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같은 호황, 다른 실적...철강·조선업계의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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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07-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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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 1, 2위인 포스코, 현대제철이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썼다. 올해 들어 수익성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힌 최정우 포스코 회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덕분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에도 저조한 실적을 보인다. 지난해까지 조선업계 회복에 힘쓰겠다며 수년 동안 조선향 후판 가격을 동결해왔던 철강업계가 더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조선해양의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2분기까지 강재 가격에 대한 충당금을 8960억원으로 설정했다. 강재 가격 충당금은 후판 등의 자재 가격을 실적에 선반영하는 것으로 분기마다 누적하는 방식이다.

강재 가격 등락이나 신조선가에 따라 충당금은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이 하반기 조선향 후판 가격을 현재보다 최대 20만원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3분기 들어서는 한국조선해양의 강재 가격 충당금이 1조원을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영업손실 265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역대급 불황이었던 지난해보다도 못한 실적을 낸 것이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2분기 2조2006억원, 5453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까지 5년가량 조선향 후판 가격을 동결해 왔다. 이유는 주요 고객사인 조선업계의 업황 회복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톤(t)당 90달러를 넘어가는 시점부터 사실상 수익률이 바닥을 찍었다”며 “지금 200달러를 넘어간 것을 고려하면 그동안 철강업계가 얼마나 참아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참을 만큼 참았기에 이제는 정당한 가격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1년만 더 기다려줬다면 조선업계가 성공적인 부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연간 목표액을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71%, 80%의 수주 목표를 채웠다.

하지만 수주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은 해당 선박의 건조를 시작하는 내년부터다. 올해는 여전히 불황인 셈이다. 특히 내년에는 대량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므로 인력도 충원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인력 등에 대한 추가 투자가 쉽지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더 쓰려면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은 들어온 돈이 없다”며 “호황의 시작은 내년부터라고 해야 하는데 (철강업계가) 이를 준비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주한 배를 건조해야 할 내년이 되면 인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월 들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시작됐다. 조선업계의 휴가철이 끝난 8월 둘째 주부터는 협상 결과에 대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이제는 반년만 참아달라고 호소한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인상분을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두 업계는 어려움을 나누는 동반자였다. 하지만 현재는 양보를 하면 본인이 무너진다는 분위기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무너진다면 조선사들도 살아남기 힘들다. 반면 조선업계가 무너지면 철강업계는 가장 큰 고객을 잃게 된다. 어느 한 쪽이 양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각자 반 보씩 물러서 다시 동반자가 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강성현 기자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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