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동안 왜 그랬나요" 정부의 뒤늦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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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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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탄소중립 정책실현 간담회’에서 한 기업은 “오일쇼크 때와 비슷하다”며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세계적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산업계의 지각변동도 원인이지만, 모든 기업정책을 규제로 일괄하는 정부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기업은 이익집단임에도 그동안 정부는 비영리 환경·봉사단체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탄소배출권 3기를 시작할 때도 그랬으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때도 그랬다. 지난달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판타지 수준이었다.

지난 2월부터 산업부가 추진한 산업별 탄소중립위원회 회의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는 “벌을 주는 자리”였다.

당시 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하지 못 하는 일을 시키고는 왜 하지 않았냐고 묻는 자리였다”며 “당장에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없애라면서 어떠한 지원책도 내지 않고 그저 의무라고만 강요한다”고 하소연했다.

올해만 여러 차례 주요 경제단체에서 중대재해법 등 주요 기업규제에 대한 성명을 냈지만 정부는 무시로 일괄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뒤늦게라도 들으려 한다는 것이다.

16일 산업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주요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이들 부처의 회의에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각 부처는 당장에 가능한 임시방편이라도 만들어 내겠다며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9월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탄소중립 정책실현 간담회는 기업들이 애로사항을 얘기하면 정부가 듣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이미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고 이제 정부가 (기업에) 무엇을 해줄 수 있나 논의할 때"라며 "탄소중립은 특정한 산업이나 기업이 짊어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간담회의 목적에 관해 설명했다.

관계 부처는 논의 내용을 행동으로도 옮기고 있다. 15일 산업부는 ‘2021년도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액화 수소 플랜트 및 충전소 구축,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원료화, 화장품 리필 매장 운영 등 총 25건의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환경부, 국토부 등은 기업규제 완화를 위한 ‘탄소중립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논의 중이다. 도 단위의 지역을 지정해 탄소중립과 관련한 모든 사업 규제를 완화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미래를 미리 본다는 목표다.

지금 대선경쟁이 한창이다. 여러 공약 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공약은 보기 힘들다. 기업들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사후 처리 과정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대책을 함께 강구하고, 정부의 정책이 기업과 동반상승 효과를 내는 정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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