품이 피카소의 작품과 모네의 ‘수련(Nymphéas en fleur)'이었다. 당시 모네의 수련 작품은 1000억원 정도에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모네’전이 개최되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수련의 경우, 현재 개인 수집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모네의 작품 수가 아주 제한적이기 때문에, 희소성과 예술사적 가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감정가격으로 판단하는 것이 걸작 앞에서 무의미한 일이듯이, 이건희 회장의 모네 작품 기부는 서양근대미술이 거의 없던 우리에게는 공적 자산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미술공간이 건립된다면, 이러한 근현대시기의 작품들은 상설 전시되어 국내외 관람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국근대미술이 인상파와 같은 서구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비교 연구 또한 가능할 것이다.

모네의 작품과 더불어 이건희 컬렉션에 있는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풍투아즈 시장(The market at Pointoise)'은 피사로가 연작으로 다수 제작한 작품들이다.

피사로는 프랑스 화단에서 점묘법을 창안한 작가로서, 유태계 화가였다. 초기부터 인상주의 전시에 정기적으로 참여했으며, 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즐겨 다루었다. 이건희 컬렉션에 들어간 이 작품은, 1893~1895년에 많이 제작한 다른 연작과 유사한 작업으로, 이미 서구의 유명 미술관에 다수 소장되어 있다. 피사로의 경우 이 주제를 회화 이외에 판화로도 다수 제작한 바 있다.

이건희 컬렉션 중 달리의 작품인 ‘켄타우로스 가족’(1940)은 달리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제작한 작품이다. 켄타우로스는 반인반수의 신화적 인물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나 문인들에게 있어 상상력과 무의식, 신화의 원초적인 힘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달리의 그림은 켄타우로스가 출산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다소 어두운 색채로 고전적으로 제작되어 있다.

스페인 출신의 달리는 파리의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하며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했던 앙드레 브르통의 총애를 받기도 했다. 1930년대 스페인의 정치적 상황을 암시하듯, 달리의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그려졌지만, 배경은 본인의 고향인 카탈루냐의 해변을 표현하였다.

이건희 컬렉션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미술들을 구성하고 있어서 유명 서양근대미술이 부재한 국립현대미술관에 중요 작품들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 중 서양근현대 작품들은 한국미술보다 제한적이지만, 서양 근현대 작품이 부재한 국립현대미술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기부를 통해 앞으로 물납제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납제는 작년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내놓은 우리나라 보물 두 점이 경매에 나오면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는 예술작품을 상속세로 내는 법안이 있으며, 오르세 미술관과 피카소 미술관 등에 소장된 중요한 예술작품들은 모두 유명작가의 유족들이 상속세로 납부한 사례들이다. 예술작품이 무조건 상속세로 납부되는 것은 아니고 감정 및 평가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엄격하게 이뤄진다.

◆필자 주요 이력

정연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백남준 회고전 연구원(2000)
광주비엔날레 공동 전시 기획자(2018)
<한국의 설치미술>, <1953년 이후의 한국미술: 균열, 혁신, 교류> 저자
 

[사진=정연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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