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 문화재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이 4월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 명칭과 분류체계를 전면 개선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재 명칭과 분류체계가 전면 개선된다.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60년 만이다. 

문화재위원회(위원장 전영우)·무형문화재위원회(위원장 신탁근)는 4월 1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합동 분과위원장단 회의를 열어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전면 개선안을 확정지었다. 이와 함께 ‘미래지향적 국가유산 보호와 가치 증진’ 촉구 결의문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를 △유형문화재(국보‧보물) △무형문화재 △기념물(사적‧명승‧천연기념물) △민속문화재로 결정하고 이를 60년 동안 고수해 왔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사용 중인 ‘문화재’ 용어가 가진 의미상 한계를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유네스코 등 국제기준과 정합성을 맞추는 등 문화재 정책 범위 확장과 시대변화·미래가치를 반영한 체계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일본의 문화재보호법(1950년 제정)을 대부분 원용해 제정됐다. ‘문화재’라는 통칭 명칭을 사용하는 국가는 일본과 우리뿐이다. 특히 분류체계가 비체계적이다.

특히 문화‘재(財)’라는 용어는 ‘과거 유물의 재화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자연물(천연기념물(동식물‧지질)‧명승(경관))과 사람(무형문화재)을 문화재로 지칭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를 근거로 1990년대 후반부터 ’문화유산‘ 용어 보편화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명칭 개선 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1972년 제정된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른 국제사회의 유산 분류체계와 국내 문화재보호법상 분류체계가 달라 정합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별도의 협약으로 무형유산을 정의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문화재 개념보다 유산(Heritage) 개념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도 명칭 변경에 힘을 보탰다. 

국민 76.5%, 전문가 91.8%가 ‘문화재’ 명칭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유산’ 개념으로 변경하는 데에는 국민 90.3%, 전문가 95.8%가 찬성했다. 

통칭 용어로서 ‘국가유산’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에도 국민 87.2%, 전문가 52.5%가 동의했다. 

이에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2005년부터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개선을 위해 수차례 진행됐던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올해 1월부터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어 각계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개선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추진해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財)라는 명칭을 유산(遺産)으로 변경하고, 통칭은 ‘국가유산’으로 한다고 밝혔다. 

재화 개념의 ‘문화재’ 명칭에서 벗어나 역사와 정신까지 포함한 유산 개념으로 변경 확장을 통해, 계승과 전승 의미 확대, 공동체‧지역발전의 원천자산화, 국민친화적‧포괄적 미래유산 보호 등 정책기능 대전환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국보‧보물 등의 지정기준도 기존 오래된 것, 귀한 것, 유일한 것에서 누가,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등 풍부한 역사와 정신적 가치까지 포함한다. 
 
각 유산을 포괄하는 통칭 개념으로 ‘국가유산’ 체제를 도입한다. 국가유산은 세계유산과의 상응 개념으로 한 국가의 총체적 유산을 뜻한다. 

국가유산 분류체계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나뉜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협약'(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과 '무형문화유산 협약'(무형유산)의 체계를 원용하고 개별유산의 속성‧형태와 법률‧행정 체계와의 연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국제사회의 기준과 정합성을 높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확대, 세계유산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 주변국의 역사왜곡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문화재청은 기대했다.

지정‧등록명도 ‘문화재’에서 ‘유산’으로 변경하고, 목록유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비지정 문화재에 목록 유산이라는 개념을 신설한다. 지정 문화재 중심의 중점보호주의에서 벗어나 비지정 문화재를 포함한 역사문화자원을 목록으로 관리하는 포괄적 보호 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비지정 문화재 중 보호가치가 있는 향토 유산의 법적 개념과 지원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된다. 또한, 등록 유산과 목록 유산의 대상을 문화유산에서 무형유산과 자연유산으로 확대한다.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미래지향적인 국가유산 체제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국가유산 체제의 도입 △‘문화재’ 명칭을 역사적·정신적 가치를 포함하는 ‘유산’으로 변경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분류체계 개선 △ 비지정 문화재와 역사문화자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보호체계로 정책 전환 △국가유산 체제에 걸맞은 법적·행정적 기반 마련 등 국가유산의 총체적인 보호와 가치 증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의 결의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문화재’를 ‘유산’ 개념으로 변경하고, 국가유산 체제를 전면 전환해 국민 친화적·포괄적 미래가치 보호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국가유산기본법을 필두로 관련 체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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