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한 '줍줍' 인기] 고금리·높은 분양가에 서울 무순위 청약도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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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2-06-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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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예전엔 당첨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 지원했어요. 어디든 되기만 하면 이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 지원했다가 괜히 청약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입지와 상품성도 고려해 지원하고 있어요.”(금천구 거주 40대 김모씨)

고금리와 높은 분양가에 서울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어진 무순위 청약마저 찬밥신세다.
 
분양가 너무 비싸…옥석 가리기 들어간 수요자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중순 무순위 청약에 나섰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133가구 모집에 신청은 97건에 머물렀다.
 
무순위 청약이란 일반분양 당첨 계약일 이후에 나온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인한 당첨 취소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는 것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무작위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아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린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공고 당시부터 고가 분양 논란이 일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179-2번지 일원 강북종합시장을 216가구로 재정비해 후분양한 이 단지는 전용 59㎡부터 9억원을 초과했다. 지난 1월 말 예정했던 청약 일정은 분양일정 재산정으로 한 차례 미뤄지기도 했지만 해당 단지 전용 76㎡는 10억2940만원, 78㎡는 11억4780만원으로 분양 가격이 각각 책정됐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다. 현금이 수억원 넘게 있는 현금부자만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미아'(삼양사거리특별계획3구역 재개발)는 이달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평균 8.1대 1(139가구 모집, 1120명 신청)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와 같은 대형 건설사에서 시공한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계약 취소분이 다시 한번 나오면 무순위 청약이 또 진행될 수도 있다.
 
앞서 한화 포레나미아는 지난 4월 초 1순위 청약 때부터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다. 전용 84㎡ 모든 유형 분양가가 10억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1순위 접수에서 완판되기는 했지만 결국 절반이 넘는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발생했다.
 
아파트 무순위 청약은 통장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지만,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1순위 청약과 마찬가지로 당첨일로부터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이날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9개 단지 중 계약 포기자가 발생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곳은 5단지로 각각 △한화 포레나미아 △북서울 자이폴라리스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 더하이브 센트럴 등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예전과 달리 수요자들이 입지가 별로 매력이 없으면 선뜻 달려들지 않는다”며 “대출규제가 강화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도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청약을 할 때도 옥석 가리기를 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서울은 몇 번의 무순위 청약을 거치면 매물이 다 소진된다”며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입지·상품성 기준으로 양극화 심화 현상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최근 금리인상, 대출규제로 인해 청약시장에서도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지와 상품성을 기준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분양가가 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313만원이었는데 올해 5월까지의 분양가는 1473만원으로 12.18%올랐다. 앞서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2019~2021년까지는 분양가가 오히려 5.2%포인트가량(1385만원→1313만원) 줄었었다.
 
올해 인천 분양시장의 키워드는 양극화다. 특히 검단신도시와 송도국제도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했다. 이에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지만 송도 아파트는 고분양가 논란 등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인천 송도신도시의 ‘송도 럭스 오션 SK뷰’는 네 번에 걸쳐 무순위 청약 공고를 개시했다.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도 무순위 청약을 8번이나 실시했다. 이외에도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송도 자이 더 스타 등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해당 단지들은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반면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았던 검단신도시는 청약 시장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는 1순위 청약접수에서 검단신도시 내 역대 최다 청약자 및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는 57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4만6070건이 접수돼 평균 80.12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234대 1이었다.
 
또 지난 4월 분양한 불로동 ‘제일풍경채 검단 2차’도 평균 3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검단신도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최근 청약을 진행한 단지를 분양받을 경우 수억원대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347만원이었으며 가장 비싼 전용 99㎡형은 최고 5억3800만원이었다. 인천 서구 원당동에 있는 '검단 금호어울림센트럴'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2월 7억8300만 원에 거래됐다. 서구 당하동의 ‘검단신도시 디에트르 더 펠리체’ 전용 108㎡는 지난달 7억995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분양가상한제를 일부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상한제가 개편되고 원자잿값 상승분 등이 반영되면 분양가는 더 오를 수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집값이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분양가가 상승한 곳들이 있다”며 “앞서와 달리 분양을 받더라도 앞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퍼지며 선뜻 청약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입지와 상품성 등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며 양극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필요한 사람은 무순위 청약 할 수 있어야
무순위 청약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청약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도 수차례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입지에 대한 선호도가 아주 낮은 것”이라며 “건설사가 잘 알아보고 사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악성 미분양으로 남는 경우 청약이 가능한 지역을 넓히는 방법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횟수 이상 무순위 청약을 했어도 판매가 완료되지 않은 잔여물량은 거주 지역 등과 관계없이 청약 혹은 매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잔여물량에 대한 잠재 수요자가 전국구 다주택자까지 확대되면 미분양 물량 해소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출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출 규제로 현금부자만 주택을 줍줍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무주택자나 자산 형성이 부족한 청년층을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개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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