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워진 유통街 '페이 전쟁'...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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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06-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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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하반기 유통업계의 '페이(pay) 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마트, 이랜드 등 후발주자들이 속속 자체 페이를 출시하며 사업 확장을 꾀하면서다. 

여기에 마켓컬리와 CJ도 뒤늦게 자체 페이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치열한 경쟁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기존 사업자들과의 차별화를 앞세워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CJ올리브영·마켓컬리, 하반기 자체 페이 출시 예고...후발주자도 속속 참전

14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 헬스앤뷰티(H&B) 스토어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간편결제는 모바일 기기에 신용카드나 계좌번호 등의 결제정보를 등록해 비밀번호 입력, 지문인식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한다. 우선 CJ올리브영은 자체 페이를 온라인몰에 적용한 뒤 점차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쿠팡과 같이 금융 부문 법인을 신설해 페이 사업을 벌이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단순히 고객 편의를 위해 자체 페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CJ그룹도 통합멤버십인 'CJ ONE'과 계열사의 결제 시스템을 한 데 묶는 통합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현재 페이 개발은 CJ올리브네트웍스가 맡고 있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왼쪽), 마켓컬리 CI. [사진=컬리]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연내 자체 결제시스템 '컬리페이'를 출시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만큼 컬리페이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컬리는 지난해 9월 전자지급결제대행(PG) '페이봇'을 인수해 사명을 컬리페이로 변경했다. 사업 목적에는 선불업이 포함된 전자금융업을 추가했다. 마켓컬리 앱뿐 아니라 다른 온라인몰과의 사업 제휴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이마트·현대백화점·이랜드도 참전...온·오프 경계 허문다

이마트는 지난달 12일 이마트페이를 출시하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그간 이마트 자체 앱에서는 포인트 적립과 할인쿠폰 제공 등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트페이로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결제부터 혜택·적립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진요한 이마트 D/T본부장은 "이마트페이로 혜택 사용과 결제 기능이 합쳐지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마트 앱이 더욱 강력한 앱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페이인 SSG페이와의 시너지를 위한 노림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마트페이는 SSG페이에서 서비스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SSG페이 계정이 있다면 별도의 가입 절차가 필요 없다. 계정이 없다면 ‘이마트페이’ 메뉴를 클릭해 바로 계정을 만들 수 있다. SSG페이 고객을 이마트로, 이마트 고객을 SSG페이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마트 앱을 이용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80만~200만명,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 유료멤버십 이용자는 연간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SSG페이 이용자 규모는 900만명으로, 3개 계열사를 합한 숫자를 훨씬 뛰어넘는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 3월 28일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인 'H포인트 페이'(H.Point Pay)를 론칭했다. 해당 페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11개 온라인몰에 적용되며 향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리바트, 한섬 등 그룹 내 1700여개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랜드그룹이 지난 3월 출시한 이랜드페이. [사진=이랜드]

이랜드그룹도 가세했다. 이랜드는 지난 3월 통합멤버십 서비스에 간편결제 서비스 'E페이'를 탑재하며 사용처 확대에 나섰다. 이랜드 계열의 유통사업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E페이는 연내 신용카드를 탑재한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변화를 꾀한다. 이랜드는 패션과 외식사업, 호텔업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E페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포화 시장인데...여전히 '페이'에 빠진 유통가 왜?  

현재 국내 '페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시중에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는 약 50종에 이른다. 여기에 유통 기업까지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은 한층 뜨거워졌다. 실제 롯데·신세계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일찌감치 자체 페이를 출시하고 운영 중이다.

온라인 쇼핑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역시 마찬가지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쿠팡의 쿠페이의 누적 이용자 규모는 7000만명이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총 인구(5185만명)를 훌쩍 뛰어넘는다. 롯데 엘페이·신세계의 SSG페이·G마켓, GS리테일 등 주요 유통기업까지 더하면 현재 1억3770만명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한 사람이 간편결제 서비스 2~3개를 이용한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임에도 유통업체들이 후발주자로 '페이' 개발에 나선 까닭은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206억 달러(한화 150조원)로 조사됐다. 전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작년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559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2.5% 증가했다. 반기 기준으로 이용금액이 5000억원을 넘은 것은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또 고객 '락인 효과'(Lock-in)에 대한 기대감도 유통업체들이 페이에 주목하는 이유로 꼽힌다. '페이'로 고객을 유입해 충성고객을 만들기 위한 의도다. 게다가 온라인 유통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편의성을 높여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데다, 고객들의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수익성 개선 효과도 꾀할 수 있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수수료 절감 효과도 누리고 넓은 고객 기반을 토대로 금융업을 연계한다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그야말로 '1석4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체 페이를 통해 고객의 결제 편의성을 높여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신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측면도 있다. 추가 수익원을 확보해 이익 향상을 위한 경영 효율성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체결제 서비스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후발주자들이 성과를 내려면 기존 업체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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