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대장동'이 보여주는 이재명의 정책 능력과 대통령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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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1-10-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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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건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 사건이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이다. ‘50억원 클럽’ ‘권순일 전 대법관 월 고문료 1500만원’ ‘성남시의회 의장 30억원’ 등 정·관·법조계 로비 의혹도 중대한 문제이고 반드시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로비 의혹은 대장동 사건의 파생물이지 사건의 본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건의 본질은 민간 개발업자가 개발 이익 8000억원을 챙기게 되기까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후보가 일을 제대로 했느냐이다. 이에 대한 평가에 따라 대장동 개발 사업은 이 후보의 정책 성공이 될 수도 있고 정책 실패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부정한 자금에 연루된 의심을 산다면 권력형 비리 의혹이 될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쟁점 중 어느 쪽으로 귀결되느냐에 따라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이재명, "단군 이래 최대 치적" 자찬

이재명 후보는 개발 사업을 ‘정책 성공’이라고 주장한다.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까지 한다. 치적의 핵심은 개발 이익을 민간 업자가 독식하는 것을 막고 공공 이익으로 최대한 환수했다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공공 이익 환수 액수가 5503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2000년 도시개발법이 시행된 이후 21년간 환수한 개발 이익 총액 1768억원의 3배나 된다고 했다. 환수액이 5503억원이라는 이 후보 주장에는 반론도 있다. 개발 사업 때 민간이 당연히 부담하는 기부채납(공원, 주차장, 터널 등 공익 시설을 지어 공공용으로 기부하는 것) 액수 2991억원 등이 포함돼 있어 5503억원 전액을 공공 환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5503억원 전액을 환수액이라고 주장하며 이 같은 “압도적 액수의 환수”가 가능했던 이유로 자신이 설계한 민관 합작 개발 방식을 든다. 가만 놔뒀으면 100% 민간 개발 방식이 돼서 민간 개발업자가 개발 이익을 전부 가져갔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기가 공공과 민간이 절반씩 참여하는 민관 합작 개발 방식으로 한 덕분에 민간 독식을 막고 공공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시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당초 공공 개발로 하려 했는데 국민의힘이 지배하는 성남시의회가  민간 개발을 주장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민관 합작 개발을 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이 방해하지 않았다면 공공 개발로 했고 그러면 민간이 개발 이익을 가져가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후보는 18일 열린 국회 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간 이익을 100% 환수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도 “이는 국민의힘이 공공개발을 막고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간 개발업자가 수천억원의 개발이익을 챙겨 갈 수 있었던 것은 공공 개발을 막은 국민의힘 때문이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후보 주장대로라면 대장동 개발 사업은 ‘정책 성공’이라고 해야 한다. 이 후보 말대로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다. ‘토건 기득권 세력과 맞서 싸워 정의를 지켜낸’ 일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이렇게 받아들인다면 이 후보는 대선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안의 핵심은 왜 공공 개발로 하지 않고 민관 합작 개발로 해서 민간에 개발 이익을 챙길 기회를 줬느냐가 아니다. 아무리 민관 합작 개발로 하더라도 민간이 지나치게 많은 개발 이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미리 조치할 수 있었고 마땅히 조치해야 했는데 왜 하지 못했느냐 하는 점이 사안의 핵심이다.

이 후보는 국회 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간 이익을 최소화하고 공공 환수를 최대화하도록 사업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개발 이익이 1100억원이 넘는다고 해서 환수 비율을 그것의 50%로 정했는데 개발 이익이 자꾸 줄어들어 결국 150억원밖에 환수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대장동 사업에서는 “고정 이익 환수의 최대화”로 정했다고 했다.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환수를 비율이 아닌 액수 확정 방식으로 하되 그 액수를 최대화하도록 했다는 말이다.

"초과 이익 방치로 돈 잔치 벌여줘" 반론

그러나 대장동 사업에서는 막대한 개발 이익이 생겼기 때문에 예상은 틀린 셈이 됐다.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그 경우에 대비해 초과 이익 환수 조치를 마련했더라면 민간이 수천억원을 가져가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책 입안 단계에서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예상하고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책 결정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이 후보는 그런 덕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대장동 사업은 이 후보의 정책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던 이 후보와 달리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은 초과 이익 환수 필요성을 인식하고 사업 초기 단계에 두 차례나 건의했다. 실무진은 2015년 2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공모 지침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메모로 보고했다. 이때는 아직 민간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실무진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 3개월 뒤인 5월에도 ‘분양가가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가격을 상회할 경우 지분율에 따라 이익금을 배분할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 문서를 작성해 상부에 올렸다. 그런데 불과 7시간 만에 이 내용이 삭제된 채로 사업협약서가 확정됐다. 당시는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였다. 이 때문에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에 개발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삭제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라 실무진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고정 이익 환수의 최대화로 방침을 정했던 터라 초과 이익 환수 조치가 불필요했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뒤여서 조건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해명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실무진조차 '분양가가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가격을 상회할 경우’를 예상하고 초과 이익 환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는데 정작 시장인 이 후보는 그러지 못했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무진이 처음 초과 이익 환수 필요성을 제기한 때는 사업 시행자가 선정되기 전이었다. 이때로부터 한 달 뒤에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따라서 얼마든지 초과 이익환수 장치를 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이 후보가 이때  실무진 의견을 받아들여 고정 이익 환수 최대화는 그것대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초과 이익 환수 장치를 마련하는 세심함을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진짜 ‘칭찬받을 일’이 됐을 것이다.

검찰은 유동규씨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화천대유에 과도한 이득이 가도록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해 결과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했다. 초과 수익 환수 등의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는 이재명 후보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 후보가 법률 상의 배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책 실패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

'정책 성공'이냐 '정책 실패'냐 국민 눈이 관건

초과 이익 환수 문제만이 아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공공이 한 역할이 거의 없다”고 했다. 공공이 한 일이라고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업 비용 투자를 면하는 대신에 강제 수용으로 민간업자에게 토지를 확보해 주고 개발 이익 일부를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토지를 강제 수용해준 덕분에 민간 개발 시 10년 이상 걸릴 사업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고 사업 시행사는 토지를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공공 임대 주택은 전체의 10%도 짓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사업자라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민관 합작이라 적용받을 수도 없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런 점들을 지적하며 “앞에서는 공공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개발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 쟁점은 이 후보의 비리 관련 여부다. 대장동 개발 사업 관계자가 작성한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내가 실 소유주가 아니라는 걸 직원들이 다 안다”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 분의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 분’이 누구인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그 분’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누군지는 검찰이 밝혀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는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장동 사태를 보는 국민의 눈이다.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든 국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고 공공 이익을 최대한 환수한 정책 성공인지, 민간 사업자에게 수천억원대 잔치판을 벌여준 정책 실패인지 각자 판단할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정책 능력과 대통령 자질을 가늠해 볼 것이다.민주당 경선에서 승승장구하던 이재명 후보는 비당원 참여 비중이 높은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낙연 후보에게 28.30% 대 62.37%라는 더블 스코어 차이로 패했다. 대장동 사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 영향이 대선 본선에서도 지속될 것이냐가 대선 판도를 좌우할 중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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