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사업 A to Z] '교통의 새 역사'서 지역갈등·부동산 불안정의 '원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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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6-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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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김문수 경기지사 공약…尹 정부서 역점 추진

  • 늘어나는 노선 확장·신설로 인근 지역 부동산 '들썩'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때인 지난달 2일 오전 경기 고양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가 지난 2009년 4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2010년 김문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고,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추진했다.

정부도 GTX 필요성을 인정해 2011년 4월 발표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경기도가 제안한 GTX 3개 노선(A·B·C)을 반영했다. 2013년 국토부에서 예상 노선을 발표했으며, 2015년 수도권 기본철도망 계획에 반영됐다.

하지만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의 공정률이 올 4월 기준 26.85%(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불과하다.

◆GTX A·B·C 향후 30년간 총 53조 경제 효과 기대

GTX는 경기 운정-동탄(A노선), 마석-송도(B노선), 양주-수원(C노선)을 잇는 3개 노선(총 연장 237.4km)이 기본 골격이다.

운정-동탄 노선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운정-킨텍스-용산-강남-성남 또는 판교-죽전 또는 기흥-동탄)를 연결하는 83.1km 구간으로, 경기 서북부와 서울 도심, 경기 동남부를 가로지르게 된다.

마석-송도 노선은 경기 마석에서 인천 송도(마석-별내-청량리-용산-여의도-신도림-부평-송도)까지 연결되는 80.1km 구간으로, 통행량이 많은 서울 도심과 부천, 인천을 지나간다.

양주-수원 노선은 경기 양주시에서 경기 수원시(양주-의정부-창동 또는 상계-청량리-강남-양재-과천-군포-수원)까지 연결하는 74.2km 구간으로, 서울 동부권을 중심으로 경기도 남북축을 가로지르게 된다.

특히 GTX가 건설되면 동탄-삼성(서울시 강남구) 간 출근시간은 66분에서 18분으로, 일산-삼성 간 교통시간은 83분에서 22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승용차 통행량은 1일 18만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서울시 내부의 교통 혼잡도 완화돼 서울시 내부 통행의 철도수송분담률도 23.9%에서 25.1%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간 5846억 원의 유류비용이 절약되고 149만 톤(t)의 탄소 배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행시간 및 교통사고 감소,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인한 경제적 편익은 향후 30년간 총 5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착공되지 않은 B노선이 개통하면 하루 27만 명이 이용해 연간 경제효과가 5000억 원이 넘는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 관점으로 갈등…사업 계획 실효성 논란도

교통 정체 해소에 따른 GTX의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다. 기존 지하철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GTX 신설역이 들어설 경우, 교통 인프라가 개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집값 상승효과를 노린 정치적 논쟁이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GTX 신설 공약을 이행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할 우려가 크고 지난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이 이미 확정돼 추가 노선 신설을 결정짓기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GTX의 ‘거품’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철도 같은 국책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보다는 중앙정부에 좌우되는 측면이 커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GTX 개발은 수요 예측 뒤 중앙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지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의 공약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설령 E·F노선이 공약 원안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GTX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기초 단계인 예비 타당성 조사부터 밟아야 하고, 2026년 수립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공식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빨라야 4년 뒤에나 가능하다.

서울 강남을 거쳐 팔당까지 이어지는 D노선도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 신규·연장 노선에 수조 원의 예산 반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D노선 역시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필요하고 국토교통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국토부는 이미 GTX-D노선 확장과 E·F노선 신설을 위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확충 통합기획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제안서를 통해 “정부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장거리 통근자의 교통부담 완화를 위해 서울 주요 거점으로의 접근시간을 30분대로 연결하는 GTX A·B·C 노선 구축을 추진해 왔다”면서 “그러나 3개 노선만으로는 교통 사각지대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에 따른 A·B·C 노선 연장 및 신규노선 추가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명시했다. GTX-A노선이 연장됐을 때처럼 광역철도 지정 기준 변경을 담은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특별법 시행령 개정안도 곧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국토부, 강행 드라이브…원희룡 “A·B·C 임기 내 착공, D·E·F 예타 통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장관 취임식과 기자간담회 등 여러 공식석상에서 GTX와 관련해 A·B·C 노선은 임기 내 착공 개시, D·E·F 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통과를 공언한 상황이다. 원 장관은 “주택시장에서 입지의 희소가치를 분산시키기 위한 핵심이 바로 GTX”라면서 주택 정책과 관련해 GTX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GTX 노선 선정과 관련한 민원에 대해서도 “GTX 노선에 따라 재산권의 지도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민원도 각오하고 있다”면서 "도시공학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원 장관은 “GTX가 지나는 노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선과 간선, 주거지가 연결되는 미래형모빌리티, 이동의 혁명과 연결 지어 장기적인 시각에서 GTX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혼선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조건 GTX로 인해 집값이 오르던 시점에서 조정기를 맞았다고 보기도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3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도권에서 가장 하락폭이 큰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2.13%)였다. 시흥시(-2.04%), 인천 연수구(-0.98%), 하남시(-0.96%), 수원시(-0.94%), 용인시(-0.87%), 의왕시(-0.86%), 안양시(-0.82%)가 그 뒤를 이었다.

화성은 GTX-A노선이 정차하는 동탄이 있는 지역이다. 시흥은 신안산선, 월곶~판교선 등 호재가 있고 인천 연수구는 GTX-B, 수원·의왕·안양은 GTX-C가 서는 곳이다. 교통호재에 더해 지난해 탈서울한 ‘2030 세대’가 이른바 ‘영끌’을 해 내 집 마련을 많이 한 지역이기도 하다.

미래의 교통호재로 인해 급격히 올랐다가 집값 고점인식,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실제 거래가가 고점 대비 크게 낮게 거래되기도 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2억~3억 원씩 급격하게 오른 지역들은 조정이 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이 조금씩 빠지고 있고, 다주택자들도 양도세 중과 유예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GTX 확충이 지역균형발전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밀화가 극심한 수도권에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교통 인프라를 강화하느냐는 취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GTX 연장은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공약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주택은 (서울)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데 직장은 서울 시내 GTX역 인근으로 들어와야 하는 문제점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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