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연동제 급물살…"신속 도입 절실"vs"되려 中企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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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2-06-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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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당, 100일간 납품단가연동제 추진…야당도 관련 법안 발의

  • 정부, 하반기 납품단가연동제 시범 운영 위한 연구용역 실시

지난 5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2층 상생룸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2번째부터)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이를 반영해 대기업 등에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당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연동제 추진에 적극적이다.
 
국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이유로 2008년부터 입법 논의가 번번히 흐지부지됐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납품단가 연동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입법이 추진됐다. 하지만 시장 원리 훼손과 대기업의 해외 수입 확대 등의 우려로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를 1순위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 100일 정도를 놓고 입법 등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게 성 정책위의장의 설명이다.
 
같은 당 한무경 의원은 지난 4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원자재값이 10%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거나 최저임금이 상승 또는 하락’ 할 때, 그 변동분의 분담에 관한 사항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약정서에 담도록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 등 19명은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자재 기준가격을 정한 뒤 기준가격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 이상으로 오르면 추가 비용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자율적인 납품단가 연동제를 유도하는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시범 운영하려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기업이 연동 대상 원자재·기준 가격·납품 단가 조정 시기·방법 등을 명시한 표준 계약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방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용역 검토가 끝나면 내용과 각계 의견을 담아 올 하반기 납품단가 연동제 운영 계획을 정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오는 8월 납품단가 연동제를 담은 모범 계약서를 배포한다. 다만 공정위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권장하는 것을 넘어 의무화하는 것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9일까지 중소기업 209개사를 대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표는 제조업 응답자들에게 질문한 '바람직한 납품단가 연동제 방식' [표=중소기업중앙회]


 
한경연 "납품단가 도입시 중기 피해·소비자 부담"
 
이 가운데 납품단가 연동제가 오히려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고 근로자와 소비자에도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공개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재화를 쓸 것이라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한경연은 납품단가 연동제에 따른 비용 증가로 대기업의 산출물은 0.93%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산출물도 0.14%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경연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이 감소하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 총 4만7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은 0.2%p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경엽 한경연 연구실장은 “납품단가 연동제로 국내총생산(GDP)이 0.29%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며 “납품단가 연동제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계 “경영 위축·국가 경제 영향”

이런 한경연의 주장은 중소기업계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현재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대기업 납품단가에는 거의 변동이 없어 경영상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상생협력 차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제1차 공정경제위원회’를 열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지속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의 경영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국가 경제에도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이어 “납품단가 제값받기는 중소기업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가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창석 숭실대학교 교수는 “장기적 갑을 관계에서 기존의 조정협의 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것이므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현재 시행 중인 납품대금 조정제도 또한 개선해 함께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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