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영화가 사랑한 강수연"…영화계, 갑작스러운 이별에 눈물로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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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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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큰 별 고(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사진=고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가 사랑했던 배우 강수연이 지난 7일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영화계는 물론 팬들까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강수연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폐소생술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의 가족들은 이송 직후 긴급 수술을 고려했으나 의료진은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7일 오후 3시께 강수연은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됐다.

강수연은 지난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 나이 4세에 아역 배우로 데뷔해 50여 년간 배우이자 문화행정가로 활동하며 한 평생 영화를 위해 힘써왔다.

아역 시절 '똘똘이의 모험'(1971) 등에 출연하며 동양방송(TBC) 전속 배우로 활동했고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 등으로 하이틴 스타로 성장했다.

고교 시절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등으로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한 그는 1987년 한국 나이 21살에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라는 칭호를 얻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한국 영화를 세상에 알렸다. 이어 1989년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당시 공산권 최고 권위였던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의 큰 별 고(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사진=고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1990년대에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펼쳤다.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길'(1992), '그대 안의 블루'(1993) 등으로 수많은 흥행작을 만들었고 대종상영화제·백상예술대상·청룡영화상 등 국내 유명 영화제를 휩쓸었다. 강수연이 받은 여우주연상만 해도 10차례에 달한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으나 작품과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영화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여성 영화에서도 활약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SBS 드라마 '여인천하'로 사극에 도전, 정난정 역을 통해 그해 SBS 드라마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후부터는 연기 활동을 줄이고 영화계와 영화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다가 2015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2014년 이른바 '다이빙벨 사태' 이후 수년 동안 계속된 갈등과 파행의 책임을 지고 2017년 사퇴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물러난 뒤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지난해 10월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며 4년 만에 공개 활동을 시작했다.

해당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화 복귀도 준비 중이었다.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현재 넷플릭스가 제작한 '정이'는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평생 영화를 위해 살아온 그인 만큼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졌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감독 이우석·임권택·정진영, 배우 김지미·박정자·박중훈·손숙·안성기 등이 고문을 맡았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그의 빈소에는 많은 이가 찾아와 강수연을 애도했다.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가 놓였고 빈소 앞과 복도에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배우 안성기·전도연·마동석 등이 보낸 조화로 가득했다.
 

고인의 빈소를 찾은 양익준 감독 [사진=고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빈소가 차려지기 전 임권택 감독 부부와 배우 문소리, 연상호 감독과 영화 '정이' 제작진이 장례식장을 찾았고 공식 조문이 시작되자 봉준호 감독, 배우 예지원, 박정자, 김석훈, 김보성, 한지일, 유해진, 장혜진, 양동근, 정유미, 김민종, 이연희, 심은경, 이창동 감독, 양익준 감독, 김의석 감독, 박광수 감독, 강우석 감독, 이정향 감독, 김초희 감독, 가수 박미경,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조문했다. 이창동 감독과 함께 빈소를 찾은 문성근도 비통해하며 오랜 시간 빈소에 머물렀다.

그가 떠난 뒤 온라인에서는 강수연을 향한 추모 물결이 계속됐다. 생전 그가 전했던 따뜻한 말들이나 선행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많은 이를 감동하게 했다.
 

고인의 빈소를 찾은 배우 정유미 [사진=고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홍석천은 강수연의 사진을 SNS에 게재한 뒤 "참 행운이었다.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돼서 수연 누나를 알게 된 건. '석천아 누난 네 그대로가 참 좋다' 그 응원이 내겐 큰 힘이 됐었다. '누난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제일 예뻐요' 그랬다. 내가 그렇게 말했다. 누나는 그 특유의 보조개 웃음을 보이며 '석천이는 바른말 잘하네' 하며 농담하며 까르르 웃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부산영화제 갈 때마다 맛있는 거 같이 먹자고 나오라고 졸라댈걸. 어려워하지 말 걸. 누나 이따가 보러 갈게요. 아픈 줄도 모르고 미안해요"라며 그리움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에 마련됐다. 10일 오후 10시까지 조문할 수 있다. 발인은 11일이며 오전 10시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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