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 연준 연속 75bp 인상 가나?…"물가 재앙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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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6-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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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은행 물가 통제에 회의적 시선도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공포로 뒤덮였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무려 8.6% 상승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 지난 2월을 정점으로 물가가 점차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희망은 사라졌다. 연준의 적극적 대응에도 물가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는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다. 국채 금리는 급등하고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 쏠린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공포 앞에 연준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당장 이번 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 높일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6월, 7월 연속 75bp 인상' 노무라의 예언 현실로?···"연준이 할 수 있는 일 없다" 
래퍼 탱글러 인베스트먼트의 CEO(최고경영자)겸 CIO(최고투자책임자)인 낸시 탱글러는 "이번 물가지표는 미국인과 정책 책임자들 모두에 재앙적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항공 요금, 중고 및 신차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문제는 의료, 가정용품, 레크리에이션 및 의류와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일제히 물가가 올랐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기록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번이 고점은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하는 유가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웰스파고증권의 세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매우 끈질기게 남아 있다"면서 "물가상승세는 매우 느린 속도로 둔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 몇 주간 에너지 시장의 동향을 고려해볼 때 인플레이션 주기의 고점을 기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와 여행 수요 등이 겹쳐 '퍼펙트스톰'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예상을 넘어선 물가상승세에 연준이 어떤 답안지를 낼지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이미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첫 번째 인상은 3월에 이뤄졌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2년 만에 25bp(1bp=0.01%p) 올렸다. 5월에 또 다른 50bp 인상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CPI 발표 이후 기준금리 50bp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연준이 75bp까지 인상 폭을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지난 4월 노무라는 연준이 6월과 7월 금리를 각각 75bp씩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롭 수브라만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임금과 물가가 악순환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신속히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더 앞당길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2023년 5월까지 매 회의에서 25bp씩 총 6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 이상으로 밀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브라만은 "연준이 75bp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의 성격은 변화하면서 앞으로 지표에 의존해 더욱 민첩하게 통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연준 책임론···"이미 통제불능의 상황"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선임투자전략가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춘지에 "연준은 물가가 통제 불능이 되는 현실을 마주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5월 CPI 발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보다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내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마저 지난 3월 첫 금리 인상을 앞두고 의회에서 "우리가 더 일찍 금리를 인상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연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경제 연착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미국경제연구소의 피터 얼 연구원은 "우리는 이제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그러나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보다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2022년 손투자 콘퍼런스(Sohn Investment Conference)에서 "연준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물가상승세는 그렇게 빨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준은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단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정도로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인혼 CEO는 인플레이션이 8% 수준까지 오르면서 오늘날 중립금리는 7% 부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올릴 경우 이미 30조 달러에 육박하는 부채를 지고 있는 정부에 무리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맞설 정도로 충분히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때문에 아인혼 CEO는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조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의 지출이 완전히 위축됐을 때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모든 조치는 수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물가가 더 높아지면 소비가 억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연준이 과감하게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통제가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얼 연구원은 "긴축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면서 "물가상승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되고 있는 공급망 붕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지역에 위치한 한 식료품점에 빵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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