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개방] 韓 근현대사 굴곡의 역사…120년 만에 '국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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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6-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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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공원 공간으로 탈바꿈

용산공원에서 바라본 대통령 집무실과 바람정원의 모습. [사진=김봉철 기자]

나무로 만들어진 전신주와 콘크리트 전신주가 함께 공존하는 장소. 전신주 사이에 늘어선 전선들도 110v 전자기기와 220v 전자기기를 함께 썼던 흔적이 이곳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보였다.
 
용산공원은 국민들에게 120년 동안 접근이 제한됐던 ‘금단의 땅’이었다.
 
오는 10일부터 공개되는 용산공원은 청일전쟁 시기에는 청나라(중국)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방공작전용 벙커,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 주한미군이 들어선 이후엔 미군의 군사시설로 사용되며 네 차례나 주인이 바뀐 ‘영욕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용산공원은 대한민국 육군본부(1949년 7월~한국전쟁 발발 전까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용산공원은 앞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안내센터로 다섯 번째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군사적 요충지…러·일·북·미 돌아가며 주인만 4번째 바뀌어
 
용산은 예로부터 남북으로 한강과 남산, 좌우로 효창공원과 이태원 구릉으로 에워싸인 배산임수의 명당이었다. ‘서울의 허파’로 불렸던 것도 이 같은 지리적 요충지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고려 시대에 몽골 침략군은 이 지역을 병참기지로 이용했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이 주둔했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에는 청나라 군대가 머물렀다.
 
이후 청일전쟁을 일으킨 일본군 증원 전력도 용산에 자리 잡았고, 민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 때도 용산에 주둔한 일본군이 개입했다. 일본은 1904년부터 이곳에 조선군사령부를 설립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대륙 침략을 본격화했다.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미군 제24사단은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용산기지 시대’를 열었다.
 
용산 미군기지는 총 267만7700㎡(약 81만평)이다. 주한 미군사령부와 8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가 있는 메인포스트(Main Post)와 주거시설, 학교, 병원이 있는 사우스포스트(South Post)로 나뉘어 있다. 이른바 ‘캠프 서빙고 (Camp Seobinggo)’의 탄생이었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용산기지는 한·미 군사동맹의 상징적인 장소로 변모했다.
 
2003년 한·미 양국은 정상의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을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이후 용산은 토지정화 작업 등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돌아온다.
 

지난 7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용산공원의 장군 숙소 일대. [사진=연합뉴스]

◆장군 숙소·대통령실 남측·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약 1.1km 구간 개방
 
시범 개방되는 구역은 지하철 이촌역 인근이다. ‘미군 장군숙소~국방부(대통령실) 남측~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 구간(10여만㎡)이다.
 
서울 여의도나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면적과 비슷한 전체 294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용산공원에는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20개의 출입구(게이트)가 있다. 이 중 이촌역과 인접한 13번 게이트가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출·퇴근로로 이용되고, 시범개방 때는 신용산역과 인접한 14번 게이트로 시민들이 입장하게 된다.
 
시범 개방에서는 약 10% 정도인 20만㎡만 공개된다. 오는 9월에는 40만㎡까지 공개 면적이 확대될 계획이다.
 
대통령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며, 4가지 주제로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볼거리가 펼쳐진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4가지 주제는 국민의 첫걸음을 맞이하는 군악대·의장대의 환영식을 볼 수 있는 ‘국민이 열다’, 문화와 역사를 살펴보는 ‘국민과 걷다’, 대통령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국민과 만나다’, 드넓게 펼쳐진 광장에서 미래 용산공원의 모습을 채워가는 ‘국민이 만들다’ 등이다.
 
방문객들은 과거 미군들이 사용하던 장군 숙소, 대통령실 남측구역, 스포츠필드 등 특색 있는 구역을 둘러볼 수 있다.
 
먼저 시범 개방의 시작점이자,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장군 숙소는 무성한 나무 그늘 아래 방문객이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곳곳에 벤치를 배치하고, 시멘트 조각과 구덩이와 같은 장애물을 제거해 쾌적하게 걸으며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탁 트인 풍광과 함께 길섶으로 늘어선 플라타너스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대통령실 남측 구역은 식음료 코너가 있는 휴게공간인 ‘카페거리’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15분마다 40명까지 선착순으로 대통령실 앞뜰에 입장, 헬기와 특수차량 등 쉽게 볼 수 없는 대통령 경호장비를 관람할 수 있다.
 
국토부는 대통령실을 볼 수 있는 이곳에 ‘바람정원’을 꾸몄다. 바람정원은 용산공원을 방문하는 국민들이 함께 꾸며나가는 공간이다. 방문객들에게 바람개비를 나눠주면 방문객들은 각자의 소원을 적어서 정원에 꽂게 된다.
 
스포츠필드는 푸드트럭, 간이의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있는 방문객을 위한 쉼터 공간이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20m 초대형 그늘막은 시원한 그늘과 함께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시범개방 부지 전역에 설치된 경청우체통을 통해 용산공원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국민의 의견을 모아 이후 공원 조성에 적극 반영해 갈 계획이다.
 
아울러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한 전동차(6대), 현장 안내부스(5개소), 다양한 안내 표지판 등을 통해 방문객 편의를 도울 예정이다.
 
◆오염물질 논란은 숙제로…국토부 “저감조치 지속 중으로 문제없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공간 조성에도 환경오염 물질 논란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용산공원 시범 개방은 일부 구역에서 발견된 오염토양을 임시 조치하고 국민들을 맞는다.
 
일부 환경단체는 앞서 대통령실 남측구역의 상당 구역이 석유계총탄화수소와 비소 등 독성물질로 오염됐다면서 시범개방에 반대했다.
 
용산공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부는 오염토양에 묻혀 있는 독성물질을 임시로 저감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공원관람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9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개방은 지난해 4월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된 사안이고, 국토부는 2020년에 반환을 받은 스포츠필드 구역부터 임시 개방을 준비해 왔다”면서 “9월 전면 임시 개방에 앞서 6월 시범 개방을 하는 이유는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도 제고 및 국민 의견 수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환경 위해성 우려가 있는 지역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도로 포장, 잔디 식재 등을 통해 토양의 직접적인 인체접촉 최대한 차단 △방문객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필드 지역은 이미 환경 저감조치 완료 △과거 부산시민공원(캠프 하야리아) 등 오염정화 전에 개방한 선례를 참조했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 임시 개방에 앞서 시범 개방 결과와 위해성 평가결과 등을 토대로 더욱 철저한 환경 위해성 저감조치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저감조치 후에는 정기적으로 비산먼지 측정 등 위해도 검증을 실시, 향후 공원 이용에 위험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복환 국토부도시정책관 겸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도 지난 7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사전 개방 행사에서 “다이옥신이 학교 부지에서 조금 나왔는데, 그 농도는 1년에 공원을 12.5일 간다고 할 때 약 25년 동안 1만명 중 약 3명 정도가 암이 걸릴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7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용산공원에서 김복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이 토양오염 우려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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