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외교 열쇳말 찾기] 김흥규 "美·中 전략경쟁, 생존의 문제…與野 후보, 세 가지 문제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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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7-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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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대담]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 "文정부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 "文정부, 친미도 친중도 아닌 민족주의 정부"

  • "사드 갈등, 현재진행형...차기 정부 관리해야"

  • "한국, '중간국가'...다자주의 동맹체 가입해야"

[대담=최신형 정치사회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미·중 전략적 경쟁 시대에 국군통수권자인 한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더십은 생존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우리 생존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위협은 모두 한·미 동맹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며 "대통령의 외교·안보 능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점차 심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차기 지도자의 외교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 후보들이) 외교·안보적 식견에 훨씬 더 주의해 자신의 비전을 내세워 국민으로부터 보다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직면할 향후 5년은 아주 사소한 잘못이 이후 50년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엄중하다"면서 "안타깝게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는 어떤 대통령도 외교·안보 분야에 식견을 갖췄거나 제대로 한 대통령이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여야 후보들을 향해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생존·번영 방책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비책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방법이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김 소장은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데 대해서는 "북한이 중국에 성의 표시를 해준 것"이라며 과대해석을 삼갔다. 다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긍정하며 "문재인 정부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회담을 개최한다면) 그간 실책에도 최소한 유종의 미는 거둘 수 있기 때문에 (회담 개최라는) 유혹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내년 2월 중국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계기 남·북·미·중 4자 정상회의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통한 한·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지 않다"며 일축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文정부, 임기 내 남북회담 개최 유혹 받을 것"

-'남북 통신연락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됐다. 임기 말 깜짝 변수가 발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수 있나.

"가능하다고 본다. 임기 내에 회담해야 내년 대선과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로서는 외교·안보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정책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을까 싶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과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도출하느냐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국이 과연 북한이 만족할 만한 선물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이다. 특히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중국 쪽 지원이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으로서는 베이징 올림픽 등을 앞두고 남북 관계를 안정시키기를 바란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북 간 통지가 오간 것도 북한이 중국에 성의 표시를 해준 게 아닌가 싶다. 남·북·중 이해가 모두 맞아떨어진다."

-남·북·미·중 4자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높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중간 선거는 그렇지 않아도 집권당에 불리하다. 이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가 건드려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북한 문제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주도로 남·북·중 3자 회의를 여는 것은 한국에 또 너무 부담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중, 어느 때보다 소원··· 정상회담 힘들 듯"

-여러모로 한국 외교에 중국 변수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 사이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미·중 사이의 문재인 정부 입장이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친중, 친미를 떠나 굉장히 민족주의적이다. 이 정부의 보텀라인(마지노선)은 한·미 동맹이다. 대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 중국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기울어진 경제적 상호의존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을 적대적으로 대하기엔 비용이 너무 크다. 민족주의적인 성격에서 모호한 스탠스(자세)가 불가피하게 나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동맹 약화, 중국 경사론에는 동의하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 초기 한·미 동맹은 우리보다 미국 스스로 약화시킨 측면이 훨씬 강하다. 또 이 정부는 사실 친중이라기보다 오히려 중국과 너무 소원해져 문제다. 참여정부 이후 이 정부처럼 중국과 서로 소원했던 정부는 없었다. 민족주의적 성향에 더해 2018년 이후 남북 관계가 활성화되고 북·미, 한·미 관계 등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논의되며) 중국의 역할이 굳이 필요 없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문제 해결은 결국 차기 정부 몫인데.

"한·미 동맹이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이 사드를 업그레이드(개선)하거나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연동시키는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문제다. 중국이 이를 과도하게 비판하면 한·중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은 한국이 너무 쉽게 혹은 자발적으로 이런 구도를 수용함으로써 주변 다른 국가들의 반중(反中) 전선 참여를 독려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차기 정부는 한·중 간 소통을 통해 보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서로 이해할 부분은 이해하고, 한계를 정할 부분은 정하는 등 관계를 관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중 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있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방중한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올림픽 전에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회담할 가능성은 대단히 작다. 미·중 전략적 경쟁 속에서 시 주석이 방한해야 하는 인센티브(유인책)는 매우 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확산일로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를 치러야 하고 이후 베이징올림픽도 준비해야 한다. 그 와중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자동맹체 가입해야··· 눈에 띄는 대선후보 없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쿼드(QUAD) 등 다자주의 동맹체 가입 문제가 재차 부상했다.


"한국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낀 중간국가다. 통상으로 먹고산다. 자유주의 무역체제를 신봉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을 확대하려는 모든 노력에 동의해야 하는 국가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 주도든 중국 주도든 모든 다자주의 동맹체에 일단 가입해야 한다. 다만 동맹체가 상대를 군사적 의미의 적으로 상정한다면 참여할 수 없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 누구도 공개적으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다자주의를 추구하지는 않고 있다."

-한·미 동맹 못지않게 한·미·일 3각 공조도 중요하다. 결정적으로 한·일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데.

"역대 모든 정부가 출범 초기 한·일 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그러나 한결같이 정권 말기가 되면 일본과의 관계가 나빠졌다. 국내 정치 영향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 채 한·일 관계를 활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 정치가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커졌다. 이에 더해 미·중 전략적 경쟁 상황 속에서 일본의 관심지역은 더 이상 한반도가 아닌 인도·태평양이다. 일본에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위상이 상당히 약화한 것이다."

-한·일 갈등을 해결할 묘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투트랙 어프로치'로 갈 수밖에 없다. 과거사 문제는 양국 시민단체와 학계가 서로 논증하면 된다. 정부는 현재와 미래 관계를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필요한 이해, 이익을 나누고 협력하면 된다. 양국 정부가 나서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조치는 서로 자제하자는 묵시적 합의도 설정해야 한다."

-내년 3월 대선을 통해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어떤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이 나와야 하나.

"한국은 그간 개발도상국, 약소국으로서 추종하는 외교를 해왔다. 미국, 일본과 같은 강대국과 보조를 맞추거나 어떤 외교·안보적 문제도 한·미 동맹으로 귀결시켜 버리면 해결됐다. 그러나 미·중 전략적 경쟁 시대에는 미국조차 변수가 됐다. 차기 지도자는 미·중 전략적 경쟁 속에서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방책은 무엇인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비는 무엇인지, 일본과의 관계는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내놔야 한다."

-눈에 띄는 대선 후보가 있나.

"보이지 않는다. 우려가 대단히 깊다. 각 대선 주자들에게 강하게 촉구한다. 과거의 전략, 인식, 이데올로기를 가지고서는 우리가 새로운 현실의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 선진국 지도자로서 대한민국 생존과 평화, 번영을 위한 확실한 비전을 내놔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대통령하지 마시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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