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선의 중국보고] 중국이 '제로코로나'에서 얻을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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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6-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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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EP 베이징사무소 한·중경제포럼 강연

  • 쑨쉐궁 발개위 연구원 주임 강연

  • 합성의 오류, 다수이만관 등 경제정책의 교훈

<편집자주> 보고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See’ 보다, ‘Report’ 보고서, 그리고 ‘Treasure’ 보물창고(寶庫)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매일같이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등 다방면에서 중국 관련 소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를 직접 보며 경험하고,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하고,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중국보고’라는 코너를 연재해 중국 주요 소식들을 알기 쉽게 전합니다.
 

쑨쉐궁 발개위 거시경제연구소 주임 [사진=배인선 기자]

지난 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에서 주최한 한·중 경제포럼에 다녀왔다.

이날 강연자는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거시경제연구소 쑨쉐궁(孫學工) 주임이었다. 그는 이날 '중국의 올해 경제 발전 목표와 정책 특징'이란 주제로 두 시간 가까이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쑨 주임은 특히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중국어 사전 뜻풀이에 따르면 교훈(敎訓)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잘못이나 좌절에서 경험을 얻는 것'이다.

과연 중국 정부는 과거 잘못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쑨 주임은 크게 세 가지 방면에서 이야기했다. 
 
무더기 규제가 초래한 ’합성의 오류’
첫째, 허청뮤우(合成謬誤), 우리말로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다. 

부분이 옳으면 전체도 옳다고 주장하는 데서 나타나는 게 합성의 오류다. 최근 중국은 학생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이 두 가지를 줄이겠다는 이른바 '솽젠(雙減·쌍감)' 정책을 비롯해 전력 제한,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 단속, 부동산 규제, 플랫폼 반독점 등 각종 정책을 줄줄이 쏟아냈다. 

쑨 주임은 “개별 정책을 하나씩 놓고 보면 문제가 없지만, 이것을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며 “이로 인해 경제에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허청뮤우’를 시인했다. 마치 몸 전체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각 부분에 좋다는 처방을 내리다가 오히려 몸을 망가뜨린 꼴이다.  

쑨 주임은 “지난해 교훈을 통해 올해는 각 지방과 부처가 경제 안정에 대해 책임을 확실히 지고, 특히 정책 발표 전에 관련 부처에서 심의를 거치는 등 새로운 정책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제 안정에 유리한 정책은 가속 추진하고, 경제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정책은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것. 올 들어 부동산, 인터넷 등 방면에서 규제가 서서히 걷히게 된 배경으로 볼 수 있겠다.
 
마구잡이식 전력 사용 제한
둘째, 에너지 솽쿵(雙控), 중국이 시행하는 에너지 소비 이중 통제 정책이다. 저탄소 전략에 따라 에너지 소비 총량과 에너지 소비 강도(단위 GDP당 에너지 소비량), 이 두 가지를 통제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지방정부 대부분이 솽쿵 목표치에 미달하면서 전력 사용에 경보음이 울렸다. 이에 하반기 들어 지방정부는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강제적으로 전력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일부 공장은 일주일에 이틀밖에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교통 신호등은 작동하지 않고, 심지어 가정용 전력까지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다가는 중국 경제 엔진까지 멈춰 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쑨 주임은 “당시 코로나19 이후 경제 생산활동 증가를 고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전력 사용률이 높은 2차 산업의 에너지 소비량은 3차 산업에 비해 7~8배에 달한다"며 코로나19 회복세 속에 3차 산업보다 2차 산업 회복 수준이 빨라지면서 전력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해 과거 기준대로 목표를 설정해 2차 산업 전력을 제한하다 보니 3차 산업이 가뜩이나 침체된 상황에서 2차 산업까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쑨 주임은 여기서 교훈을 얻어 올해는 중국이 에너지 소비 강도 목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처럼 에너지 소비를 통제하는 대신 탄소 배출 총량과 강도, 이 두 가지를 통제하는 솽쿵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 지난해와 같은 전력난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홍수가 난 듯 돈 푸는 '다수이만관'
셋째, 다수이만관(大水漫灌), 홍수가 난 듯 돈을 푸는 것을 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4조 위안을 푼 결과 아직까지도 부채 문제 등과 같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거시 부채율은 2배로 증가해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높았다. 

중국이 최근 들어 재정·통화 부양책을 내놓으면서도 연일 ‘다수이만관’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쑨 주임은 "올해 코로나19에 대응해 재정 지출을 늘렸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율은 2.8% 내외며, 적자 규모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2000억 위안 감소했다"며, 이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중국 GDP 대비 재정 투입 비율은 4.7%로 현저히 낮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거시 부채율도 26.2%로 미국·일본 등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 3월 말부터 상하이 등지에서 재확산된 코로나19 변수에 중국 정부가 최근 추가 부양책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지만 쑨 주임은 “부양 규모를 늘렸다기보다는 이미 발표된 부양책들이 조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투자 진작을 위해 올 한 해 전체에 걸쳐 발행할 지방특별채 물량을 4~9월 집중적으로 발행하도록 한 게 대표적인 예다.
 
훗날 제로 코로나에서 얻을 교훈은···
사실 최근 전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가운데서도 중국은 연일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며 국내외에서 말이 많다.

제로 코로나 방역에도 불구하고 강한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 특성상 중국에선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도시 봉쇄 장기화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안겼다. 

쑨 주임은 ‘제로 코로나’ 정책 논란을 둘러싼 청중의 질문에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기 어렵다. 말하기 곤란하다(不方便說)”며 "얼마 전 시진핑 주석은 '둥타이칭링(動態淸零)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라'고 명확히 말했다”고 답했다.  

내년 혹은 후년, 아니면 먼 미래에 현재 시진핑 주석의 주요 치적으로 띄우는 둥타이칭링 정책은 어떻게 평가될까. 중국 정부는 여기서 어떤 교훈을 얻었다고 말할까, 사뭇 궁금해진다. 
 

중국 베이징에서 최근 클럽발 코로나 집단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한 시민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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