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장영수 "공정한 재판·공정한 수사…그게 개혁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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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신진영 기자
입력 2021-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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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 인터뷰..."정치재판 NO"

  • "'검수완박' 검찰 때리기에 그쳐…공수처에 집중해야"

  • "민주주의 하나만으론 해결 안 돼…시스템 맞물려야"

"사법의 본질이 무엇인가."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6일 고려대 신법학관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취재진에게 던진 질문이다. 장 교수는 "검찰개혁·사법개혁의 올바른 지향점을 찾아 나가기 위해선 개혁의 본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개혁의 본질은 '공정성 보장'이다. 독립을 전제로 중립을 확보하고, 중립을 전제로 공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사법개혁뿐만 아니라 검찰개혁에도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장 교수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단순히 뺏는다는 개념은 '검찰 때리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집중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검찰개혁의 방향성으로 맞는다는 점을 짚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고려대 신법학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법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삼권분립에 대해 말해야 한다. 행정·입법·사법, 법을 만드는 게 입법이고, 만들어진 법에 따라서 국가 사무를 처리하는 게 행정이다. 그러한 국가 사무 처리가 법대로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게 사법이다. 다시 말해 입법이 기준을 정하고, 일은 행정에서 하고, 사법은 일이 잘되었는지 못 되었는지를 판단한다. 권력을 나눠놓는 이유는, 권력이 집중이 되면 어느 쪽이 잘못되더라도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눠놓아야 한쪽이 제대로 했는지를 확인하고 판단하고 교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법을 흔히들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라고 얘기한다."

-사법의 제 기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 '공정성'이다. 법원은 독립을 전제로 중립을 확보하고, 중립을 전제로 공정한 재판을 한다. 단순히 법관들이 법률지식이 더 많고 그런 문제는 아니다. 감사원 같은 경우는 독립을 얘기하지만 청와대 소속이다. 청와대 소속 하에 있으니 청와대가 연루된 사건에서 힘을 못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공정한 재판이 사법의 본질이다.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사법의 독립과 중립이 확보돼야 한다. 이는 이견이 없다."

-사법부의 본질을 흔드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사법의 본질을 무시하는 규정들이 횡행한다. 예를 들자면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하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법치주의를 얘기하고 사회보장도 얘기한다. 여러 개의 제도나 원리 같은 것들이 정교하게 맞물려서 현대 국가의 시스템을 이룬다. 그런데 민주주의, 민주성 하나로 다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의 민주성, 행정의 민주성, 사법의 민주성은 다 다르다. 그런데도 똑같이 하려고 한다."

-정치권력이 사법부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많지 않나. 

"'선출된 권력에서 하는 걸 사법부에서 왜 뭐라고 하느냐, 니들은 따라라'라는 것은 삼권분립 시스템을 무시하는 것이다. 각각의 역할이 있다. 삼권분립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등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법부에 대한 얘기는 아니지만, 검찰총장이나 이런 사람들을 '선거로 뽑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다.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재판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은 주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고려대 신법학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결국 검찰총장을 선출해보자는 얘기는 그간 검찰이 보여준 불신이 쌓여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이나 법원이 다 잘했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문제는 지향점이 뭐냐는 것이다. 개혁을 통해서 뭘 하자는 것인지가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인사권의 개혁'이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이는 인사권자 말을 잘 듣자는 것밖에 안 된다. 개혁이 아니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이다. 결국 본질은 재판에 가기 이전에 객관성과 공정성 이런 것들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에 대해서 그간 국민들의 비판이 있었다. 불신이 있었다. 때문에 개혁의 방향을 제대로 되게 만들어야 한다.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개혁이다."

-공정한 재판은 어떤 것인가.

"국민에 의해 위임을 받아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의 권위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국민 중의 한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그런 식의 재판은 안 된다. 또 무엇이 옳으냐를 국민들에게 일관성 있게 얘기를 해줘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됐을 때, 헌재 재판관이 여덟 분이 있었다. 그중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다수라서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다. 법적 판단이다. 법적 판단이라고 하면 진보·보수 상관없이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를 갖고 판단하는 것이다. 법적 증거만 명확하면 만장일치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가야 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게 문제다."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스템이 왜곡돼 있으면 검찰이 어떻게 할 수 없다. '검수완박', 수사권 완전 박탈하겠다는 것은 개혁이라기보다 검찰 때리기다. 정상적인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둘 중에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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