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인국공’이 쏘아 올린 ‘정규직제로’ 노노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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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6-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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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산업2부 차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 1600명의 직접 고용을 두고 ‘노노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0)’ 취지에 맞게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부터 촉발된 공기관의 정규직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은 콜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 여부를 두고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가동하고 있다. 협의회는 공단 정규직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가 각각 참석해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제시한다.

논란의 핵심은 고객센터 직원을 공단 소속 정규직으로 직고용하는 문제다. 이를 두고 현재 정규직인 공단 일반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단 정규직 직원들은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하면 공채 시험을 통해 공단에 들어왔던 자신들의 모든 시간·금전적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사와 석사는 물론 많게는 박사까지 졸업하며 공들였던 자신들의 수고가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불공평한 처사라는 것.

반면 콜센터 노조는 직고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정 시험이나 기준을 만들면 될 것이고, 단순히 직고용한다고 해서 기존 공채 출신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 직원들이 지나친 우려와 비약을 한다는 주장이다.

임금 체계도 기존 공채 출신 정규직과 다르고, 승진 인사 등 공단 내에서의 대우 역시 직고용으로 전환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판단이다. 

이들에 대한 직고용 문제는 김용익 공단 이사장이 개인 판단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정부나 공단이 강제로 방침을 정하는 게 아니라 실제 전환 여부는 노·사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사무논의협의회’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 데 있다. 이 때문에 계약직 노조 측은 협의회를 통해 공단이 직고용하는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원들은 반대가 거세다. 현재 고객센터 근로자들은 계약직이 아닌 명백한 ‘정규직’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동계는 고객센터 직원들을 ‘비정규직’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들은 민간 업체 소속 정규직이다.

소속만 공단이나 공단 자회사 소속이 아니고, 엄연히 공단과 계약을 맺고 있는 민간 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라는 것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그럼에도 자신들의 소속은 공단 직속이어야 하고, 최소한 공단 자회사 소속의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공단 정규직들은 자신들의 노조 집행부에 대해 권한정지를 요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집행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협의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반발해서다. 이들은 직접 고용도, 자회사 소속 고용도 안 되고, 불리한 결정을 할 게 뻔한 협의회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휴가를 내고 협의회가 열리는 여의도와 광화문 등지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반대하는 직원도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조건 없는 직접고용 및 정규직화는 ‘무임승차’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자신들은 험난한 공채 과정을 뚫고 정규직이 됐지만, 고객센터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반대급부가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 사례를 보며, 자신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형태로 직고용하기로 한 인국공의 결정이 ‘공정하지 않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인국공으로 시작해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고용, 건보공단·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둘러싼 잡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갈등 끝에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다시 임금인상 요구로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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