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 시대' 유일하게 웃는 상사업계...비결은 '멀티플레이어'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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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6-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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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물류난, 고환율 등 ‘3중고’가 산업계를 옥죄고 있지만 상사업계는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년간 에너지 사업과 물류업에 투자해온 결과,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의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게 시대적인 흐름과 맞아떨어지면서 호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상사업계는 대부분의 산업군이 침체인 점을 고려해 표정관리에 나섰다.
 
‘신의 한 수’가 된 업스트림 기반 사업 구축
14일 상사업계에 따르면 업계 ‘빅3’로 꼽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성물산 상사부문, LX인터내셔널은 올해 각각 39조6440억원, 20조7945억원, 18조8536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년 대비 각각 16.8%, 13.0%, 19.8% 성장된 수치다.

질적 성장은 더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에프앤가이드를 비롯한 증권가에서는 올해 3사의 영업이익이 8031억원(LX인터내셔널), 8012억원(포스코인터내셔널), 4905억원(삼성물산 상사부문) 등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4%, 36.9%, 65.7%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호실적의 비결은 국내 상사기업들이 전체 산업군의 상류에 해당하는 ‘업스트림’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LX인터내셔널의 석탄광산, 삼성물산의 북미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사업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원자재를 생산한다.

생산가 인상 요인은 제한적인 가운데 최근 원자잿값 상승이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상사업계 한 관계자는 “상사업계가 원자잿값 하락국면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원가절감”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효율화를 해놓은 게 최근 원자잿값 상승기에 득이 됐다. 원가는 효율화했는데 판매가가 오르면서 그사이에 이윤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회사가 미얀마 가스전에서 벌어들인 분기별 영업이익은 304억원, 377억원, 436억원, 691억원으로 분기를 거듭할수록 늘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2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73.7% 확대된 규모다.

비슷한 시기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의 경우 MMBtu당 가격이 지난해 6월 21일 3.19달러에서 지난 6일 9.32달러로 2.9배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 광산을 운영하는 LX인터내셔널 역시 마찬가지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에너지·팜 사업에서 분기별로 211억원, 279억원, 967억원, 114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팜사업이 포함된 실적이지만 업계는 석탄시황이 좋았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톤(t)당 1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인도네시아(칼리만탄)산 유연탄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올해 초 t당 120달러까지 올랐다. 올해는 3월에 t당 256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t당 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물론 원자잿값이 하방국면으로 접어드는 경우 다른 사업계와는 반대로 불황으로 접어든다는 위험성은 존재한다. 상사업계는 지난해와 올해 거둬들인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신사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위험을 회피한다는 복안이다.

 

머스크사 바이킹시추선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마하 유망구조 가스산출시험이 진행되고 있다.[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자회사 덕 톡톡히 본 상사업계...물류가 ‘효자’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심화하고 있는 물류난도 상사업계 호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레이딩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국내 상사업계는 물류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 LX판토스, 현대코퍼레이션의 자회사 현대네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연결 재무제표로 발표되는 상사기업의 실적에 물류 자회사 매출·영업이익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물류업계는 지난해부터 '역대급'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화주들이 선복을 확보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물류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3000선을 밑돌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중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말 최대 5046.66까지 상승했다. SCFI는 올해 1월 고점(5109.60)을 찍고 진정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4000선을 웃돌며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SCFI는 물류비와 비례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SCFI가 꾸준히 올랐다는 것은 물류비가 꾸준히 인상됐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수출입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원가 인상이라는 악재지만, 물류업계에는 수익이 높아지는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LX판토스의 경우 지난해 분기별로 854억원, 920억원, 974억원, 8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 규모가 1241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현대네비스는 기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물류를 통해 현대코퍼레이션 실적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물류난을 뒤집어 보면 물류를 담당하는 기업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의미”라며 “국내 상사업계가 물류에 더해 트레이딩도 잘하고 있다. 철강 등 원자잿값 상승한 데 따른 수혜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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