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원전 한달] 원전 수출 속도 붙었다…한·미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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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6-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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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해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원전 동맹'을 약속하고 양국 원전기술 이전·수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출범 한 달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탈탈원전'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원전 동맹'을 맺으며 원전 강국 위상 찾기에 나섰다. 국내 원자력기업들도 경쟁사와 과감하게 협력하며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美 글로벌 원전기업, 한전·한수원 잇단 만남

8일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기업인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이 이날 방한해 우리나라 주요 원자력 발전업체를 만난다. 이들은 9일까지 1박 2일간 머물며 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등과 원전 수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웨스팅하우스는 1886년에 세워진 세계적인 원자력 회사다. 1950년대 세계 첫 원전을 설계·건설했고, 현재도 전 세계 절반이 넘는 원전에 원자로와 엔지니어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도 웨스팅하우스에서 기술을 전수해 지어졌다. 

이번 만남은 경쟁사 간 협업 논의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두고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체코 정부는 남부 지역 두코바니에 1200메가와트(㎿) 이하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두코바니 사업을 따내면 체코 정부가 추가로 검토 중인 원전 건설 수주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체코는 최대 3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경쟁 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우리 기업을 찾은 배경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화한 원전 동맹이 있다. 원전 동맹에는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 양국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웨스팅하우스로서는 회사 경쟁력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웨스팅하우스는 여전히 많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1979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로 미국이 40년 넘게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경영 악화에 시달리다 2006년 일본 도시바, 2018년엔 캐나다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우리 기업 역시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 협력이 더해지면 시공 능력뿐 아니라 기술력도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현재 한전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참여 중이다. 영국 산업에너지부와 원전 관련 실무자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 4년 만에 부활

정부 차원의 원전 수출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하반기부터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High Level Bilateral Commission·HLBC) 운영을 재개한다. 이 역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도 제3국 소형모듈원자로(SMR) 역량강화 프로그램(FIRST) 참여 △한·미 원전기술 이전·수출 협력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시장 진출 등 협력 강화 △제3국 원전 시장 진출 방안 구체화에 합의했다.

아울러 △조속한 HLBC 개최에 뜻을 같이했다. HLBC는 양국의 평화적 원자력 협력 논의를 위한 최고위급 상설 협의체다. 회의는 외교부 제2차관과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 공동 주재한다. 2015년에 발효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따라 만들어져 2016년부터 가동했다. 산하에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통제 △핵안보 관련 실무그룹을 두고 있다.

하지만 2018년 8월 이후 전체회의가 중단된다. 2017년 불거진 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IP) 다툼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 나선 한전은 수출용 원전인 'APR-1400'을 한국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소유 기술도 들어가 있다며 반박했고 이는 국가 간 신경전으로 번졌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겹치며 2018년 열린 제2차 전체회의를 끝으로 가동을 멈췄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나 하반기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HLBC를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술탄 알 자베르 아랍에미리트(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콘퍼런스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AE는 우리나라가 처음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한 국가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민간도 힘 보탠다···민관협력단 곧 출범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민·관이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을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엔 추진단 구성을 위한 준비단 회의도 열었다. 회의엔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 방사청, 한전, 한수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등이 참석했다.

원전 수출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은 맞춤형 원전 사업 수주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원전 수출 '콘트롤타워'인 셈이다. 정보통신(IT)·2차전지·수소 등 경쟁력 있는 신사업을 동반 수출하는 역할도 맡는다.

추진단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산업부는 가칭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규정을 모두 마련하면 필요한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밟을 예정이다.

산업부는 준비단 회의 등을 수시로 열어 추진단이 출범과 동시에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이 가동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원전 수주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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