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리걸테크] 시장 정체인데… 헌재 판결에도 '로톡-변협' 갈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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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5-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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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광고규정 일부 위헌 결정' 나왔지만 해석 엇갈려

  • 변협 "로톡 변호사 징계" vs 로톡 "헌재 판단 왜곡"

  • "리걸테크 선진국 앞서가는데… 기업환경 마련 시급"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가 5월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일부 위헌 결정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로앤컴퍼니]



변호사의 법률 플랫폼 가입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규정이 일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면서 국내 리걸테크(법률 정보기술) 시장 성장의 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변협에서는 법률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양 측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추가 징계 착수한 변협… 로톡 “유감”
 
30일 법조계와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변협은 이날 상임이사회를 열고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혐의로 로톡 가입 변호사 28명에 대해 징계 개시 청구를 의결했다. 지난 11일 로톡 가입 변호사 25명에 대해 징계 개시를 청구한 데 이어 추가 징계에 들어간 것.
 
징계 근거는 헌재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광고규정 제5조 2항 2호 등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 26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59명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광고규정 제5조 2항 1호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반면 제5조 2항 2호에 대해서는 위헌 청구를 기각했다.
 
5조 2항은 변호사 등이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1호는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금전‧기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헌재는 부분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렸다.
 
다만 변협은 ‘변호사 등 이외의 자가 자신의 상호 등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한 2호가 합헌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을 근거로 징계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호에서 ‘변호사 등 이외의 자’가 로톡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로톡 측은 즉각 반발했다. 로앤컴퍼니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변협이 무리한 규정 개정으로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을 받고도 로톡 회원 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 청구를 강행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변협이 로톡을 금지한 핵심적인 규정들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며 “헌재는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변호사의 직업 선택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징계 근거는 이미 그 효력과 명분을 모두 잃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징계를 강행하겠다는 변협의 태도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수년째 반복된 갈등··· 헌재 판단에도 계속
 

로앤컴퍼니 갈등 경과 일지 이미지 [사진=로앤컴퍼니]



이번 사건은 변협이 지난해 5월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개정 광고규정엔 ‘변호사 광고·홍보·소개 행위를 하는 단체에 참여 또는 협조’를 금지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로앤컴퍼니 측은 이를 변호사가 로톡에서 자유로운 활동 및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로톡금지법’으로 규정하고, 변협이 변호사의 직업 선택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의 판단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협이 추가 징계에 나서면서 양 측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단체 간 갈등은 2014년 로톡이 출시된 이후부터 계속돼 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변협 등은 2015년부터 변호사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로앤컴퍼니를 3차례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모두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정부도 로앤컴퍼니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로톡은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변협에 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보내기도 했다.
 
로앤컴퍼니는 이와 관련해 “변협은 7년간 3번의 수사결과, 공정위의 조사결과,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불복한 데 이어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종국 결정마저 왜곡하고 있다”며 “변호사 단체가 ‘변호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받았다면, 먼저 보였어야 할 태도는 ‘징계 강행’이 아닌 사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협의 징계절차 강행은 헌법재판소의 선고 취지를 아전인수로 해석한 것에 따른 독선적인 행위이자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며 “로앤컴퍼니는 회원 변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스타트업계 “리걸테크 시장 키울 환경 마련해야”
 
로앤컴퍼니를 비롯한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이번 헌재 판결을 바탕으로 국내 리걸테크 시장 성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리걸테크 기업들이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빚으면서 관련 시장이 정체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로톡 변호사 회원 수는 서비스 출시 후 85개월 연속 증가해 지난해 3월 기준 약 4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변협의 광고규정 개정과 시행으로 같은 해 5월엔 3684명, 8월엔 2885명, 11월엔 1706명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국민 편익을 증진하는 것은 물론, 리걸테크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선 로톡과 같은 변호사 소개 서비스뿐 아니라 △판례·법령 검색 △법률문서 분석·관리 △법률문서 자동작성 등 리컬테크 분야가 다양하고 관련 기업 수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협회는 “법률서비스에 정보기술(IT)을 도입한 리걸테크는 이미 글로벌 기준 7000곳에 육박하는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라며 “우리나라도 로톡을 비롯한 다양한 리걸테크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업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로앤컴퍼니는 “로톡과 같은 스타트업이 그간 누적된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지난할 것”이라면서도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고, 변호사와 법률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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