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미 상장 中기업 규제 시행 임박...미-중 자본 디커플링 가속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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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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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 규제 당국의 뉴욕증시 상장 중국 국적 기업에 대한 규제 시행이 임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 행정부가 2년 가까이 추진해왔던 정책이다. 미국 당국은 회계조사를 통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과 이들 기업의 연관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BC 등 외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시행하기 위한 세부 규칙 마련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도입을 추진해왔으며,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앞서 여러 차례 관측됐던 대로, SEC는 세부 규칙에 뉴욕증시 상장 기업이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 표준 방식의 회계조사를 사실상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증시 상장 기업이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찰 조사를 3년 연속 거부할 경우 상장 폐지를 강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탓이다. 

법안은 이를 모든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지목했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해당 조사를 거부한 사례는 중국 국적의 기업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당국은 그간 뉴욕증시에서 거래 중인 중국 기업들의 회계법인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요구했으나, 중국 당국은 '국가 주권'을 이유로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PCAOB의 조사를 거부해왔다. 이에 따라, 향후 해당 규칙이 시행한다면 이들 기업에 대한 PCAOB 조사는 예정된 수순이며 거부할 경우 SEC는 상장 폐지를 결정하게 된다. 

해당 법안은 2020년 12월 31일 이후의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뉴욕증시 퇴출 사례는 2024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PCAOB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홍콩 국적의 56개사를 포함해 모두 234개다. 이들 회사의 시가총액은 총 2조3000억 달러(약 2720조원)에 달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간 50여 개국이 PCAOB의 회계 조사에 협력해왔지만, 역사적으로 단 두 곳만 협력하지 않았다"면서 "바로 중국과 홍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주식) 증권을 발행하고 싶은 외국 기업이 있다면, 해당 기업의 회계장부를 감사하는 법인은 PCAOB의 감찰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SEC는 해당 조처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지난해 회계 조작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으로 수조원대의 막대한 투자자 손해를 끼친 중국 '루이싱커피' 사태를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명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 조사를 강화하고 소유·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밝힐 것을 의무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중국 측은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제재라고 재차 반박하고 있다. 

앞서 5월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財新)은 SEC의 해당 규정 마련 움직임을 소개하며 중국 기업들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해당 규정에 해당하는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 핀둬둬, 넷이즈, 씨트립 등 중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홍콩 2차 상장이나 뉴욕증시 상폐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후 중국 당국(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이 '민감한 데이터 유출 우려'를 이유로 자국 기술기업의 해외증시 상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들 기업은 미중 양쪽에서 압박받는 이중고에 처한 상태다. 

실제, 같은 날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은 결국 뉴욕증시 상장 폐지와 홍콩 증권거래소 재상장을 결정하기도 했다. 
 
한편,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SEC의 조치에 대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자 중국 발전을 억제하려는 또 다른 구체적인 행동"이라면서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외국 기업의 투자와 경영에 대해 겹겹이 장애물을 설치할 것이 아니라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자국 기업에 대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내놓을 것"이라면서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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