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3위 인기 정권서 끝없는 추락...'트럼프 바로 위' 오명
  • '돌파구 없는 위기'...국내 정치도,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아
"우리의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Our work is not done)."

지난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시간 가까이 이어진 '마라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일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달라진 미국의 상황'을 강조하며 그간의 국정 성과를 홍보하는 한편 물가와 코로나19 재유행 등 국내 비판 여론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하지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전 "미국이 돌아왔다"며 백악관에서 위풍당당하게 개선식을 치렀던 당시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과 몸짓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초조함과 무거운 부담감이 그의 어깨에 얹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간 빈번히 좌중의 웃음을 터뜨렸던 농담도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평소와는 달리 취재진과 직설적이고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출처=유튜브/Washington Post]
 
◇'트럼프 바로 위' 오명...역대 3위 인기 정권서 끝없는 추락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변화는 취임 100일 직후부터 급격히 악화한 국정 지지율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 분석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주요 여론조사를 종합한 것에 따르면, 취임 초 50%대를 유지해왔던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223일(지난해 8월 30일)을 기준으로 국정 비지지율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취임 첫날 53%로 시작해 취임 닷새째인 지난해 1월 25일 55%까지 치솟았던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223일(지난해 8월 30일)에는 47.2%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꾸준히 우하향하며 올해 1월 19일 41.9%로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다. 반면 지난해 1월 20일 36%였던 바이든 국정 비지지율은 같은 해 2월 1일 34%까지 떨어졌지만 47.5%를 기록한 취임 223일을 기준으로 국정 지지율을 넘어선 후 이달 19일에는 52.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지난 14일 538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1945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래 현대 미국 대통령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라면서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분류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취임 100일(지난해 6월 29일) 당시 포린폴리시 등 외신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FDR)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첫 100일"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던 평가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특히 취임 100일 당시 미국 초당파 정책연구소인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59% 지지율을 기록하며 1980년대 이후 역대 로널드 레이건(67%)과 버락 오바마(61%) 전 행정부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 분석매체 538(위)·리얼클리어폴리틱스(아래)가 집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각각 초록색과 검은색)과 비지지율(주황색과 붉은색) 비교 그래프. [자료=538(위)·리얼클리어폴리틱스(아래)]

 
◇'돌파구 없는 위기'...국내 정치도,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아
이처럼 국정 지지율과 비지지율의 '골든크로스'를 자아낸 요인으론 크게 △코로나19 대응 실책 △대외정책 난항 △물가 불안정 상황 등을 꼽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당시 섣불리 '코로나19 독립'을 선언하고 '자유의 여름'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는 이내 '치명적인 실책'이 돼버렸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60%대에서 정체했으며,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으로 코로나19 재유행세도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갈등에 따른 상처의 회복을 촉구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이념과는 달리 미국 내 정치 양극화도 심화했다. 야당인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재임 중인 지역정부의 방역 이탈도 가속화했다. 이를 틈타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정치 유세를 재개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외정책 난항 역시 바이든 대통령을 미국 국민들의 눈에 '약한 대통령'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8월 31일 단행했던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력에 의문을 던졌다. 20년에 걸친 '끝나지 않은 전쟁' 끝에 적이었던 탈레반 세력에 아프간 정권을 다시 내주고 쫓겨나듯 철수하는 미군의 모습이 방송을 타며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33%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에는 첨단 기술 등에 대해 전략적 경쟁을 선언했지만 갈등만 고조시킬 뿐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취임 당시 '빠르게 끝내겠다'고 약속했던 이란 핵합의 복귀는 이란 정권 교체로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얻기 위해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미국을 상대로 한 도발 빈도를 높였다.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던 경제 환경은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물가 상승세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핵심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7%나 급등하며 1980년대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급격하게 긴축 정책으로 기조를 선회하며 금융시장 불안세도 촉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녹록지 않은 국내 정치와 대외 여건에 직면한 집권 1년 차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여당인 민주당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재출마해야 하는 여당 내 중도파인 조 맨친·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 등은 선거를 염두에 두고 보수 성향 행보를 확대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여파에 바이든 행정부의 중점 정책인 인프라 투자 계획(더 나은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은 사실상 반년 가까이 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를 두고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는 돌파구 마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일환으로 최근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투표권 보장'을 명분으로 야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 제도를 폐지하려고 시도했다. 야당의 방해 없이 중점 정책에 대한 입법 과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하지만 19일 밤까지 이어진 상원 표결 과정에서 해당 방안은 맨친·시네마 의원의 반란표로 결국 부결되며, 더욱 극심한 정치적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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