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총리 인준, 통 큰 정치 출발점으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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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2-05-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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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오늘로 일주일째다. 한데 설렘과 기대보다 불안과 우려가 교차한다. 총리는 공백인 데다 장관들 또한 듬성듬성 구멍 난 상태다. 첫 국무회의조차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을 빌려와 가까스로 열었다. 국민들에게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할 새 정부 입장에서 가파른 여야 대치는 부담이다. 당분간 안개 정국은 불가피하다. 국민들이 정권을 교체한 건 이전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국민들은 새 정부를 선택함으로써 차별화된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는 불안한 출발선에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40%대 중·후반에 그쳤다. 인사에서 주된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인사는 지향점과 철학을 반영한다. 여론은 감동도 참신함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사라며 인색한 평가다.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으로 대표되는 1기 내각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국민들 눈에는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고루하다. 일부 후보는 ‘내로남불’ 시비에 휩싸였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했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아직 논란 속에 있다. 또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에 전면 배치한 것도 불편하다. 공직기강과 총무, 인사, 법무까지 핵심을 검찰 출신이 꿰찼다. 명령에 죽고 사는 ‘형님정부’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여성은 씨가 말랐다. 장관 18명 가운데 1명, 청와대 비서관 39명 가운데 3명, 차관 41명 가운데 2명에 그쳤다.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했다지만 심각한 불균형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가 보여준 빈곤한 인사 철학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또한 비판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은 ‘몽니 정치’ ‘새 정부 발목 잡기’로 규정하고 있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민주당이 협치와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출범한 새 정부는 장관 18명 가운데 7명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역대 정부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목 잡기’라는 공세에 민주당은 항변하는 게 쉽지 않다. 국무총리 인준 또한 정치 대결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줄곧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격 인사’라며 반대 의견을 견지해 왔다. 공직과 대형 로펌을 오간 ‘관피아’ 행적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총리 인준을 미루는 배경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와 연계한 발목 잡기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다. 코로나19 손실 보상에 필요한 추경안(59조4000억 원)을 설명하는 자리다. 총리 인준을 위한 본회의는 16일 이후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집약할 계획이다. 그동안 당내 강경파들이 첨예한 이슈를 주도해 왔던 전례를 감안하면 총리 인준 또한 반대로 모아질 가능성은 높다. 이렇게 되면 총리 공백과 ‘강대강’ 국면은 장기화하고 민생 현안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부적격 인사’와 ‘몽니 정치’ 사이에서 국민만 멍드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 국정을 책임졌던 여당이었다. 비록 정권이 교체돼 야당으로 전환됐지만 국회 의석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당이다. 국민들이 정권 교체 이후 우려했던 건 민주당이 국회 의석을 앞세워 국정을 발목 잡지 않을지였다. 정책과 입법으로 정부를 지원해야 할 국회에 대치 국면이 형성되면 국정은 난항을 겪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0.78%포인트 차이로 정권을 교체했다. 0.78%포인트에 담긴 뜻은 협치다.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이나 거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나 둘 다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다. 국민들은 상호 존중과 타협을 바탕으로 큰 정치를 명령했다. 이들이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국민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양보, 민주당은 협치에 나서야 한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은 그 첫걸음이다. 국민의힘은 정호영을 양보하고 민주당은 한덕수 인준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설령 정호영에게 법적 문제가 없다 해도 이미 국민들은 기대를 접었다. 민주당 또한 총리 인준을 다른 장관 후보와 연계한다는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 만일 여당이 주장하듯 그런 의도라면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한덕수 후보자에게 흠이 있더라도 기회를 주는 게 여론에도 부합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초보 운전자라고 비판만 해서는 답이 없다. 초보 운전자가 모는 버스 승객이 국민들이기에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협치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국정 운영 파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국민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총리와 부적격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것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자”며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제안했다. 여기에 답이 있다. 국민들이 심판하는 게 옳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유능제강‧柔能制剛)’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택한 것도 지난 5년 동안 일방통행에 대한 심판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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