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의 미래] 정춘보·문주현·김승배, 韓 디벨로퍼 거목들이 말하는 '부동산시장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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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6-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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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자리 모인 디벨로퍼 1세대..."K스페이스 창조하는 '굿 디벨로퍼'로"

  • '코로나19·집값 급등'에 주가 상승...국토 개발 고도화·사업 수익성 개선

  •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도 디벨로퍼 변모...최근 3년 새 협회 가입 ↑

14일 오후 '2022 KODA 비전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현직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의 모습. 왼쪽부터 1~2대 회장(2005~2014)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 3~4대(2014~2020) 문주현 MDM그룹 회장, 현 5대(2020~)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사진=최지현 기자]

"미래의 젊은 디벨로퍼들과 함께 소통하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해 앞으로 100년을 이어가는 '굿 디벨로퍼'의 전통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거 공간이 부족한 시대에는 열심히 집을 짓고 사회의 부족한 공간이 있다면 함께 메꾸며, 세계를 무대로 'K스페이스'를 선보이고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시대의 과제에도 민첩하게 대응해 고객·파트너들과 굳은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최근 국내 건설·주택시장에서 부동산 개발 산업(디벨로퍼)이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의 주택 부족 상황 속에서 공급을 위한 토지 개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요자들의 요구 또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디벨로퍼 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동산시장의 미래를 점검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자리 모인 디벨로퍼 1세대..."K스페이스 창조하는 '굿 디벨로퍼'로"

14일 오후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에서 'KODA 비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대규모 행사로 디벨로퍼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산업의 미래와 재출발을 모색했다.  

특히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그간 협회의 회장직을 역임했던 3명의 1세대 디벨로퍼가 한자리에 모여 업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한 순서였다. 협회의 초대 회장인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2005~2014)과 그 뒤를 이은 문주현 MDM그룹 회장(2014~2020), 현임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2020~)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세 회장은 오피스텔 원룸에서 직원 한 명과 시작했던 국내 부동산 개발업계의 지난 발자취에서부터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정 회장은 "(신영을 비롯한 디벨로퍼 업계가) 성실한 회사, 신뢰받는 회사,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라왔다"면서 "아직 마지막 단계엔 이르지 못했지만,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봄, 여름과 같은 시기를 만났지만, 이제는 늦가을에 접어들어 겨울이 오는 시기"라면서 "이런 시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통찰력과 안목을 키워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현재의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김승배 회장은 "디벨로퍼는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긴 시간 초심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간 기회가 온다"고 업계를 격려하면서도 "미국의 허드슨 야드, 일본의 롯폰기, 영국의 킹스크로스역과 같이 서울에도 대규모 복합 개발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차후 디벨로퍼 업계에 묵직한 과제를 던졌다.
 

14일 오후 '2022 KODA 비전 컨퍼런스'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 중인 전·현직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왼쪽부터 현 5대 회장(2020~)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3~4대(2014~2020) 문주현 MDM그룹 회장, 1~2대(2005~2014)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 [사진=최지현 기자]

◆'코로나19와 집값 급등'...디벨로퍼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개발업의 시작을 빠르게는 1970년대에서도 찾곤 하지만, 본격적으로 '디벨로퍼'의 개념이 정립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정도로 보고 있다. 이렇게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디벨로퍼 업계지만, 최근 들어 시장에선 점점 더 디벨로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 업계의 성장 속도도 급격하게 빨라지는 추세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서 '주거용 건물 개발 및 공급업'은 등록 업체 수가 2년 연속 20% 이상 늘어나는 급성장 산업이다. 2017년 당시 해당 업종의 사업체는 3139곳이었는데, 이듬해 3835곳으로 22.2%나 증가했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에는 전년 대비 29.2%나 치솟으며 전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는 5115곳으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몇 년간 국내의 부동산시장과 산업이 급격하게 변화하며 효율적인 부동산 개발·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사회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집값이 급등한 탓에 국내 토지 자원과 건설사의 성장 잠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당시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발 빠르게 디벨로퍼 업계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당시 연구원은 '디벨로퍼의 도약: 해외사례 분석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영향이 산업 전반에 걸쳐 더욱 가시화되면서 다수의 산업군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나아가 국가의 경제 지표가 성숙해질수록 감소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부동산 개발과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디벨로퍼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디벨로퍼 업계가 부동산 개발을 총괄 운영·관리하며 토지 활용을 고도화하고 부동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전문가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그간 국내의 부동산 시장은 단기 수익에 집중했던 분양 위주의 사업 모델을 강조해왔는데 시장이 성숙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 모델로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원은 "국내 디벨로퍼 관련 사업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관련 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선 성공적인 밸류체인 확장이 필요하다"면서 △개발 분야와 상품군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적 M&A(인수·합병)를 통한 산업 내 우위 선점 △선순환적 구조를 통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 구축 등의 성장 전략을 업계에 제안했다.  

부동산 개발업계 역시 마찬가지로 동일한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 앞서 김승배 KODA 회장은 지난해 8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경제·사회 상황에 대비해 디벨로퍼 업계가 앞장서 주택문화의 미래를 준비해 "다양한 주거 형태를 반영한 대안 주택을 더 빨리,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주택문화 메가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1~2인 가구 증가, 젊은 세대들의 직주근접 선호 강화, 도심 복합지역 수요 증가 등으로 대표되는 '도심의 청년화 현상'이 앞으로의 주거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도 디벨로퍼로 변모...협회 가입 이어져

같은 기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디벨로퍼 진출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9일 시공능력평가 1위 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협회의 신규 회원사로 가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작년 롯데건설과 GS건설에 이어 지난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한화건설도 가입한 업계 흐름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전에는 한신공영, 동부건설, 우미건설, 대방건설, 서희건설, 한라 등 중견 건설사들이 주로 협회에 가입해왔다. 대형사 중에선 대우건설이 2010년 처음으로 회원사가 됐고, 포스코건설이 2014년 가입한 후 한동안 발길이 끊겼다.

이는 그간 시공을 중심으로 한 도급 계약 중심의 사업으로는 건설업계의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 환경이나 규제 등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사업부지 매입부터 기획, 인허가, 개발, 시공, 분양, 사후관리까지 총괄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건설은 수서역 환승센터,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개발 사업, 천안아산역 복합개발 사업 등 역세권 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 르메르디앙호텔, 이마트 가양점 등을 연달아 인수해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건설은 최근 인천 검암플라자 복합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디벨로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의 업무 협약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과 함께 부동산 개발 전문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달 삼성물산은 말레이시아 케르자야프로스펙(Kerjaya Prospek)과 3억 링깃(약 900억원) 이상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약을 맺었다. 

협회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나 10대 건설사에 포함한 DL이앤씨 역시 디벨로퍼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5% 수준이던 자체 사업 비중을 오는 2023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개통한 신림선이 회사가 추진한 대표적인 디벨로퍼 사업이다. SK그룹의 경우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산하에 'SK디앤디'라는 부동산 개발 전문사를 설립하고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디벨로퍼 산업 개요 [자료=삼정KPMG 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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