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 "물어물어 충전하며 12시간 만에 도착···전기차 몰다 창업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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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5-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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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전소 위치정보 작성 전기차 동호회원들과 공유

  • 집단지성으로 어려움 해결···'EV 인프라' 앱 탄생

  • 초창기 월급으로 운영비 충당···'포도송이'처럼 확장

  • 국내 1위 전기차 필수앱···현대차 등과 협업·투자유치

누구나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전기차 이용자들은 여전히 불편 속에서 살고 있다. 그나마 늘어나고 있다지만 아직 충전소가 부족해 자칫 자동차가 방전될 수 있는 탓이다.

잘 모르는 충전소만 믿고 먼 길을 가기에는 난감할 때가 많다. 누군가가 충전기를 장시간 사용하고 있거나, 한 대뿐인 충전기가 고장 났는데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차량의 배터리를 확인하고서 출발지와 목적지 근처에서 믿을 만한 충전소를 찾아봐야 하는 일은 이미 전기차 이용자의 일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전기차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이 '소프트베리'의 생각이다. 소프트베리는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을 선도하는 업계 1위 전기차 충전정보애플리케이션(앱) 'EV 인프라'를 핵심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창업자인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는 지난 2016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이듬해인 2017년 법인으로 전환하며 회사를 설립하는 데 이르렀다. 사업 초기에는 월급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만큼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의 에너지 스타트업 1기로 선정이 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현대자동차·GS칼텍스·SK렌터카 등 국내 유수 기업들과 협업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전기차 몰다가 창업 결심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광주에서 서울까지 전기차를 몰아보면서 전기차 충전소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렵구나 깨달았습니다."

박 대표는 소프트베리가 직접적 경험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전기차를 처음 접한 그는 광주광역시에서 출고된 인생 첫 전기차를 직접 서울까지 주행해 오면서 큰 문제에 부딪쳤다.

처음에는 광주에서 서울까지 큰 변수 없이 정해진 충전소만 들려 주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추워 히터를 틀면서 배터리가 추가로 소모됐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주행가능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결국 서울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마음이 급해져서 충전 정보가 있는 환경부 사이트 이외에 제가 그 근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곳, 이를테면 도청 같은 곳에 전화를 해서 거기 충전기 있는지 사용할 수 있는지 여쭤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물어물어 충전하고 12시간 걸려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박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다른 전기차 이용자를 위해 구글 지도에 충전소 위치 정보를 작성해 전기차 동호회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당시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던 박 대표는 이 같은 어려움을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앱까지 만들게 되면서 현재의 EV 인프라 서비스가 탄생하게 됐다.

2016년 출시된 EV인프라는 현재 전국 전기차 충전소의 위치와 충전기 상태 등을 1분 단위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 전기차 이용자가 충전기 사용 요금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V인프라는 출시 이후 35만 다운로드 되어 전기차 사용자의 92%가 사용하고 있다. 현재 30만명이 넘는 전기차 이용자가 활용하는 국내 1위의 전기차 필수앱으로 꼽힌다.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V 인프라 강점은 '이용자와 데이터'

"전국에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얼마큼 보급돼 있는지, 또 운영에 대한 문제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사전에 알고 가지 못할 경우 헛걸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EV 인프라는 이러한 부분들을 해결을 하기 위해서 충전소 정보와 그리고 고객들의 이야기가 있는 플랫폼을 만들게 됐습니다."

박 대표는 전기자동차 통합 플랫폼을 서비스하게 된 이유로 전기차 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전기차 충전소의 운영시스템 등 인프라·서비스에 대한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정보제공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종류에 따른 충전소 타입 정보 제공, 충전소가 지하에 있는지 또는 지상에 있는지에 대한 것까지 세밀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이 EV 인프라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나뉜다. 박 대표는 EV 인프라의 강점으로 서슴없이 '이용자와 데이터'를 꼽았다.

단순히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과 쌍방향 피드백을 통해 가치 있는 데이터를 생산·유통하는 것이 EV 인프라의 경쟁력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EV 인프라에 등록된 전국의 급속기준 전기차 충전소 1만5000개 이상의 위치 데이터는 대부분 전기차 이용자들의 실시간 제보로 축적됐다.

"처음에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사람이 와서 글을 남기고 업데이트하는 거잖아요. EV 인프라 운영 초창기인 2016년에는 돈 많고 할 일 없어서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소프트베리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도 남다르다. 박 대표는 자체적인 충전소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수익 모델을 어떻게 발굴하고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소프트베리는 전기차 충전소 제휴사들과 함께 고객들이 충전기에 가서 충전을 하고 결제 할 수 있는 기능을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하게 됐다. 양질의 충전소 정보를 기반으로 앱 사용과 결제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고객들도 편의성 개선으로 만족도가 높아졌다.

"모든 전기차 충전소가 사실은 굉장히 많이 쌓이는데 제가 다 가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유저끼리 자기가 가보시는 정보를 각자 업데이트를 해서 정보·사진·이용 후기 그런 것이 모이고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이런 부분이 되니까 점점 고도화가 되면서 이제 전기차를 타시는 분이 저희가 별도의 어떤 마케팅이나 이런 부분을 하지 않아도 들어오시게 되면서 규모가 커지게 됐습니다."

◆충전소 정보제공 1위 입지 굳혔지만 도전 지속

전기차 충전 관련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굳혔지만 소프트베리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관련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사명에서부터 묻어난다.

"기존의 회사들 보면 EV나 전기차에 연관된 이름이 많지만 저희는 플랫폼 개발 영역에 있어서 어떤 사업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소프트베리라는 이름이 좋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는 전기차 충전 정보 제공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기차 관련 다른 서비스를 붙여가다보면 포도송이가 알알이 맺힌 것처럼 풍성한 회사가 될 것 같습니다."

소프트베리가 다음으로 살펴보는 도전은 지금까지 서비스와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기존의 강점인 '이용자와 데이터'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소프트베리는 전기차 충전 관련 개인화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어떤 고객이 어디에서 충전하면 좋을지 먼저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것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시각이다.

해외 진출도 이 같은 포도송이 확장의 일환이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국가 진출을 통해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주요 개발도상국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소프트베리는 지난 2018년 도미니카 공화국에 EV 인프라와 유사한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대사관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굵직한 B2B(기업간 거래) 관련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1위이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와 전기차 관련 정보 공유와 마케팅 등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려는 기업들도 소프트베리가 확보한 광범위한 전기차 충전 정보의 가치를 깨닫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1년이라는 시간을 살지만 저희한테는 막 4년처럼 느껴집니다. 그만큼 지금 전기차 시장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초격차를 만들기 위해 각 기업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충전 시장은 내년에는 신규 기업이 들어와서 뭔가 유의미한 서비스를 하기가 너무 힘들 정도로 기존에 투자해왔던 기업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저희는 2016년부터 쌓아온 시간과 장점을 앞으로도 계속 잘 활용해 나가겠습니다"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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