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1주일] "납기일 못 지켜 수출 계약 끊길 판"… 중소기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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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6-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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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 대응방안 찾기 힘든 구조… 납품 지연 책임 떠안아

  • 장기화 땐 판매 중단ㆍ가격 인상 가능성…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을 맞은 6월 13일 오후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 가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운영하는 김석중 대표(가명)는 공장 생산라인 중단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 물량을 실을 선복(선박 적재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장 내에 재고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천항, 부산항 등에서 컨테이너가 반출되지 않아 공장에 물건이 쌓였다”며 “더 이상 재고를 감당할 수 없어 따로 창고를 구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200㎡(약 60평) 규모 창고 대여 비용이 200만원인데, 통상 6개월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차라리 생산을 중단하는 게 나을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누적된 회사 손실액만 이미 수십억원에 달한다. 김씨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매일 1~2개씩 내보내야 한다. 제품 금액으로 따지면 컨테이너 하나에 수억원 단위인데 일주일째 내보내지 못하고 있어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며 “당장 구할 수 있는 컨테이너는 운임이 300만원대로, 기존 대비 4배 가까이 인상됐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수출 계약마저 끊길 수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해외 바이어 측에선 제품 공급을 기다리지 않고 현지에서 자체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계약 중단 위기감이 크다”며 “현재 컨테이너 대기 물량이 많다 보니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곧바로 물류난이 해결될 것 같진 않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및 운임비 상승으로 물류 대란을 빚고 있는 와중에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경영 부담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리스크 대응력이나 협상력이 떨어지는 탓에 피해가 더 심각하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운송할 방안을 찾거나 운송하지 못한 제품을 보관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납품 지연에 따른 위약금 등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출 일정 못 지켜… 수억 위약금 물거나 계약 끊길 위기
13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주요 항만이 마비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로 제품을 보내거나 해외에서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날 기준 인천항과 부산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정도)은 82.9%, 78%로 컨테이너 반출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해외 거래처에 납품할 물건을 선박에 싣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납기 지연으로 인해 위약금 등을 무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날 오전까지 한국무역협회에 접수된 국내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160건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수출 관련 애로사항이며 △납품 지연 39건(25.2%) △위약금 발생 34건(21.9%) △선박 선적 차질 29건(18.7%) 등이 접수됐다.
 
미국에 공산품을 수출하는 A사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선적이 불가능해지면서 선복을 재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A사는 이에 따른 피해금액이 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발을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B사 역시 납기 위반으로 50만 달러(약 6억4200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6월 1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쌓여있는 컨테이너 옆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자재 수입할 길도 막혀… 소비자가격 오르나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에 접수된 수입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원자재 조달 차질 24건(15.5%) △생산 중단 14건(9.0%) △물류비 증가 15건(9.7%) 순으로 많았다.
 
철도차량부품을 수출하는 무역업체 C사는 중국에서 수입한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입하지 못해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위기에 놓였다. 화학제품을 수입·판매하는 D사의 경우 물류 중단으로 인해 체선료와 보관비용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가구 및 주방‧생활용품 업계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에서다. 이는 결국 제품 배송 지연이나 판매 중단,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가구 및 주방‧생활용품 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가 상승 등으로 원부자재 및 운임비가 오르면서 지난해부터 수차례 소비자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올 상반기에만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퍼시스그룹‧에넥스 등 가구업체들과 락앤락‧해피콜 등 주방‧생활용품업체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상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구업체 관계자는 “원자재는 물론 완제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납기가 길어지면서 고객이 수령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화 우려… 소비자 피해, 국가 경제 악영향 불가피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6월 1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노조원들이 이동 중인 화물차를 향해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기업들의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물연대 파업에선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화될 경우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화물연대 차주와 사업주가 한걸음씩 양보하고 노사정이 함께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영계에서는 화물연대에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에 정부를 향해 기업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군위탁 화물차량 지원을 늘리고, 운송하지 못한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계는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는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화물연대의 운송방해, 폭력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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