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 '종목 추천하고 시세차익' 스타 증권전문가, 3번 무죄→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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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6-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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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출연해 특정 종목 주식을 매수 추천한 뒤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증권전문가의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추천 직전에 특정 종목을 매수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즉시 차익을 남기는 이른바 '스캘핑' 수법이 사법당국에 적발된 건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해당 판단은 다섯 번째 재판 만에 나온 결론이다. 첫 번째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증권전문가 A씨 사건은 첫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가 다시 무죄를 선고받고 재차 유죄로 결론났다. 무죄라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2번 연속 깬 것이다.
 
◆ 스타 증권전문가의 민낯..."스캘핑 수법으로 36억원 시세차익"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판결문에 따르면 2009년부터 증권방송전문가로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진 A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안랩(안철수연구소),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바른손 등 주식 종목을 미리 저가에 사들이고 매수 사실을 숨긴 채 방송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일반투자자들에게 추천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상승하자 A씨는 자신이 사들였던 210만7004주를 되팔아 36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른바 '스캘핑(scalping·가죽 벗기기)'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행위는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 직전 매수한 다음 주가가 상승하면 즉시 차익을 남기는 수법이다.
 
A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본시장법은 주가 시세 변동을 도모하기 위해 위계(속임수)나 부정한 수단 및 기교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1·2심 '무죄'...대법 "증권분석가의 종목 추천, 위계로 볼 만하다"
1·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만한 행위이지만, A씨의 스캘핑 행위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 '부정한 수단, 계획이나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또는 '위계의 사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에 대한 첫 번째 상고심이 진행되던 때인 지난 2017년 3월 대법원이 비슷한 사건에서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이 스캘핑 행위를 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세웠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투자자문업자가 종목을 추천할 경우 자신의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았다면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를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A씨 사건을 받아든 대법원은 A씨가 증권방송에서 종목을 추천하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밝혔는지 여부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 2번의 대법원 판단..."증권 매수 추천의 의미 정립"
그런데 파기환송심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특정 종목 매수를 추천했다'는 전제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증권방송에 출연해 특정 종목 선정 배경만 설명했을 뿐, 안랩 등 특정 종목을 사라고 부추기는 등 주식 매수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가 방송에서 일반투자자에게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사를 표했거나 부추길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또다시 사건을 받아든 대법원은 A씨가 주식 매수를 추천한 것으로 보고 유죄가 인정된다며 두 번째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일반투자자에게 특정 주식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켰다면 매수를 추천한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재상고심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상고심 재판부는 "방송의 파급력과 A씨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안랩 등과 관련해 소개한 내용은 투자자에게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원심 판결에는 자본시장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특히 투자전문가가 추천을 했다면 일반투자자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매우 커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를 사용한 것이라고 봤다. 재상고심 대법원은 "'증권 매수 추천 행위'라는 것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이 사기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해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특정 주식에 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고 객관적 동기에서 추천하는 것처럼 거래를 유인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증권 매수 추천'의 의미를 정확히 밝히고 법에 저촉되는 추천 행위는 무엇인지 기준을 정립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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