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4.56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8.96% 상승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 금리인상에 나선 가운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달러의 상승은 미국의 수입물가가 오르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신흥국이 맞닥뜨려야 하는 위기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14일 지적했다.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의 약세를 허용하거나, 하락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하거나, 외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체 금리를 인상하는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됐다.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금리인상 등 환율 방어 정책에 나섰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모두 이번 달에 기습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인도도 환율을 떠받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달러 강세에도 꿈쩍하지 않던 유럽도 오는 7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입물가 상승마저 억제하지 못할 경우 물가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수입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을 '역환율전쟁(reverse currency wars)'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암울한 인플레이션 전망 속에서 통화의 추가하락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투울리 맥컬리 스코시아뱅크 아시아태평양경제실장은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 속도는 세계 다른 많은 경제권에 많은 고민을 던지면서, 통화 약세를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달러 강세 이전에도 저소득 국가의 약 60%가 부채 위기에 처했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채권최고투자책임자는 “달러 강세는 오늘날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이유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달러 강세는 신흥국들에 큰 위험이다"라면서 "오늘날 많은 신흥 시장에서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도 상당 규모의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4월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무려 40억 달러가 유출됐다. 신흥시장 통화는 폭락했고 아시아 신흥국 채권은 올해 7%의 손실을 입었는데, 이는 2013년 긴축발작(테이퍼 테트럼) 시기보다 더 큰 타격이다. 노무라홀딩스의 롭 서브바라만 글로벌시장조사책임자는 "미국의 긴축통화 정책은 전 세계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위안화 가치 역시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아직 강력한 개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인플레이션 덕분에 성장에 조금 더 집중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안화 약세는 다른 아시아 통화 약세를 연쇄적으로 불러왔다.

싱가포르 로열뱅크 오브 캐나다의 앨빈 탄 전략가는 "최근 위안화 추세가 급변한 것은 연준 정책보다는 중국의 경제 전망 악화와 더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신흥국 통화들에는 일종의 방패막 역할을 해왔던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신흥국 통화의 급격한 하락을 불러왔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달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냉각이 달러 상승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달러의 가격이 균형점을 찾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IIF가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유럽이 경기침체에 빠지고, 중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며, 미국의 금융 상황 긴축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성장률이 202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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