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조선 빅딜] 産銀 '50% 승산' 베팅한 사이···적자 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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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1-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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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등 경쟁국 기업결합심사 3년 소요

  • 공백기 동안 재무건전성·경쟁력 하락

  • 누적 3분기 1조 손실·R&D 동력 약화

"수학적 근거는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합병을 성사할 수 있도록 돕겠지만 리스크가 있다는 것은 인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50%가 넘는 상당한 승산이 있다고 본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이끄는 이동걸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주요국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이견 없이 승인할지 묻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그해 3월 인수합병(M&A)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주요국 경쟁당국에게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늦어도 2020년에는 낭보가 있을 것이라는 계약 당사자들의 예측과 달리 기업결합 심사는 3년이 넘는 올해까지 연기됐다.

그뿐 아니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불승인 혹은 조건부 승인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라고 AFP 등 주요 외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EU 경쟁당국이 막판에 변심하지 않는 이상 대우조선해양 M&A가 파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0% 이상의 승산'을 자신했던 이 회장의 생각과 달리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쳐 조선 분야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겠다는 조선 빅딜은 결국 표류를 앞두게 됐다.

문제는 이르면 올해 다시 M&A 시장에 나오게 될 대우조선해양이다. 최근 3년 동안 기업결합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던 탓에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중요한 시기에 재무건전성과 연구개발(R&D) 동력 모두 이전보다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실제 조선 빅딜 직전인 2018년 대우조선해양은 매출액 9조6444억원과 영업이익 1조24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실적은 매출액 7조302억원과 영업이익 153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누적 3분기(1~9월)에는 1조2939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이 기간 재무건전성 역시 악화됐다. 차입금의 전체 규모는 줄었으나 이를 상환할 능력이 더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 부채비율은 2018년 말 210.4%에서 지난해 9월 말 297.3%로 악화됐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비율은 14%에서 23.1%로 크게 늘었다.

한국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곧 새로운 대주주의 증자로 재무건전성 악화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였으나 이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에 연구개발 추진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798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나 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은 이후에는 730억원 이상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이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은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지만 매출액 자체가 줄어든 탓에 연구개발에 힘을 쏟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1조800억원 중 7600억원을 연구개발에 순차적으로 투자하기로 한 것과 큰 차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어 수주 계약이 늘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그러나 수주 계약을 맺고 2~3년 이후 선박을 건조해서 인도해야 큰 수익이 발생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지난해 수주 계약은 내년에 이익이 될 예정이라 당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3년 동안 심사를 기다리느라 골든타임을 놓쳐 오히려 2018년보다 여러 상황이 악화됐다"며 "무리하게 조선 빅딜을 추진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건전성과 연구개발 동력이 흔들리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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