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오미크론에 또 주저앉은 여행업계…실질적 지원으로 숨통 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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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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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정상화를 향해 한 발을 뗐는데 변이 바이러스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네요. 2년 전에도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또 이런 상황에 직면하니 앞날이 캄캄하기만 하네요. 참 사는 게 막막합니다."

푸념을 늘어 놓는 여행사 관계자의 모습을 마주하니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긴 시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겨우 지푸라기를 붙잡고 일어났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암담한 상황이 벌어지니 더더욱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자 국가별로 일상 회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와 공존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방역 안전국에 속하는 한국에 여행 빗장을 푸는 국가가 자연스레 생겨나기 시작했고,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발표한 우리 정부도 사이판에 이어 싱가포르와 여행 안전 권역(트래블 버블)을 발표하는 등 해외여행 재개에 '청신호'를 밝혔었다.

오는 2025년 외래 관광객 25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달콤한' 목표를 세운 정부는 지난 11월 15일부터 실행한 안전 여행 권역 국가인 싱가포르를 필두로 방역 상황이 우수한 국가부터 점진적으로 격리 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외에 △신속 유전자 증폭 검사(PCR) 횟수 단계적 축소 △사증 면제와 무비자 입국 복원 노력 △지방 공항의 국제선 운영 재개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한 세부 계획을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만큼 방한 관광 활성화 분위기를 잇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하게 될 관광 박람회, 쇼핑관광축제 등 대규모 방한 관광 마케팅도 선제적으로 실시해왔다.  

2년여 만에 겨우 해외여행이 재개되기 시작한 만큼 그간의 고통이 보상을 받을 일만 남은 듯했다. 

2년여 동안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왔던 여행업계는 "고생 끝에 낙이 왔다"고 입을 모았고, 다양한 여행 상품을 쏟아내며 해외여행 수요 유치에 사활을 걸며 희망의 2022년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갑자기 '오미크론'이 등장했고, 지난달 1일 시작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는 5주 만에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사실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후퇴하는 일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정부의 기조도 변화의 물살을 탔다. 확진자가 5000명, 1만명이 나오더라도 일상 회복을 점진적으로 밟아나갈 것이라던 계획도 번복했다. 당장 오미크론 확산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확진자 수 폭증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국내 유입을 이유로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회귀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선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2년여 동안 고통받던 여행업계의 절규까지 보듬지는 못한 대책이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또다시 '사형선고'를 받은 처지가 됐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오랜 기간 고통을 견뎠던 여행업계는 이제야 영업 정상화와 여행 수요 증가라는 희소식을 안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유럽을 비롯해 태국과 베트남 상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면서 '여행시장 완전 회복'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걸음 떼지도 못한 상황에서 오미크론에 발목을 잡혔다. 

오미크론 확산 공포가 지속하면서 여행상품 예약 취소가 빗발치기 시작했고, 여행사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했다. 

관광 융자와 적은 지원금에 의존해 근근이 버텨왔던 업계다. 업계 생존을 위해 관광산업 융자 지원(6590억원)과 손실보상 제외업종 재정 지원(1800억원)을 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생사를 오가는 업계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일 뿐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가늘게 빛났던 희망의 빛조차 변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기세로 집어삼킨 지금, 업계가 다시 생존의 날갯짓을 시작할 때까지 버팀목이 돼줄 곳은 정부뿐이다.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만이 죽어가는 업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자금 지원 외에도 외부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주저앉은 업계가 다시 힘찬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더는 주저앉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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