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폐쇄적인 법조기자단 운영에 제동… 변화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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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인턴기자
입력 2021-11-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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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기자단 운영 관련 최초 법원판결 나와…

  • 다른 행정부처 기자단 운영에도 영향

서울행정법원이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의 기자실 사용신청 및 출입증 발급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로앤피]

법원이 폐쇄적인 법조기자단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미디어오늘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법조 비출입 매체 24곳은 서울고등법원에 출입증 발급신청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셜록 등 3개 매체는 언론 보도 활동을 위한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두 가지를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와 구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며 법원은 관여하지 않고 있으니 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이에 지난 3월 미디어오늘은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미디어오늘이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의 기자실 사용신청 및 출입증 발급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뉴스타파와 셜록이 서울고등검찰청에 제기한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의 이유를 설명하며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의 청사관리관인 서울고법이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유재산법상 각 부처 관리 주체가 출입 권한을 행사해야 하므로 서울고법이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허가를 기자단에 위임한 행위를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법원을 비롯한 행정부처의 기자단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변론 과정에서 “대법원을 비롯한 행정부처에도 모두 기자단이 있고 기자단의 가입 여부는 이들의 투표로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행정법원 판결로 인해 기존 행정부처의 기자단에 대한 관행이 잘못됐다는 사실만 증명하게 됐다.
 
그동안 법조기자단에게는 검찰 브리핑, 보도자료와 공보자료 상시배포, 판결문 제공, 법정 내 노트북 사용, 기자실 사용, 상시 출입증 발급 등 많은 편의가 제공됐다. 하지만 비출입사들은 비균형적인 정보 제공으로 인해 친분이 있는 출입기자에게 판결자료를 부탁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법조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했다. 법조기자단은 3명 이상의 기자가 법조팀을 구성해 6개월 이상 취재·보도를 한 언론사에 한해 ‘가입자격’이 주어진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기자단, 대검 기자단, 서울중앙지법 기자단, 대법원 기자단의 투표를 통해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최종적으로 가입이 승인된다.
 
이런 폐쇄적인 제도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검찰·법원의 출입사를 한정하고 이들 출입사만 검찰의 정보를 받아 많은 단독보도를 낼 수 있었다. 또 검사와 법조기자 간 인맥이 만들어져 이른바 ‘검언유착’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 전(前) 머니투데이 부국장이다. 김만배 전 부국장이 유력 전관변호사와 검사를 화천대유 고문·자문단으로 둘 수 있었던 이유는 법조기자단 소속으로 오랫동안 이들과 인맥을 쌓아왔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서울고법의 항소 여부와는 관계없이 기존 기자단 운영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기존의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을 갑자기 바꿀 경우 따라올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안 그래도 좁은 기자실에 더 많은 수의 기자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등 기본적인 것부터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기존의 폐쇄적인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검언유착’ 같은 폐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자신의 SNS에 "법조기자단 제도는 이제껏 기득권의 아성(牙城)인 검찰‧법원과 긴밀하게 연결된 카르텔"이라며 "'법조 기자 김만배'를 키워낸 토양도 그 음습하고 축축한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언유착의 단초가 되는 기득권 카르텔을 해소하고 특권을 없애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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