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국제 입양 문제 다룬 예술적 실천...아르코 미술관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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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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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영준·장세진 작가, 7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서 전시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작가 전시 전경 [사진=아르코미술관]


“실제로 부모를 잃어 고아라고 알려진 20만~30만명의 국제 입양 사례 중 95%는 고아가 아니었으며, 그들의 어머니는 살아있었습니다.”
 
한국계 네덜란드인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의 ‘산신 기관’은 2017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인 작업이다.
 
국제 입양과 관련한 연구 자료와 실제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의 인터뷰, 드로잉과 텍스트로 구성된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장 작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국제 입양의 문제점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오는 7월 17일까지 기획초대전 ‘올 어바웃 러브: 곽영준&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을 개최한다.
 
전시에 초청된 작가 2인 중 곽영준은 한국계 미국인,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은 한국계 네덜란드인이다.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 국내 미술관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곽영준과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작업의 공통점은 젠더와 성 역할, 인종에 대한 이분법적 정의, 서구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 기록 방식, 가부장적 권위 등을 해체한다는 데 있다.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근혜 관장은 “아르코미술관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의제 발굴에 힘쓰고 있다”라며 “우리 사회 안에서의 차별과 혐오의 문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 두 작가를 초대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작가는 전시에서 서구의 이성애 중심사회에서 인종적 성적 소수자로서 살아가며 겪게 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하려는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차별과 폭력이 아닌 공감과 연대로의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사랑의 힘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는 다른 인종간에 이뤄지는 국제 입양 이면에 있는 제국주의적 관습을 드러내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해외로 입양시켜야 했던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왜 입양 국가는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고 모국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막지 못했는지” 질문한다.
 
아르코미술관은 “국제 입양이라는 문제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이민자‧난민‧성소수자 등 사회의 주변부에서 마주친 이웃과 교감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라고 짚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와 생이별한 그의 예술 작업은 인권을 무시하는 폭력적인 국제 입양 과정에서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영적 수행의 과정이다.

곽영준 작가 전시 전경 [사진=아르코미술관]

 
곽영준의 조각과 영상 작품은 이성애 중심 사회의 가부장적인 시선과 타자화의 폭력성에 온몸으로 맞서는 퀴어적인 몸짓을 포착한다.
 
그의 작업에서 신체는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의해 정의될 수 없으며,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통념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또한 작가는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상상은 젠더, 인종의 차이와 다름, 나아가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소외된 신체를 포용하는 의식의 확장과 예술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전시의 제목 ‘올 어바웃 러브’는 작년에 타계한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즘 사상가인 벨 훅스가 1999년에 출판한 동명의 책 제목을 참조한다.
 
훅스는 사랑을 이성애에 한정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의 성장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로 정의하고 사랑의 실천을 차별과 폭력 등 사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서로 다른 매체와 방법으로 작업하는 두 명의 작가를 ‘사랑’이라는 주제로 함께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고립된 개인들이 공감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 주제의 심화와 확장을 위해 유관기관 협력하여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6월 11일에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와의 협업으로 ‘젠더, 디아스포라, 기억’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한다. 또한, 6월 25일에는 젠더학 연구자, 다양성 연구자 및 사회운동가와 함께 교차하는 정체성과 다양성에 대한 토크를 진행한다. 전시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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