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시아에 강경 대응 예고..."달러 결제 막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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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1-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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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특히 러시아가 침공한다면 미국 금융 기관 내에서 달러를 사용한 러시아 거래를 못하게 하겠다며 강력한 금융 제재를 예고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이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하며 우크라이나 주변의 지정학적 긴장을 높이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금융 제재 등을 포함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CNN 등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면전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침입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도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침입(move in)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과 서방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그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 같다"라며 일종의 대결은 바라지만 전면전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고 추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한다면 미국 금융 기관에서의 러시아 관련 거래를 제한하는 등 강력하고 폭넓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달러로 표시되는 모든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공격의 수위에 따라 어떤 제재를 가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나토 동맹국들 간의 시각에 차이가 있어 이를 통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invasion)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 금융 기관 내 러시아 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경제적 제재를 포함해 러시아에 부과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의 공격 수위가 낮아 침략(incursion) 정도라면, 어떠한 제재를 가할지에 대해 (나토 동맹국들이) 논의하게 될 수 있다"며 공격 수위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강력한 제재가 준비되어 있음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격의 수위를 높여) 가능한 공격을 가한다면 러시아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첫째, (미국과 같은) 큰 나라는 허세를 부리지 않으며, 둘째, 미국이 나토의 분열을 불러올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를 들어, 러시아가 계속해서 사이버 공격을 하고자 하면,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는 러시아의 대대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루어질 경우 미국이 국제 금융 통신망 퇴출 등의 강력한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달러로 국제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이란과 북한에 이어 러시아까지 배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 세계 200여개국 1만1000곳의 은행이 스위프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약 20곳 정도의 러시아 국적 은행 역시 해당 거래망을 이용할 수 있는 '스위프트 코드'를 발급받은 상태다. 대부분의 국제 거래가 달러로 진행되고 있어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 러시아의 경제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국제 제재 전문가인 마리아 샤기나 취리히대학교 동유럽연구센터 연구원은 앞서 이란 은행이 SWIFT에서 배제된 후 이란은 석유 수출 수익의 거의 절반과 해외 무역 30%가량을 잃었다고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에 지난해 5월 기고한 글을 통해 밝혔다. 

미국이 스위프트 배제 카드를 꺼내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초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서 계속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강력한 경제적·비경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서 2014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밝히자 여러 외신들은 미국이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키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하자 당시 유럽연합(EU) 의회는 러시아의 스위프트 배제 결의안을 승인했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한편,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공격 수위가 낮다면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침략(incursion)과 침공(invasion)을 나눠서 사용한 데에 충격을 받았다"라며 사소한 침략 정도에 그칠 경우 제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대대적인 침공이 있다면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전에는 미국 행정부로부터 이러한 어조의 발언을 들은 적이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푸틴 대통령이 마음대로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이라고 당황스러움을 표시했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군사적 행동과 비군사적·준군사적·사이버 행동에 차이를 두고 있다"라며 "이러한 행위들에는 미국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합의한 수준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요구에 관련해서도 발언하며 우크라이나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간 러시아는 전략적 무기 배치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를 요구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내  전략적 핵무기 배치를 배제하는 안에 대해 이미 러시아에 협상을 제안했으며, 우크라이나가 단기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나토 동맹국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미국 측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분쟁이 더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감당할 수 없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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