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카타르 프로젝트] 실적 압박 급했던 조선3사, '최종협상' 조항 하나 믿고 부실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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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5-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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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전 계약서엔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선가 변동조항은 제외

  • 유가 급등 등 대외위기 간과, 뒤늦게 협상 난관 "예고된 참사"

  • 카타르측, 우위 점하려 일부 물량 中에 넘기는 등 압박 지속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선가 협상이 난관에 부딪힌 이유는 2020년 6월 체결된 도크사용예약 계약서에서 찾을 수 있다.
 
2년 전 가격을 정해두고 체결된 계약서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 선박금융비용 증가 등을 고려한 선가 변동 조항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대외환경 급변으로 인해 뒤늦게 협상을 시도 중이지만 카타르에너지가 조선 3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실적 압박이 부른 참사 ‘부실 계약’

2020년 6월 조선 3사와 카타르에너지가 수주계약을 체결할 당시 선가는 LNG선 한 척당 약 1억8600만 달러(약 2300억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협상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선사들의 당시 안일한 태도가 지금의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계약 당시는 이미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인 시기였으며, 여러 시장조사기관에서도 공급망 및 원자재 위기를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3사는 ‘최종협상’이라는 카드만 믿었을 뿐, 카타르에너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제대로 예상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6월과 비교해 국내 조선향 후판 가격은 60만원대에서 110만원대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선박에 사용되는 벙커C유(고유황중유 380cst/3.5%)는 배럴당 35.24달러에서 지난 27일 기준 96.5달러로 2.74배가 뛰었다. 이에 따라 벌크선 운임도 당시와 비교해 큰 폭 상승한 상태다.
 
이는 카타르에너지의 LNG선 운영자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선박 운영자금은 크게 ‘선가+운임’으로 결정되는데, 카타르에너지 입장에서는 유가 등과 연동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운임보다는 고정비인 선가를 낮추는 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선가를 놓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사실상 예고된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3사가 무리한 계약을 진행한 것은 수주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열 경쟁 때문이라는 평가다. 

조선 3사의 입장에서 2020년 6월은 LNG 프로젝트의 선전효과가 절실했던 시점이다. 2015년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조선 3사는 각종 지원을 등에 업고 2019년 말부터 수주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력 선종인 LNG선의 발주 실적은 여전히 저조했고, 2020년 4월에는 중국에 수주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에 시장은 국내 조선업계가 여전히 ‘저가수주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이 추진한 카타르 LNG 프로젝트는 조선업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나온 다음 날 주식시장에서 조선 3사의 주가는 적게는 7%, 많게는 20% 가까이 뛰는 등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시장의 관점을 뒤집을 수 있는 수주 건이었다"며 "하지만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공급망 위기 등에 대한 우려는 간과하고 계약에 나선 것이 화를 부른 원인 중에 하나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극심한 재정난과 기업가치 평가절하를 겪던 조선 3사에게는 대규모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소식이 급하고 절실했으며, 이는 곧 부실한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까지 투입된 선가 협상..."국가 프로젝트 위해 민관 공조 절실"

양측이 선가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협상 역시 어려워진 상태다. 카타르에너지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일부 LNG선 물량을 중국에 넘기는 등 국내 조선사에 지속적인 압박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성공적인 LNG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직접 개입까지 고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계약 건과 관련해 최근 카타르 측과 협상 자리를 주선했으며, 조선 3사에게도 지속적인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조선 3사가 여전히 영업비밀을 이유로 개별협상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지원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조선사가 원하는 선가가 다른 부분도 공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선가를 최대한 국제 가격에 맞춰야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선가가 조선사들의 요구보다는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수입되는 LNG의 25%가 카타르산인데, 카타르에너지의 LNG선 운영비용 상승은 국내 도입 LNG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조선 3사의 이익은 최대한으로 보장하면서, 카타르에너지의 LNG선 운영비용 감소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적정가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 조선 3사의 LNG 프로젝트 계약서와 협상 내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카타르에 있는 가스전을 두고 대한민국이 선박건조, 운반 등 모든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으로도 이어지는 만큼 여러 분야의 공조가 필요하다. 이 사업의 시작을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고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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