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이 뽑은 별별 명장면] '범죄도시2' 망설였던 손석구와 대면 신

'범죄도시2' 박지환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영화에 얽힌 일화 등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오늘은 영화 '범죄도시2'의 배우 박지환과 함께 '별별 명장면'을 이야기해보았다. <편집자 주>

영화 '범죄도시2'는 지난 2017년 개봉해 68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의 속편이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의 범죄 소탕을 담은 시리즈물로 베트남 일대에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는 악당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지환은 '범죄도시'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장이수' 역을 맡아 극의 재미를 높였다. 서울 가리봉동 일대를 누비며 '이수파'를 이끌던 '장이수'는 극악무도한 '장첸(윤계상 분)' 일당을 만난 뒤 조직 생활을 청산한다. 그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사업을 벌이지만 여전히 '마석도'를 벗어날 수 없어 괴로워한다.

"제가 가장 고민하고 어려워했던 장면은 '강해상'과 만나 기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었어요. 관객들은 정말 즐거워해 주셨지만, 그 장면을 찍기 위해 거듭 고민하고 감독님과 오랜 상의를 했었어요."

박지환을 애 먹인 장면은 거액의 돈을 훔친 '장이수'가 부둣가에서 '강해상'과 맞닥뜨리는 신이다. '장이수'는 거액의 돈을 지키기 위해 '강해상'을 겁주려 하고 이 과정에서 "니 내 누군 줄 아나? 나 하얼빈 장첸이야"라며 허세를 부린다. 1편에서 모두를 경악에 빠트렸던 '장첸'의 대사를 그대로 패러디한 셈이다.

"'내 하얼빈의 장첸이야!'라는 대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대사였어요. 화자 관점에서 '이렇게 난해한 대사가 있나?' 싶은 정도더라고요. 감독님께 '이 대사를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어요. 자신이 없어서요. 감독님도 작업자로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마음을 받아주시면서 '같이 고민해보자'고 하셨어요."

이상용 감독은 배우의 마음을 이해해주었고 함께 '장이수'에 관해 고민했다. 두 사람은 '장이수'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1편에서 '장첸'과 맞닥뜨렸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갔고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장이수'의 심경에 닿으려 노력했다.
 

'범죄도시2'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1편부터 되짚으며 '장이수'의 마음을 헤아려보았어요. 문득 영감 비슷한 것이 몸에 스치더라고요. '지금 찍을 수 있겠다'라고 말씀드리고 연기를 했는데 아쉽게도 해당 장면에 초점이 나가서 그 장면은 놓치고 말았어요. 다행히 '장이수'의 감정을 이해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 장면은 비슷하게라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고요."

'장이수'는 1편과 2편의 악당들을 모두 대면한 캐릭터다. 극악무도한 두 인물과 맞닥뜨리며 공포를 체험했던 바 있다. 두 '악당'을 대하는 '장이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1편의 '장첸'은 제 영역을 침범한 악인이었어요. 제 영역을 지키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죠. 워낙 극악무도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장첸'을 상대하는 '장이수'는) 긴장감이 높고 떨리는 마음이었어요. 어떤 쫀쫀함을 유지하고 있었죠. 반면 2편에서 '강해상'과 마주했을 때는 이미 ('장이수'가) 터전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 영역을 지키려고 애쓰거나 발악하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강해상'이 '장이수'를 보며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어서 불안한 상태였죠. 그런 '강해상'을 보며 공포를 느끼지만 그럼에도 돈을 보고 갈등하는 상황이었어요."

'장첸'과 '강해상'은 '장이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들이었다. 그는 연기적으로도 다른 결을 보여줄 수 있었고 강력한 '악당'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1편에서는 부족하지만 가진 게 있는 상태였고 2편은 궁핍하고 절실한 상황이었어요. 1편에서는 단순한 악인이나 센 느낌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사연을 길게 끌고 가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편에서는 모든 걸 잃은 상태에서 돈 가방을 보며 간절하고 절실해 하는데 그 모습이 재밌게 잘 표현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사자의 먹이를 노리는 강하지 못한 하이에나 같은 모습. 보는 재미가 있으실 거 같아요. '장이수'가 '장첸' '강해상' 같은 악당을 모두 만날 수 있었던 캐릭터라서 참 감사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한편 '범죄도시2'는 지난 5월 18일 개봉했다. 첫날 지난 3년간 개봉한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 신기록 및 역대 5월 개봉 한국영화 오프닝 2위를 기록하는 등의 기록을 썼고 현재 650만명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속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