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3세로 분한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리차드 3세는 보통 악인이 아니다. 희대의 악인이다. 왕이 되기 위해 자신의 형제까지 희생시키는 사악함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무대 위 그의 광기는 거북하지 않았다. 연극이 진행될수록 리차드 3세가 처해있던 시대적 상황과 그의 환경을 알게 됐고, 무엇보다 독백, 표정, 눈물 등을 통해 그의 감정이 조금씩 전달됐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졌다.
 
연극 ‘리차드3세’가 오는 2월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1400년대 영국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이 원작인 작품이다. 명석한 두뇌와 언변을 가졌지만 신체의 결함 때문에 외면받고 살아온 리차드3세가 권력을 탐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다. 2018년 초연 후 4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고전에 담긴 삶에 대한 철학은 시대를 뛰어넘는다. 서재형 연출은 “리차드는 마지막 순간까지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도 누구나 자신만의 왕관을 꿈꾸고,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더는 자신을 전장의 한복판으로 데리고 가줄 말을 잃어버리고도 말이다”라며 “‘리차드 3세’에 끊임없이 관심을 두는 것은 악인에 대한 고찰보다 그가 광기 어린 속도로 시대를 살아간 모습에 대한 동질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라고 짚었다.
 
관객이 동질감을 느끼게끔 작품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서 연출이 곳곳에 준비한 유머는 작품과 관객을 긴밀하게 연결 시켰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리차드의 울고 있는 한쪽 눈을 클로즈업해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대형 무대가 밑으로 꺼지는 장면은 지옥을 떠올리게 하며 관객을 압도했다.
 
4년 만에 리차드로 다시 돌아온 황정민은 광기와 유머라는 양끝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관객을 홀렸다. 작품에 시적인 표현이 많아 자연스럽게 대사로 처리하기 어려워 모든 단어의 장음과 단음을 공부했다던 그의 철저함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전달됐다.
 
국립창극단 출신인 정은혜(마가렛 왕비 역)는 연극 ‘오이디푸스’에 이어 다시 한번 그만의 신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 및 총 8회의 완창을 한 그의 대사에서는 깊고 깊은 한이 느껴졌다.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은 장영남은 권력에 대한 욕심과 가족을 잃은 슬픔 등을 오롯이 전달했다. 배우 13명 전원이 원캐스트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연극 ‘리차드3세’의 한장면 [사진=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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