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달리는 캡슐호텔 볼보 V90 B6... ‘차박’ 제대로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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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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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에 신속한 대응 가능··· 캠핑장의 주인공으로

  • 파일럿어시스트 등 수준급 첨단시스템··· 장거리 운전도 ‘편안’

캡슐호텔. 일본을 여행하기 위해 급하게 숙소를 찾다 보면 한 번씩은 듣게 되는 단어다. 한 명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만 제공하는 저렴한 호텔이다. 키 180㎝ 성인 두 명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지만, 가성비만 따지면 최고로 친다.

차박(차에서 숙박) 체험을 위해 최근 시승을 진행한 볼보의 크로스컨트리차량(CUV) ‘V90(B6 모델)’이 딱 그랬다. 고성능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채용 등 다양한 특장점을 지닌 차량이었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앞뒤로 잘빠진 크기뿐이었다.

목적이 차박 체험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친구와 함께 아무런 준비 없이 강행한 차박 체험이라 캠핑장 예약도 제대로 못한 상태였다. 2박3일 일정에 하루는 말 그대로 노지에서 자야 했기 때문에 실제 잘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사진=유진희 기자]

[사진=유진희 기자 ]

◆넓게 자면 성인 두 명, 좁게 자면 세 명도 가능
먼저 트렁크를 열어보니 외형만큼이나 공간이 넓었다. 트렁크 공간만으로도 텐트와 매트, 테이블 등 큼지막한 캠핑용품을 다 넣기에 충분했다. 2열을 접자 180㎝의 성인 두 명이 편히 누울 수 있으며, 좁게 자면 한 명 정도는 더 잘 수 있을 듯했다.

눈대중이었지만, 실제 수치로도 동급 최고 수준이었다. 이 모델의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는 각각 4960mm, 1905mm, 1510mm, 2941mm다. 트렁크 용량의 경우 기본 560ℓ이며, 2열을 접으면 1526ℓ까지 나왔다. 전고가 낮은 것에 비하면 큰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장점은 이날 홍천의 한 하천변에서 진행한 노지캠핑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차량 내에서 잘 수 있으니 별도로 텐트를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테이블 등 외부에서 쉴 간단한 장비들만 설치하면 끝이었다. 보통 텐트를 치는 등 캠핑 준비에만 적어도 1시간은 넘게 걸렸으나, 이날은 10분으로 끝났다.

취침 준비도 간단했다. 트렁크와 2열 사이에 평탄화가 잘돼 있어서 얇은 돗자리 하나만 깔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낭에 쏙 들어가니 세상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잠들기 전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천장의 파노라마 선루프는 또 다른 선물이었다.
 

[사진=유진희 기자]

[사진=유진희 기자]

◆위기에 신속한 대응 가능··· 캠핑장의 주인공으로
클라이맥스는 이날 새벽 3시경이었다. 단잠을 깨우는 ‘윙~’하는 큰 사이렌 소리에 눈을 떠보니,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사이렌에 이어진 재난방송에서는 하천에서 캠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긴급대피를 권고했다.

외부에 펼쳐뒀던 테이블과 의자 등을 정리해 바로 자리를 떴다. 하천은 비가 올 경우 순식간에 불어나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5분도 안 돼 정리를 마치고 인근 마을회관에 다다르자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그제서야 우리 반대편에서 텐트와 타프(비 등을 피할 때 사용되는 가림막), 이동식 화장실까지 설치하고, 제대로(?) 캠핑을 하던 세 그룹의 사람들이 잘 빠져나왔는지 걱정이 됐다. 비가 잠잠해지고 전날 캠핑을 했던 곳을 찾았더니, 그들은 그곳에 밤새 머무르고 있었다. 잠시의 귀찮음과 위험 감수 사이에서 후자를 택했다는 게 조금 씁쓸했다.

둘째 날은 다른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인근의 캠핑장을 찾았다. 간밤에 영웅담(?)을 얘기하니, 시승차는 어느새 주인공이 돼 있었다. 다만 이날도 차량에서 쉬었는데 하나의 단점을 발견했다. 낮에 생활하다 보니 책도 읽고 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필요했으나, 차량의 천장이 다소 낮아 불편했다. V90의 전고는 볼보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보다 250㎜ 이상 낮다.
 

[사진=볼보코리아 제공]

◆파일럿어시스트 등 수준급 첨단시스템··· 장거리 운전도 ‘편안’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박 체험에서 벗어나 차량의 성능을 충분히 체험했다. 주말이라 도로 정체가 심해 170㎞ 거리를 5시간가량 운전해야 했으나, 상대적으로 피로가 덜했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어시스트Ⅱ’와 긴급제동장치인 ‘시티세이프티’, 반대 차선 접근차량 충돌회피 등 첨단시스템이 도와준 덕분이었다.

대형 차량이라 가속이 조금 늦었지만, 주행감은 훌륭했다. 자연을 빠져나와 다시 도심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정숙함도 유지했다. 방지턱 등에서도 50㎞/h 정도 유지하고 달려도 울렁거림이 크게 심하지 않았다. 시승 차량의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42.8㎏f·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에 드는 시간은 6.6초다.

연비도 훌륭했다. 공인 연비는 10.2㎞/ℓ이지만, 약 400㎞를 달린 후 계기반에 찍힌 실 연비는 12.6㎞/ℓ였다. 연비 주행을 하지 않고,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 멈췄다 서기를 반복했던 것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칭찬할 만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내비게이션에 있다. 사실 배신(?)을 당했다. 통행료 요금도 더 비싸고, 긴 거리를 돌아야 했지만 1시간 30분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말에 볼보 내비게이션을 믿고 따랐다. 평소에 쓰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자는 친구의 주장을 묵살하고 내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3시간 30분이면 된다는 귀갓길은 결국 5시간이 됐고, 친구의 잔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했다.

한편 V90 B6의 판매가격은 7920만원이다(VAT 포함).
 

[사진=볼보코리아 제공]

[사진=볼보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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