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초등학교 입학 예정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안모씨는 잇따른 청약 실패와 집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껴 지난해 전세를 안고 서울 성동구에 집을 샀다. 9개월가량 남은 자신의 전세계약과 날짜를 맞춰 현재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을 전세금과 임차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을 합치면 내년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입주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로 전세 퇴거 대출을 실행할 수 없게 됐다.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대출 한도 때문이다. 대출이 아니면 전세금을 돌려줄 방법이 막막한 데다 실입주를 못하면 당장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의 집주인도 계약이 끝나면 직접 들어오겠다며 안씨에게 통보한 상태다. 안씨는 "올해 안에 세입자를 쫓아내지 않는 이상 내 집인데 들어갈 수가 없게 됐다"면서 "담보가 확실한 주택으로도 대출이 안 되니 내 집을 두고 월세를 살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내집 두고 월세살이라니···잔금 앞두고 날벼락
정부가 26일 DSR 조기 시행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임차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이른바 '전세 퇴거 대출' 문의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전세 퇴거 대출은 자금 목적만 다를 뿐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 구입용 대출과 똑같은 주담대다. 최근 2~3년간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 폭등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전세를 끼고 집을 샀거나, 직장이나 자녀 교육·육아 등 문제로 본인 소유 주택을 전세를 주고 자신도 똑같이 전세살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당장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차주단위(개인별) DSR 적용 시기를 총대출액 2억원 초과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내년 7월부터로 예정보다 앞당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는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에만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A은행 경기도 용인 수지상현지점 관계자는 "내년 초 주택구입 자금대출을 통해 입주를 준비했던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기존(내년 7월) DSR 규제 시행 시기에 맞춰 내년 상반기 잔금 대출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주택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차수요' 급증할듯···은행권 가이드라인은
은행권에선 내년 대출 절벽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대출 문의가 많아지자, 가수요 확대에 따른 '막차대출'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내년 1월 적용 전 미리 생활안정자금이라도 받아놓으려는 문의까지 늘어나면서다.

또한,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영역에서 수요가 대거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DSR 대상에 전세대출을 제외하면서 주담대와 전세대출 한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더 심화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앞서 당국이 상대적으로 전세대출 대비 주담대 규제를 더 강하게 적용하면서 집값은 전셋값보다 비싸지만 대출은 주담대보다 전세대출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런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의미다.

이런 가운데 만약 내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준비 중인 금융소비자의 경우 이미 받은 대출이 있으면 미리 갚아두는 등 대비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B은행 관계자는 "담보대출을 통해 내년에 내집 마련을 하려면 미리 사용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줄이고, 불필요한 신용대출은 상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신용대출에 균등분할상환 방식을 적용하면 DSR 산정 시 평균만기(5년)가 아닌 실제만기(최장 10년)를 적용받을 수 있어 담보대출 한도가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변동 상황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준금리가 다음 달,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인상되면 1.5% 수준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DSR 40% 규제 하에선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매월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이 늘어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가령 대출금리가 3.5%일 때 연봉 4000만원인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 한도는 3억원(30년 만기)이지만, 대출금리가 4.5%로 오르면 2억7000만원, 5.0%로 오르면 2억50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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