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정책 권력, 'USTR'서 '상무부·의회' 중심으로…삼성·현대 대응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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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5-3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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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1년 반 동안 미국 정계에서 무역정책과 관련한 권력 이동이 크게 이뤄진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대미(對美) 대관 업무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측 대응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미국 상·하원 등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중심으로 대관 업무를 진행했던 삼성, 현대차그룹 등 국내 그룹들이 지난해부터는 상무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대관을 진행 중이다.
 
삼성과 현대차, 기아는 미국 워싱턴 내 대관 사무실을 백악관과 의회 인근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단행했다. SK그룹, LG,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기업 대관 사무실이 USTR 인근에 있는 것과 비교된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이 이 같은 움직임은 보이는 이유는 미국 무역정책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은 무역정책에 대한 권력을 사실상 USTR가 쥐고 있었다. 의회마저도 관련 법 제정에 힘을 못 쓰고 있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철저히 무시한 결과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바이든 정부는 무역정책의 의미를 ‘경제안보 정책’으로 승격시키고, 관련 정책 수립에 상무부, 국가안보위원회(NSC), 국가경제위원회(NEC) 등 영향력을 확대했다. 또 대미 무역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현안인 ‘미국 경쟁법’ 주도권도 의회에 넘겼다. 
 
인물을 중심으로 보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의 힘은 약해졌고,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제이크 설리번 NSC 보좌관, 브라이언 디즈 NEC 보좌관 등 권력이 커진 것이다. 의회에서는 론 와이든 상원의원(재무위원회 위원장), 리처드 닐 하원 의원(세입위원회 위원장)이 중요 인물로 떠올랐다.
 
이 같은 배경에 국내 기업의 대미 대관 업무도 크게 변화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대미 대관 비용으로 전년(333만 달러) 대비 11.71% 증가한 372만 달러(약 46억7000만원)를 사용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160만 달러에 달하는 대관 비용을 지출했다. 액수는 늘어가는 추세지만 지난해부터 USTR에 대한 로비 내용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전까지 삼성 측 로비에는 USTR가 단골로 등장했다. 삼성은 최근 미국 경쟁법 제정과 관련해 백악관, 상무부, 의회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4만 달러를 사용하는 등 관련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대미 무역과 관련한 주요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USTR에는 로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전년(132만 달러) 대비 47.73% 증가한 195만 달러를 대미 대관 비용으로 사용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44만 달러를 지출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전기차 등 신사업 관련 로비를 강화했다. 의회와 상무부는 로비 대상에서 빠진 적이 없으며 현안에 따라 연방항공국(FAA), 교통부(DOT) 정도가 추가되거나 제외됐다. USTR 이름은 올해 1분기 들어서야 한 차례 등장했으며, 로비 비용 또한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로비스트 업계에서는 이들 두 기업이 미국 정계의 변화와 권력 구도를 빠르게 파악해 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평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가장 신속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장은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역과 관련해 안보를 다루는 기관들 목소리가 커졌으며, 또 무역 통상 관계에서 관세를 조절하는 의회의 힘이 막강한 상태”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워싱턴은 한·미 관계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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