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美.中 '3종 블루스' 맞춰, 한국도 리듬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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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1-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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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미·중 간 기술패권경쟁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미·중 무역전쟁처럼 장군멍군식 맞대응의 상황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을 지나가고 있다. 무역전쟁이 단기적 협력 공생관계 측면이라면, 기술패권경쟁은 중장기적인 경쟁 대결구도로 향후 글로벌 산업과 기술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월 24일 개시된 100일간의 4대 핵심산업(반도체·배터리·희토류·제약바이오) 공급망 조사가 6월 5일 종료되었다. 3일 후 미국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4대 핵심산업 공급망 확보 전략 보고서를 전격 발표했다. 미래 경제성장동력 및 기술안보 측면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견제용 보고서다. 250쪽 분량의 보고서에 중국 관련 단어만 566차례 언급하며 중국 중심의 4대 핵심산업 공급망을 재편하지 않으면 향후 미국경제 및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크게 2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 중심의 핵심산업 및 기술 생태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미국 자체적인 투자 확대와 정책입안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한국, 일본 및 타이완 등 관련 산업 생태계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한다. 둘째, 중국의 지재권 침해 및 불공정무역 관행에 철저히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무역공급망 기동타격대를 신설하는 등 직접적으로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전략 보고서가 발표되자 화답이라도 하듯 미 상원은 보고서 내용의 구체적인 행동 실행을 위한 중국견제법안인 이른바, ‘혁신경쟁법안(USICA: 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을 62대38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외교 및 상무, 국토안보 등 6개 상임위원회가 발의했던 법안들을 한데 묶은 패키지 법안이다. 동 법안은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차세대 5G 구축 등 미국 첨단기술 육성, 국립과학재단 산하 기술혁신처 신설을 통해 에너지·항공우주·인공지능 분야 육성, 홍콩·신장 위구르의 인권침해, 사이버 공격 대응, 중국기업의 미국 자본시장 접근 제한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전방위 중국방어용 ‘종합세트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5년간 2500억 달러(약 280조원) 예산을 투입해 중국의 지정학적 부상에 대응, 외교·안보·산업·기술 등 미국의 총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을 완전히 배제시켜 나가겠다는 의도이다.

이를 이미 예견한 듯 중국도 바로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은 바로 전인대 상무위원회 마지막 날인 10일 미국을 견제한 ‘반외국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일반적으로 3차례 심의 절차를 거친 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키지만 반외국제재법은 2차 심의만 하고 바로 통과되었다. 중국정부는 ‘이기인지도, 환치기인지신(以其人之道, 還治其人之身)’이라는 표현으로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 말은 남송시대의 유학자인 주희(朱熹)가 저술한 <중용집주(中庸集註)> 제13장에 나오는 문구로, ‘바로 그 사람이 사용한 방법으로 그 사람을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용집주’는 중국 사서 중 하나인 중용(中庸)에 주(註)를 달아 집필한 책이다. 한 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즉 받은 대로 그대로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강력한 대응 의지가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반외국제재법은 총 16개 조항의 2장 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방대한 미국의 혁신경쟁법안에 비해 매우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볼 일이 아니다. 이번 제재법은 출발에 불과하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발동한 행정명령이나 법안이 나올 때마다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관련 규정 및 법률을 제정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칼날은 미국을 겨누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실체명단 규정(2020년 9월)’, ‘외국법률 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 저지(2021년 1월)’ 등 무역투자와 관련한 미국의 직·간접적인 제재에 대응하고,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상무부 명의로 공포된 규정들이다. 그러나 반외국제재법은 시행주체가 일개 부처가 아닌,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국무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비록 16개 조항의 짧은 내용이지만 적용되는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다. 어떻게 보면 두리뭉실하게 보일 수 있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미국 견제 총괄 법안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가 더욱 구체화될수록 중국은 반외국제재법을 기초로 향후 다양한 영역의 실무 집행 규정 및 시행세칙 등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점입가경의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우리에게 새로운 국가산업정책과 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양국의 지정학적·역학적 구도를 좀 더 세분화시켜 접근해야 한다. 향후 양국의 협력-경쟁-대결의 3각형 프레임 구조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우리의 생존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미·중 양국은 결코 함께 손실을 보고 죽는 ‘양패구상(两败俱伤)’의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 환경, 북한문제 등 국제적인 이슈의 협력은 강화될 것이다. 핵심기술을 둘러싼 치열한 테크경쟁으로 인해 미래산업의 디커플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홍콩 및 신장위구르 등 인권·민주 등 보편적 이슈에 대해서는 대립과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협력-경쟁-대결의 3각형 구조는 각 면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양국의 내부 정치적 변화에 따라 그 구조는 변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생존전략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우리 스스로 미·중 양국의 3각형 구조를 양단 구조로 단순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양자택일의 프레임에 빠져 자중지란을 벌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중의 양단 구조 프레임에 빠져들면 들수록 저들은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의 입지는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양국의 3각형 구조 특성을 보고 협력-경쟁-대결 국면에서 일어나는 각 사안별로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중 양국에 있어 전략적 가치국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노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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